문화생활/여행 후기

전생의 여기 개라도 시켜주세요 교토 여행② 2025/05/04 일-05/07 수

센. 2025. 5. 8. 23:23
반응형

둘쨋날 아침입니다.

사실 3박 4일로 여행 일정을 정해두기는 했지만, 크게 일정을 세우지도 않고 사실 직전까지 너무 바빠서 일정 세울 여유도 없었지 뭐예요. 신칸센도 출발하는 전날 저녁에 겨우 예약함.. 자유석 타고 가려고 했지... 골든위크 기간에 자유석이 없을줄 알았나 뭐... 아무튼 무사히 다녀왔으면 된거죠(?) 첫날엔 도착 하자마자 東寺 갔다가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체크인 시간 맞춰서 체크인 하고 바로 오사카 다녀오자, 정도가 계획의 전부였으니 우연한 운명적 만남으로 西本願寺에도 갈 수 있었던거고 그런거예요(?)
제가 교토 가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스팟은 손에 꼽을 수 있으니까요.. 마침 화요일과 수요일엔 비 소식이 있어서, 그렇담 반드시 맑은 날에 가야만 하는 곳을 월요일에 가야만 한다!!! 하고, 저는 이 날을 京都御所 교토 어소의 날로 정했습니다. 

https://maps.app.goo.gl/P3pzJP4eyCqVRbCb7

 

교토고쇼 · 内 Kyotogyoen, Kamigyo Ward, Kyoto, 602-0811 일본

★★★★★ · 역사적 명소

www.google.com

그러고보니 여러모로 상태가 안 좋아서, 12시 넘어서 잠에 들어도 4시 전엔 깨더라고요... 그나마 잠깐이라도 체력을 보존시켜야지 싶어 적당히 데굴데굴 구르다 6시 반 즈음에 나오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더 빡세게 다녔어도 됐을뻔.. (이것도 나중을 위한 복선)

그래도 사람 적은 새벽시간의 약간 안개 낀듯한 푸르스름한 느낌이 제법 좋았어요.

그리고 저는 또 모닝세트를 먹으러 다른 가게를 찾아왔답니다.

https://tabelog.com/kyoto/A2601/A260101/26035869/

 

Unir 京都店 (京都/カフェ)

★★★☆☆3.21 ■予算(昼):~¥999

tabelog.com

Unir 교토점. 내부는 널찍하고 편안한 분위기예요. 저는 매쉬드 포테이토 에그 베네딕트 풍 모닝세트(1,350엔)를 주문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샐러드와 요거트와 오렌지 주스와 빵과 커피, 그리고 메인 메뉴가 나오는 구성이예요.
그러고보니 아침 7시에 갔는데 예약 하셨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예약은 안 했다고 하니 스타벅스처럼 널찍한 테이블로 안내해주시던데, 예약석 테이블은 곧 가득 차던데 비예약석은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 오히려 여유롭고 차분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훈제연어도, 수란도, 빵도 훌륭하긴 했습니다. 역시 뭐랄까, 조리법 같은 기본기에 아주 충실한 음식들인것 같아요. 커피는 맛있긴 했는데 향이 덜 하고 강배전에 가까워서 약간 취향은 아니었더라고요.

반대로 가야하는데 제가 또 방향치 속성을 발동시켜서 그만.. 또 니시혼간지를 봤어요... 그런 김에 사진도 좀 찍고ㅎㅎ 교토 시내버스 역시 귀엽됴

교토역으로 돌아가서 전철을 타고 今出川 이마데가와 역으로 향했습니다.
https://maps.app.goo.gl/wyqwaqU9xkoi3r1T7

 

이마데가와 역 · 일본 〒602-0032 교토부 교토시 가미교구 오카마쓰초

★★★★☆ · 지하철역

www.google.com

 

교토 어소 부지 바로 맞은편에 도시샤 대학 캠퍼스가 있는 것도 부럽고. 예전에 도쿄 황궁 주변이 좋은 러닝 코스라는 말을 듣곤 그 매연 날리는 거리를? 했다가 직접 갔을때 서양인 관광객들이 관광 코스 느낌으로 러닝하고 있는걸 보고 오... 그렇군요... 한 적이 있는데, 이 주변이라면 저도 좀 러닝 코스로 삼고 싶어요... 매일매일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슬쩍 부동산 벽면에 붙은 월셋방 정보를 들여다 봤던 건 안 비밀.. 특히 황궁 부지 바로 옆 이렇게 쭉 뻗은 넓은 길이라고요? 하 당장이라도 우차 다닐 것 같잖아... 너무 설레...

현재의 교토 어소는 중심부(대내리大内裏) 부분만을 가리킵니다.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하여 교토 교엔으로 칭하며, 24시간 개방해두고 있습니다.
https://maps.app.goo.gl/n5etw81QJmaLofCs5

 

교토교엔 · 3 Kyotogyoen, Kamigyo Ward, Kyoto, 602-0881 일본

★★★★★ · 국립공원

www.google.com

어소 구역은, 9시부터 17시(최종 입장은 16:20)까지만 개방하고 있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공휴일의 경우 익일). 또한 자유 참관 외에도 각 시간대별로 가이드를 실시하고 있더라고요. 가장 이른 시간이 9:30이길래, 저는 9시에 입장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이 가이드를 들으려고 노리고 갔죠 헤헤

사실 여기 와선, 건물도 건물인데 식물만 구경해도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분명 비슷한 식물들이 그 옛날에도 있었을거라 생각하면... 이것과 비슷한 모양새로 같은 계절을 물들였을거라고 생각하면 말이예요...

어소 구역 입장 후에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나만 좋아하는 구도의 사진 찍기 헤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예쁜거 찍었음. 너무 아름다움.

그리고 9:30 타임 가이드 시작~ 50분 짜리 코스였는데 정말 완벽하게 50분에 맞춰서 끝내주시더라고요ㅎㅎ 사진에서 보이면 알겠지만 저는 가이드 투어나 박물관 학예사 선생님들 설명 같은거 무조건 최전열에서 듣는 사람 하하!
설명 듣는 동안은 사진 안 찍고 열심히 보면서 성명 들었는데, 끝나고 휴게소로 돌아오니까 바로 다음 10:30 타임도 슬슬 출발해요~ 하시는데 어? 다른 직원분이더라고요. 어? 또 가볼까? (인원제한이나 사전 신청 없음) 하고서 초반에 슬렁슬렁 분위기 보려고 따라가는데? 시작하자마자? 얘기하는 내용이 좀 더 깊이가 있어.. 9:30 타임이 입문용이면 10:30 타임이 약간 심화편이야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지만 직원분들 성향 차이 같았어요. 같은 내용도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니까? 저는 시간이라면 아주 잔뜩 있으니까? (오후 일정도 슬렁슬렁 생각해두긴 했지만) 바로 두번째 가이드도 따라나섰습니다 우하하. 또 최전열에서요.

그리고 저는... 지쳤습니다. (네?) 아니 너무 즐거운데 사실 몸만 쓰는 것보다 새로운 지식/정보 머리에 끊임없이 집어 넣다 보면 금방 지치고 집중력이 확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매번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면 꼭 중간에 집중력 흐려져서 식사를 꼭꼭... 

아무튼 그래서, 어딜 가서 밥을 먹지? 하고 고민하면서 공원을 지나 부지 밖으로 나가려는데, 공원 내에 있는 레스토랑이 바로 눈 앞에 있더라고요ㅎ
https://tabelog.com/kyoto/A2601/A260202/26016212/

 

京都御苑 檜垣茶寮 (今出川/うどん)

★★★☆☆3.31 ■予算(昼):¥1,000~¥1,999

tabelog.com

京都御苑 檜垣茶寮 교토 교엔 히가키사료 입니다. 레스토랑 내부에도 자리가 꽤 있긴 했지만, 날씨도 아주 좋고 바람도 선선해서 테라스석이 더 좋더라고요
御所車御膳, 우차 모양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정식(1,800엔)을 골랐습니다. 메인 메뉴는 계절별 생선, 소고기 스키야키, 닭고기, 제철 야채 튀김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생선을 골랐어요. 삼치를 내어주시더라고요.

요렇게 2단 구성, 그리고 맑은 국이 나옵니다. 맛은 그냥 평범해요ㅎㅎ 기본기에는 충실한 요리지만 재료의 신선도나 퀄리티가 훌륭하진 않은 그런 정도의 음식들ㅎㅎ

도저히 정식만으로는 이후 일정을 소화할 자신이 없어서, 호지차 크림 롤케이크랑 블렌드 커피(650엔+500엔). 둘 다 나쁘지 않고 무난했음. 아무튼 저에겐 탄수화물과 당(이것도 탄수화물이지만..)과 따뜻한 카페인이 필요했다고요. 부지 밖으로 벗어나지 않아 시간과 체력을 아끼는걸 우선시한다면 충분한 선택지였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이 날씨에 테라스석을 혼자 만끽하는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헤헤. 눈 앞엔 황궁이 있고요??? 

헤헤 날씨 조아.

봐봐요 다시 입장해서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宜秋門 기슈몬, 현재 교토 고쇼 기준으로 서쪽 방향을 향한 정문입니다. 우차 등이 들어갈 수 있도록 크게 만든 문이라고 해요. 매해 5월 15일에 葵祭 아오이마츠리가 행해지는데, 이 때에 고쇼를 출발해서 下鴨神社 시모가모 신사를 거쳐 上賀茂神社 가미가모 신사를 향해 행차하는 우차가 바로 이 문을 통해 나간다고 하네요.

御車寄 오쿠루마요세, 기슈몬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은 이곳을 통해 우차에서 내려 궁 내로 들어갑니다. 지붕이 꽤 넓게 튀어나오도록 만들어진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 비를 막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곳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고위 관직의, 무척이나 제한된 사람들 뿐이었다고 하네요.

 

諸大夫の間, 쇼다이부노마. 천황과 대면하기 위해 궁궐을 찾은 사람들이 대기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정면에서 보았을때 총 세 군데 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諸大夫(しょだいぶ)란, 본래 헤이안 시대 이후에 고위 귀족 외의 4위, 5위의 관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사실 해당 명칭은 가장 서쪽 끝편에 있는 '낮은 관직의 사람들을 위한 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서쪽편에 있는 방은, 방 안의 문과 벽에 그려진 그림에서 본따 桜の間 사쿠라노마 라고 부릅니다. 동쪽편은 양 옆으로 열리는 문이지만, 북쪽편은 문이 아닌 벽으로 되어있어, 앞에서 본 御車寄 오쿠루마요세 입구를 통해 들어온 실내에서 이 방으로는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윗 사진에서 보이듯이, 바깥의 툇마루 공간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주로 안쪽 방에서 머무르는 고위 귀족의 시종 등이 이 공간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밖이 너무 밝아 아크릴판에 반사되긴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림을 확인 할 수 있어요.

방 안쪽으로 깔린 다다미에 둘러진 천 부분도, 桜の間는 붉은색, 나머지 두 군데는 무늬가 들어간 흰색으로 계급 차이를 보여줍니다.

가운데에 있는 방은 鶴の間, 쓰루노마입니다. 두루미(학)가 그려져 있어요. 앞에서 본 桜の間와는 다르게, 북쪽편도 문으로 열리도록 되어있습니다. 앞에서 본 御車寄의 입구로 들어온 복도 공간이 바로 이 문으로 연결되어 있어, 바로 이 공간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虎の間, 도라노마 호랑이가 그려진 방입니다. 각각 21첩씩 있어 관직의 고하를 기준으로 머무를 공간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안쪽의 복도 공간을 통해, 천황의 사적인 공간인 清涼殿세이료덴과 공식적 공간인 紫宸殿 시신덴으로 곧바로 향할 수 있습니다. 안쪽에 보이는건 清涼殿이예요.

둘레의 築地塀 쓰이지베, 담장벽을 따라 꽤 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대인의 미의식에 기반한거고 사실 당시엔 의도적으로 나무를 심어둔 곳 외에는 나무가 없었습니다.

新御車寄 신미쿠루마요세, 다이쇼 천황 즉위에 맞춰 근현대 양식으로 새로 지은 곳입니다. 목적은 실내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이지만, 마차나 자동차를 이용해 실외화를 신은 상태로 실내에 들 수 있도록 한 장소입니다. 내부에는 양탄자가 깔린 서양식 건축양식으로 되어, 외교사절을 맞이해 다회를 개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근현대에 새로 지어진 공간으로, 이 어소에서 유일하게 유리창이 있는 건물입니다.

清涼殿의 지붕..

나도 回廊 걸어보고 싶어... 그나마 어제 西本願寺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을 맛보고 와서 그걸로 달래는중 흑흑..

月華門 겟카몬, 紫宸殿 앞뜰로 향하는 서쪽 입구입니다.

月華門을 통해 본 紫宸殿. 새삼스럽지만 동쪽편 문이 日華門이고 서쪽편 문이 月華門이면, 얼마나 당대 사람들이 천체와 깊이 연결된 일상을 살고 있었는지 알 것 같죠?

이건 뭐랄까.. 이름도 붙어있지 않은 回廊에 딸린 쪽문... 맞은편에도 같은 위치에 같은 출입구가 있음..

紫宸殿 바로 남쪽에 있는 문. 建礼門 겐레이몬이라고 부르며, 정남향으로 나 있기 때문에 이곳은 천황 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정문이었습니다. 근현대에는 외교사절을 위해 개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앞뒤로 넓은 공간을 활용하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紫宸殿 시신덴. 어소의 중심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옛날엔 물론 더 규모가 큰 다른 공간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옙) 이곳에서 공식적인 행사 등이 개최됩니다. 근현대에 있어서는 각 천황의 즉위식 등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平成와 令和 천황 즉위식은 도쿄 황궁에서)남쪽을 향해, 동편에는 벚나무를 서편에는 귤나무가 심겨져 있습니다. 左近の桜, 右近の橘라고 하며 현대의 雛祭 히나마츠리(양력 3/3) 날에 장식하는 雛壇 히나단에도 양 옆에 벚나무와 귤나무 모형을 장식하는데 그게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거라고 합니다. (저는 어떻냐면, 히나단에 그걸 장식한다는걸 나중에 알았으므로 紫宸殿의 오리지널을 먼저 알고 있었던 케이스...)
또한, 左近 좌편과 右近 우편의 기준은, 紫宸殿 중앙에 앉은 천황을 기준으로 한 방향입니다. 교토 시대를 左京 좌경과 右京 우경으로 나누는 명칭은 현대에도 남아 지명이 되었는데 이 또한 동일한 기준이죠. 그러고보니 현대인들은 지도에 아주 익숙하고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지만, 그건 북쪽이 평면도 상의 '위쪽'에 있어 오른쪽이라고 하면 으레 동쪽편을, 왼쪽이라고 하면 서쪽편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아니 그치만 당시에도 북쪽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으니 그 감각은 비슷할까? 아무래도 지도를 접할 수 있는 계층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左京와 右京 같은 명칭을 더 익숙하게 들었을까? 지도는 언제부터 북쪽을 '위'에 그렸을까? 고지도를 보면 비슷하게 위쪽이 북쪽으로 설정되어 있긴 한데, 이건 역시 북극성이 기준이 되었기 때문일까? 인간의 무의식은 고정되어 있는 기준점을 평면 상의 위쪽에 두고 싶어하니까... 이건 현대인만의 감각은 아닌거 같긴 한데... 
아닌게 아니라 북쪽은 곧 '하늘'과 같은 것으로 여겨져 세상의 질서의 중심을 가리키고, 이는 곧 천황(중국에서의 황제)의 위치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죠. 공식적 공간을 기준으로 더욱 북쪽은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이건 아마 경복궁 등에서도 볼 수 있을것. 그렇게 말하자면, 역시나 동쪽을 오른편 서쪽을 왼편이라고 여기는건 하늘이 아닌 땅의 일반인들에겐 흔한 감각이고 이는 과거에도 그랬을것 같기도요...

청명한 날씨와 아름다운 紫宸殿.

귤나무와 벚나무, 둘 다 일본의 자생종이 심겨져 있습니다.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아 주기적으로 새로 심는다고 하더라고요. 귤나무는 에도시대 즈음에 심었고, 벚나무는 平成 초기에 새로 심어 30살 정도 되었다고 해요.

여전히 회랑에 가고 싶어..

물론 이 붉은색으로 칠해지고 기와를 올려둔 건축양식은 다소 에도시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안 뛰더라(?) 이 복도 부분도 옛날엔 檜皮葺 히와다부키 양식의 지붕이었다고 해요.

이 새하얀 자갈...

紫宸殿의 조정 둘레에는 이렇게 작은 물길이 있습니다. 의도는 여전히 확실치는 않으나, 외부의 나쁜 기운을 흐르는 물로써 정화한다(사찰이나 신사에 있는 손을 씻는 물과 비슷한 의미), 혹은 더운 계절에 기온을 조금 식힐 수 있도록 해둔 것이 아닐지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쪽편으로 나 있는 建春門 겐슌몬입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지만.. 저는 정답을 찾아낼 수 있어요... 예에

紫宸殿 내부에는, 천황과 황후가 있는 자리인 高御座 다카미쿠라와 御帳台 미초다이가 있습니다. 실물로는 공개하지 않고, 사진 패널만 전시해두셨더라고요.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平成 천황과 令和 천황은 교토 어소가 아닌 도쿄에 있는 황궁에서 즉위식을 거행했는데, 그 때에는 이 곳에 있는 이것을 분해해서 도쿄까지 옮겨다 재조립해서 즉위식에 사용하고 다시 분해해서 돌아와 재조립해두었다고 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현재는 내부에 멀쩡한(?) 상태로 존재하고 계신다고. 대략 높이 6미터, 앞뒤로는 5.5미터의 크기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桧皮葺 히와다부키의 설명! 이게 제법 재미있었어요. 桧 히노키, 즉 일본 자생 편백나무종으로 만든 지붕입니다. 더 이전 시대부터 기왓장은 존재했으나, 헤이안 시대에는 이 편백나무로 만든 지붕이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편백을 얇게 쪼개어 겹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지붕입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지붕 끝부분을 보면 굉장히 두텁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저 두께로 모든 지붕을 덮었나? 같은 의문을 저도 갖고 있었는데, 그건 둘레 부분만 그렇고 전체적으로는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약 10cm 정도의 두께로 덮여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유려한 곡선을 표현할 수 있게 되고, 일본 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유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치만 수명이 약 30년 정도라서, 현재 교토 어소에서도 주기적으로 지붕 갈이를 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딱 올해 봄 즈음에 지붕 갈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내년으로 미루어졌다고 하는데 이 수리가 시작되면 관람이 불가하고, 약 7-8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어쩌면 제게는 이것도 운명적인 타이밍이었던 것... 올해 안에 한번 더 보러 가고 싶다.. 허헣..

앞에서 본 月華門과 반대편에 있는 문인 日華門 닛카몬입니다.

 문 너머로 보이는 격자문과 대나무발이 너무 아름다워...

설명하려는 생각이 있는건지? 사진이 덜렁 이거 한 장 뿐이라 지금의 제가 당황하는 중입니다... 그치만 그럴만해 관심 없을만해...
春興殿 슌코덴이라고 하는 건물입니다. 1915년, 다이쇼 천황의 즉위 때에 神器 신기 3종 중 하나인 거울 八咫鏡 야타노카가미를 안치하기 위한 건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현재에는 이곳에 없고 이세 신궁에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걸어서 지나다녔을 공간

아 너무 좋다.. 

참고로 이건, 清涼殿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대망의(?) 清涼殿 세이료덴. 천황이 일상적 생활을 영위하던 사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앞에서 본 紫宸殿과 비슷하게, 양측에 각각 다른 나무를 장식해두고 있습니다.

건물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왼편(清涼殿은 동쪽을 향하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남쪽 방향)에는 일본 고유 품종인 漢竹 가라타케가, 오른편(북쪽 방향)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품종인 呉竹 구레타케(오죽)가 있습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하얀 천막으로 가려진 네모난 공간이 御帳台 미초다이, 커튼 달린 침대 같은.. 공간입니다. 물론 이 곳에 있는 이것은, 낮 시간대에 천황이 머무르기 위한 곳입니다. 그 앞쪽으로 테두리에 오렌지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둘러진 다다미(이 무늬를 繧繝縁 운겐베리라고 합니다)가 있습니다. 이를 昼御座 히노오마시라고 부르고, 낮 시간에 천황이 앉아 있는 공간입니다. 주변을 둘러놓은 무늬는, 태양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백인일수 카루타에는 각각 가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100명 중 단 세 명만 이 다다미와 함께 그려져 있다고 하네요. 天智天皇 持統天皇 陽成院? 흠ㅎ 맞는듯. 상황과 천황만이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내부 장식은, 헤이안 시대 당시를 재현해두었습니다. 
https://sen9.tistory.com/47

 

마쿠라노소시 제7단. 主上に候ふ御猫は、천황께서 귀여워하시는 고양이는,

第七段。 主上に候ふ御猫(おほんねこ)は、冠賜りて、「命婦(みやうぶ)の貴婦人(おとど)」とて、いと、をかしければ、寵かせ給ふが、端に出でたるを、乳母(めのと)の、馬の命婦、「あな、

sen9.tistory.com

위의 글에서, 清涼殿 내부 조감도를 볼 수 있습니다. 저기서 말했던, 천황이 아침식사를 하는 공간인 朝餉の間 아사가레이노마는, 현재 사진 상에서 보이는 건물의 동쪽 공간과는 반대편으로 있습니다. 문 너머에 있겠네요. 즉 清涼殿은 동쪽을 정면으로 하며, 건물의 서쪽 공간은 아주 사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출입문 위쪽으로 달아 놓은 대나무발의 재현도 아주 좋네요. 세밀한 부분까지 구현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있었습니다. 특히 저도 제가 썼던 위 블로그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천황이 아침 식사를 하던 그 시간에, 고양이인 命婦の貴婦人는 아마 이 清涼殿과 (현재 이 교토어소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後涼殿 고료덴 사이의 공간에서 볕을 쬐고 있었겠지요. 아침 시간일테니, 아마 後涼殿 쪽 기둥에라도 걸터 누워 털을 고르고 있지 않았겠어요? 그러다 쪼르륵, 清涼殿 건물의 朝餉の間로 도망쳐 들어갔겠지요. 그런 상상들을 하면, 물론 현재의 교토어소에는 동일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공간도 많고, 공개되지 않은 공간도 무척이나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도 사람들은 살았었고, 고양이가 귀엽고 강아지가 안쓰러우면서도 아주 똘똘하게 여겨지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의 타이틀은, 전생에 이곳의 개라도... 아 아니다 기왕이면 얻어 맞는 강아지 말고 낼름 건물 안으로 쏙 도망쳐 들어가는 고양이가 낫겠어요.... 

이제 清涼殿을 다시 돌아나와, 紫宸殿의 북동쪽편에 있는 小御所 고고쇼입니다. 이는 중세 이후에 새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특히 에도시대에 무가들과 대면하거나 의식을 행하는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건물들은, 半蔀 하지토미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쪽으로 보이는 문들을 보면 아래쪽 반이 아직 남아있는데, 위쪽 반은 들어 올리고 아래쪽 반은 분리해낼 수 있게 만든 형식입니다. 특히 이 공간은, 1867년 12월 9일(음력) 왕정복고 대호령이 발표된 후 새 정부의 첫 회의가 밤새 이루어진 공간으로 유명합니다. 저녁부터 시작된 이 회의는 새벽 3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고 해요.

바로 옆에는, 회랑과 그 옆에 생긴 공터와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귀족들이 蹴鞠 게마리, 축국을 즐기고 그 모습을 천황이 보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매해 봄과 가을에 이 교토 어소에서는 蹴鞠의 모습을 재현하곤 하는데, 사람들이 입고 있는 狩衣 가리기누 의상은 약 10kg이라고 하니... 제법 운동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회랑으로 이어진 곳에 御学問所 오가쿠몬죠, 학문을 위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 또한 에도시대에 새로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천황이 도쿠가와徳川 가문의 쇼군들과 대면하기 위한 장소로도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의 바로 앞에는 정원이 있습니다. 小池庭 오이케니와, 연못이 있는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5월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 사실 슬며시 이번 여행에서는 藤 등꽃과 菖蒲 창포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원 안쪽의 공간에서 등꽃을 볼 수 있었답니다! 아이 기뻐라.

저는 역시, 벚꽃 흩날리는 봄보다(물론 좋아하긴 하지만) 이 계절을 가장 좋아해요.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그 계절, 덥지도 춥지도 않고 코 끝에 와닿는 공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나뭇잎 사이로 흐트러지는 볕이 사랑스러운 그 계절.

다시 루트를 따라 더 북동쪽으로 가면, 御常御殿 오쓰네고텐이 있습니다. 원래 헤이안 시대 당시에는 清涼殿이 천황의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것과는 달리,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적인 공간을 따로 분리하고자 새로 만든 건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御常御殿의 바로 맞은편에는 또 정원이 있습니다. 御内庭 고나이테이, 이 곳엔 특이한 모양의 돌이나 장식들이 많이 놓여져 있는데 이는 모두 당대 유력 인사들의 선물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창포도 봤어요!! 창포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물가에 있으니 カキツバタ일까..? 음.. 가장 가까운 사진이 이거라 사실 잘 모르겠어요 으하하.

그대로 작은 문을 통과해서 서쪽으로 향하면, 御三間 오미마가 있습니다. 1709년에 따로 독립하여 지어진 건물로, 천황 일가의 사적인 행사 등에 이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 그대로 서쪽으로 향하면, 꽤나 널찍한 공터 같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이곳엔 본래 음식을 조리하는 건물 등이 잔뜩 세워져 있었으나, 화재 위험이 높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철거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는 공터 공간에 벚꽃 등을 잔뜩 세워 현대인의 미적 감각에 맞추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교토 어소 관람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현재 교토 어소 내부는, 남아 있는 건물이 애초에 적기도 하지만 개중에서도 평시에 관람 가능하도록 개방해 둔 공간이 비교적 적습니다.

이 화살표가, 관람 루트이고 관람 가능한 공간을 표시한 그림입니다. 御常御殿 안쪽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천황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데, 서재와 차실이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소의 가장 북쪽 공간은 아주 내밀한 공간으로, 황후가 기거하는 곳입니다. 이 곳도 특별 공개 기간 외에는 공개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특별한 시즌을 노릴 수 밖에...

그러고보니 입구 쪽에 있는 휴게소 공간에서 기념품 판매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겐지모노가타리 테마의 굿즈를 판다고..? 좀 더 공적인게 낫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이 공간 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선 그야 그러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어쨌든 자잘한 굿즈(소장용&선물용)와 함께 가이드북을 샀습니다. 그런데 사고 나서 보니 옆은 또 다른 데에서 운영하는 매장인거예요? 비슷한 가이드북이 '여기 사진 잔뜩 실려 있어요!' 하는 멘트와 함께 놓여있는거예요? 미리 알았으면 비교해보고 샀.. 네 거짓말이죠 그냥 둘 다 샀어요😃 무지성 구매 갈겨...
근데 아닌게 아니라 이 포스팅 쓰면서 이쪽 책에서는 이 내용 참고로 하고 저 책에서는 저 내용 참고 했기 때문에 이게 정답임... 나중에 아악 이 자료 없어!!! 하고 외쳐도 지나간 책은 내 손에 떨어지지 않아... 두 군데 합쳐서 정확히 5천엔 어치 쇼핑을 했더라고요.
사진에 있는 테이블 매트와 병풍은, 구매하진 않았지만 언젠가 저 병풍은 사고 싶을지도... 하는 생각을 하며 교토 어소를 뒤로 하고 나왔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오래 돌아다닌것 같지만... 아니 오래 걸린건 부정할 수 없지만... 아홉시에 입장해서 두시간 반 정도 가이드 투어를 따라다니다가 한 시간 정도 식사 하고, 한 시간 더 혼자 한바퀴 돌고 하니까 약 13시 반 정도가 되었네요. 그러니까 시간으로 따지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린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근데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네요. 오전 오후 일정으로 끊어서 갑니다.... 

 

아니 그니까 나는 가볍게 전체를 개괄하는 포스팅을 먼저 쓰고 싶었는데...? 흑흑...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