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安이야기/枕草子 마쿠라노소시

마쿠라노소시 제7단. 主上に候ふ御猫は、천황께서 귀여워하시는 고양이는,

센. 2024. 1. 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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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七段。

主上に候ふ御猫(おほんねこ)は、冠賜りて、「命婦(みやうぶ)の貴婦人(おとど)」とて、いと、をかしければ、寵かせ給ふが、端に出でたるを、乳母(めのと)の、馬の命婦、「あな、正無や。入り給へ」と呼ぶに、聞かで、陽の射し当たりたるに、打ち眠りて居たるを、脅すとて、(馬の命婦)「翁丸(おきなまろ)、何ら。命婦の貴婦人、食へ」と言ふに、真かとて、痴れ者、走り掛かりたれば、怯え惑ひて、御簾(みす)の中に、入りぬ。朝餉(あさがれひ)の間に、上は、御座します。御覧じて、いみじう、驚かせ給ふ。猫は、御懐に入れさせ給ひて、男ども召せば、蔵人(くらうど)・忠隆(ただたか)、参りたるに、(一条天皇)「この翁丸、打ち調じて、犬島へ遺はせ。唯今」と、仰せらるれば、集まりて、狩り騒ぐ。馬の命婦も、苛みて、(天皇)「乳母、変へてむ。いと、後ろべたし」と、仰せらるれば、畏まりて、御前にも出でず。犬は、狩り出でて、滝口などして、追ひ遣はしつ。

「哀れ、いみじく揺るぎ歩きつるものを。三月三日に、頭の弁、柳の鬘ををせさせ、桃の花、挿頭に挿させ、桜、腰に挿させなどして、歩かせ給ひし折、斯かる目、見むとは、思ひ掛けけむや」と、哀れがる。「御膳の折は、必ず、向かひ候ふに、寂々しくこそ有れ」など言ひて、三日・四日に成りぬ。

昼つ方、犬の、いみじく鳴く声のすれば、(清少納言)「何ぞの犬の、斯く、久しく、鳴くにか有らむ」と聞くに、万の犬ども、走り騒ぎ、訪らひに行き、御厠人(みかはやうど)なる者、走り来て、「あな、いみじ。犬を、蔵人、二人して、打ち給ひ、死ぬべし。流させ給ひけるが、帰り参りたるとて、調じ給ふ」と言ふ。心憂の事や。翁丸なり。「忠隆(ただたか)・実房(さねふさ)なむ、打つ」と言へば、制しに遣る程に、辛うじて、鳴き止みぬ。「死にければ、門の外に、引き捨てつ」と言へば、哀れがりなどする夕つ方、いみじげに腫れ、浅ましげなる犬の、侘びし気なるが、戦慄き歩けば、「哀れ、丸か。斯かる犬やは、此の頃は、見ゆる」など言ふに、「翁丸」と呼べど、耳にも聞き入れず。「其れぞ」と言ひ、「有らず」と言ひ、口々、申せば、(中宮)「右近ぞ、見知りたる。呼べ」とて、下なるを、「先づ、頓の事」とて召せば、参りたり。(中宮)「此は、翁丸か」と、見せさせ給ふに、(右近)「似て侍れども、此は、ゆゆしげにこそ、侍るめれ。又、「翁丸」と呼べば、喜びて、参で来るものを、呼べど、寄り来ず。有らぬなめり。其れは、打ち殺して、捨て侍りぬ、とこそ申しつれ。さる者どもの、二人して、打たむには、生きなむや」と申せば、心憂がらせ給ふ。暗う成りて、物、食はせたれど、食はねば、有らぬ物に、言ひなして、止みぬる。

つとめて、御梳髪(おほんけづりぐし)に参り、御手水(おほんてうづ)参りて、御鏡(おほんかがみ)持たせて、御覧ずれば、候ふに、犬の、柱の許に、突い居たるを、(清少納言)「哀れ、昨日、翁丸を、いみじう打ちしかな。死にけむこそ、悲しけれ。何の身にか、此の度は成りぬらむ。如何に、侘びしき心地しけむ」と、打ち言ふ程に、此の寝たる犬、震ひ戦慄きて、涙を、唯落としに、落とす。「いと、あさまし。然は、此れ、翁丸にこそ、有りけれ。昨夜は、隠れ忍びて、有るなりけり」と、哀れにて、をかしき事、限り無し。御鏡をも、打ち置きて、(清少納言)「然は、翁丸」と言ふに、平伏して、いみじく鳴く。

御前にも、打ち笑はせ給ふ。人々、参り集まりて、右近の内侍召して、(中宮)「斯く」まど、仰せらるれば、笑ひ罵るを、上にも聞こし召して、渡らせ御座しまして、(天皇)「あさましう、犬なども、斯かる心、有る物なりけり」と、笑はせ給ふ。上の女房達なども、聞きに、参り集まりて、呼ぶにも、今ぞ、立ち動く。猶、顔など、腫れためり。(清少納言)「物、調ぜさせばや」と言へば、(中宮)「終に、言ひあらはしつる」など、笑はせ給ふに、忠隆(ただたか)、聞きて、台盤所(だいばんどころ)の方より、(源忠隆)「真にや侍らむ。彼、見侍らむ」と言ひたれば、(清少納言)「あな、ゆゆし。然る物、無し」と言はすれば、(忠隆)「然りとも、終に見付くる折も、侍らむ。然のみも、え隠させ給はじ」と言ふなり。

然て、後、畏り勘事、許されて、元の様に、成りにき。猶、哀れがられて、震ひ鳴き出でたり程こそ、世に知らず、をかしく、哀れなりしか。人々にも言はれて、鳴きなどす。

천황께서 귀여워 하시는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는 태어났을 때에 천황의 어머니인 히가시산조인님이나 좌대신(左大臣, さだいじん/藤原道長 후지와라노미치나가)님께서 키워주셨다. 게다가 종5위 관직까지 받아 '묘부 귀부인命婦の貴婦人(みょうぶのおとど)'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양육 담당자는 유모로 임명받는 등, 무척이나 총애받는 모습이었다. 이 고양이가, 높은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게 정원 근처 방 끝까지 나와 있는 모습을 고양이 양육 담당자(유모)인 馬の命婦(うまのみょうぶ)가 발견하고선 '아이고, 이렇게 예절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시다니. 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하고 불러도 들은 체 않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에서 볕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걸 혼내주려고 '오키나마루翁丸야, 이쪽으로 오렴. 묘부 귀부인을 콱 물어버려' 하고 말했다. 그게 정말인줄 알고, 바보 같은 노견 오키나마루가 고양이를 향해 달려가니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 천황이 계신 방의 발 안으로 도망쳐 버렸다. 천황께서는 그 때에 아침 식사를 드시는 '朝餉の間(あさがれいのま)'에 계셔서, 개가 고양이를 쫓으며 난리를 피우는 것을 직접 보시고, 무척이나 놀라셨다. 천황께서 고양이를 옷섶에 넣어 안으시고 남자들을 부르자, 藏人(くろうど)인 源忠隆(みなもとのただたか) 미나모토노 타다타카가 왔으니, 천황께서 '이 오키나마루를 따끔하게 혼내어 犬島(いぬしま)에 갖다 버려라. 지금 당장' 하시며 말씀하시니 여럿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다. 馬の命婦(うまのみょうぶ)에 대해서도 크게 화를 내시며 '사육 담당을 당장 바꾸거라. 이런 일이 있어서는, 고양이의 앞으로가 무척이나 불안하다' 하고 말씀하셨기에 馬の命婦(うまのみょうぶ)는 명령을 받들어 고향에서 칩거하며 천황 앞에는 두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개는 금방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끌어내어져, 滝口(たきぐち) 무사 등에게 결박당해 궁궐에서 추방당하고, 멀리 쫓겨났다.

'아이 참, 불쌍하게 됬네요, 오키나마루는. 그렇게나 무척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다녔었는데. 3월 3일에는 頭の弁(とうのべん)인 藤原行成 후지와라노 유키나리님이, 버들나무 가지로 만든 가발을 머리에 씌우고 복숭아 꽃을 거기에 꽂아 꽃장식까지 달고, 벚나무 가지를 꺾어 허리에 검처럼 꽂아 오키나마루를 걷게 하셨었는데 말이예요. 그때는 이렇게나 슬픈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텐데요.' 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천황께서 식사를 하실 때는 꼭 오키나마루가 바로 옆 정원에서 천황님과 마주보듯이 앉아 남은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모습도 보지 못할거라 생각하니 쓸쓸하게 되었네요' 하고 모두들 이야기 하면서 사나흘이 흘렀다.

점심 즈음이 되어, 개가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려 '어디 사는 개가 이렇게 길게 우는 걸까' 하고 내가 묻자, 궁궐에 있는 모든 개가 한꺼번에 달려 울고 있는 개 주변에서 슬퍼하고 있다. 궁궐 청소를 담당하는 여종인 御厠人(みかわやうど)가, 내쪽으로 달려와서 '아이, 큰일이예요. 불쌍하게 藏人(くろうど) 둘이 달려들어 개를 흠씬 두드려 패고 계세요. 이대로면 개는 죽어버릴거예요. 천황께서 귀양 보내셨던 개가 돌아왔다며 혼내주려고 하고 계세요' 라고 말했다. 어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그 비명소리는, 오키나마루의 소리였던 것이다. '忠隆타다타카님과 藤原実方(ふじわらのさねふさ) 후지와라노 사네후사 님이, 개를 호되게 구타하고 계셔요' 라고 말하길래, 멈추시도록 말을 올리니 그제야 겨우 개의 비명도 멎었다. '죽어버렸으니 문 밖으로 끌고 나가 버리고 왔습니다' 라고 하길래, 불쌍해하며 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에, 그 날 저녁 무렵, 엄청 부어오른 몸으로 보기에도 처참한 모습을 한 개가 괴로운듯이 몸을 바르르 떨며 걷고 있길래 '아아, 오키나마루니. 불쌍하게도. 이렇게나 크게 아파하는 개를 최근에 보신 적이 있나요, 여러분' 하고, 저마다 말한다. 모두가 '오키나마루' 하고 부르지만 그 개는 전혀 반응도 없다. 그래서 다들 '오키나마루다', '아니다, 다른 개다' 하며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자 황후께서 '천황 폐하의 시종을 들고 있는 右近(うこん)의 내시内侍(ないし) 라면, 오키나마루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테니, 이리로 불러 오렴' 하고 말씀하셨다. '급한 일이니, 어서' 하셔서 局(つぼね)로 물러가 있던 右近(うこん)이 불려 왔다. 황후께서 '이 개는 오키나마루인가' 하고, 확인시키자 '오키나마루와 닮기는 했으나, 이는 별볼일 없는 개 같습니다. 또한, 평소라면 '오키나마루' 라고 불렀을 때 기뻐하며 금방 가까이 올텐데 이 개는 불러도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오키나마루는 아닌 듯 합니다. '오키나마루는 이미 때려 죽여서 버렸다'고 藏人(くろうど)가 말했습니다. 두 장정이 달려들었으니 무사하지는 못할겁니다' 하고 말씀을 올리자, 황후께서는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셨다. 금세 어두워져 이 개에게 먹을 것을 좀 가져다 줘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모두들, 이 개는 역시 오키나마루가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짓고 이 일은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황후께서 머리를 정리하시고 세수까지 마치시고서 거울을 보고 계셨다. 내가 그 거울을 들고 옆에 있었는데, 그 개가 기둥 근처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아이, 안타까워라. 어제는 너도 참 가엾은 일을 겪었지. 사실, 이전에 오키나마루라는 개가 있어서 잔뜩 두들겨 맞았단다. 오키나마루가 죽어버려서 무척이나 슬퍼. 그 개는 지금쯤이면 다시 태어나서 뭘 하고 있을까? 오죽이나 괴로운 마음이었을텐데 말이야' 하고, 혼잣말처럼 말하자 잠들어 있던 그 개가 갑자기 바르르 떨면서 눈물을 잔뜩 흘리며, 멈추지 못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럼 네가 그 오키나마루가 맞구나. 지난 밤에는 정체를 감추려고 했던거구나' 하고,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감동스럽기도 했다. 내가 들고 있던 황후 폐하의 거울을 바닥에 내려 놓고 '역시, 오키나마루였구나' 라고 말하자, 넙죽 엎드려 또 한껏 울었다.

황후께서도, 빙긋 미소짓고 계신다. 사람들이 황후 곁으로 모여들고 右近(うこん)의 내시内侍(ないし)도 불려와 이 일의 경위를 황후께서 직접 이야기해주시자, 모두 안심하고 밝은 웃음 소리가 터져나온다. 그걸 듣고 천황께서도 이쪽으로 오셔서 즐기신다. '한낱 미물인 개에게도, 사람과 같은 마음이나 감정이 있나보구나' 하고 미소를 지으신다. 천황 폐하의 여시종들도, 이 이야기를 들으러 모여들었다. 이제는 누가 '오키나마루'라고 불러도 부른 사람 곁으로 쪼르르 다가간다. 여전히, 얼굴 같은 곳은 부어 있는 모습인채로. 내가 '약을 지어 상처에 발라주시지요' 하고 간청드리자, 황후께서 '이 개가 오키나마루인걸 알아채고 밝혀낸 것은 그대였지요' 하고, 재미있다는듯이 웃으신다. 그런데, 忠隆타다타카가 이 소동을 들었는지 여시종들이 모여 있는 台盤所(だいばんどころ)까지 찾아와 '오키나마루가 살아 있다는게 사실인가요. 어디, 좀 봅시다' 하고 물어보고 있자 내가, '아이, 무서워라. 그런 이름을 한 개는 여기는 없습니다' 하고 말하게 시키자 '그렇게 말하셔도, 마지막에는 발견 되겠죠. 그렇게 간단하게 숨겨 둔 채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겝니다' 하고 협박처럼 내뱉고 가버린 것은, 집요한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정말이지 싫은 사람이다.

그러나, 후일에, 천황께서 이 책임과 추방 처분을 면하게 하여, 오키나마루는 예전처럼 모두에게 귀여움 받았다. 그렇다고 해도, 나를 시작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정 받고, 오들오들 떨면서도 울며 나왔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이런 일이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 속을 깊이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이 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는건지, 행복을 되찾은 오키나마루가 울음을 우는 것이었다.


마쿠라노소시 제7단 입니다(제가 읽는 책 기준). 너무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이지 않나요? 고양이와 강아지의 성향이 눈 앞에 그려지는듯이 표현된 단이라, 이건 꼭 포스팅을 해야겠어! 하는 기분이 들어버려서 다른 글이 잔뜩 쌓여 있는데도 이걸 먼저 쓰고 있답니다. 하하.

아마 분명히, 고양이는 이런 모습으로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에서 노곤노곤하게, 제 털이나 고르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을거예요. 그렇다고 냉큼 자기를 귀여워 해주는 천황을 찾아서 가다니... 역시 똑똑하네요..!! 제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저 모습이 너무너무 상상 되는데, 아마 양육 담당자인 유모는 밥은 챙겨줄지언정 고양이를 예뻐하지는 않았나봐요. 천황한테 잔뜩 귀여움을 받고, 그걸 너무너무 잘 알았으니 저랬겠죠?

命婦の貴婦人, 묘부 귀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제법 귀엽고 웃기지 않나요? 命婦(みょうぶ)명부란, 여성 관직 중 하나입니다. 율령제 하에서는 5위 이상인 관직에 있는 여성 본인이거나, 남편 또는 아버지가 5위 이상 관직에 있는 여성을 가리킵니다. 그치만 헤이안 중기 이후에는 중급 여성 관직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었나봐요. 아무튼, 이러나 저러나 고양이에게 관직을 내린다는건 흔하게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하필 이 고양이의 양육 담당으로 임명한 사람도, 이름(?)이 馬の命婦(うまのみょうぶ) '말 명부'입니다. 이건, 관직명은 아니고 이름 대신 불린 명칭입니다. 清少納言 세이쇼나곤이나 紫式部 무라사키시키부 등과도 같은 역할의 명칭이죠. 아마 이 양육 담당자의 가까운 사람(남편 혹은 아버지)이 말 사육장의 최고 담당자(앞의 '명부'를 붙일 수 있는 여성, 임을 상상하면 관직의 급이 5위 이상)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궁궐에 들어간 여성들은 본인의 이름 대신, 성이나 남편 혹은 아버지의 관직명을 따서 자신의 '펜네임'을 지었거든요. 세이쇼나곤은 자신의 성, 清原에서 清 한 글자를 따오고, 헤이안 시대 관직명이었던 小納言 을 붙여서 자신의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세이쇼나곤 주변인 중에서 小納言 관직까지 오른 사람이 딱히 발견되지 않아, 이 이름은 황후에게 하사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설이 있습니다)

清涼殿(せいりょうでん)세이료덴은 궁궐 내리内裏에 있는 전각 중 하나였습니다. 이곳은 천황이 일상 생활을 보내는 건물이었죠. 현재 교토에는, 헤이안 당시의 형태를 복원해두었다고 합니다. 왼쪽의 그림이 내리의 평면도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리키는 2번이 세이료덴이고, 오른쪽이 세이료덴의 평면도입니다. 이 중 21번이 朝餉の間(あさがれいのま) 아사가레이노마, 천황이 간단한 식사를 하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그 옆에 붙어있는 20번은 御手水間(おちょうずのま)로 세수하는곳, 그 반대편으로 붙어있는 台盤所(だいばんどころ)는 여시종들이 모여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공간입니다. 윗글에서도 등장하고 있죠.

참고로, 세이쇼나곤이 모시고 있던 황후 定子가 기거하고 있던 공간은, 위 왼쪽 그림의 登華殿(とうかでん)이었다고 합니다. 규모는 남북으로 9칸(약 25미터), 동서로 4칸(약 10미터)로 추측됩니다. 위 오른쪽 그림이 남북으로 9칸, 동서로 5칸이라고 생각해보면, 아마 세이료덴보다는 작지만 비슷한 크기였겠죠? 이런 식으로 구조를 상상하다 보면, 그 시대 궁궐 사람들의 생활도 약간은 손에 잡히는것 같습니다. 

오른쪽 그림의, 위쪽에 걸린 것이 얇은 대나무나 갈대 등을 엮어 짠 발, 御簾(みす)입니다. 우차나 방 주변에 걸어 실외와 실내를 분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헤이안 시대 공통적인 실내 구조 형식인 寝殿造(しんでんづくり) 신덴즈쿠리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 이곳에서 천황은 간단하게 사적인 식사를 하고 있었으니, 御簾를 다 내린 채로 있었던게 아닐까요? 그걸 고양이가 쏙 하고 들어갔으니 제법 귀여운 모습이긴 했겠습니다(?)
이곳의 맞은편은, 작은 정원이었습니다. 壺(庭)라고 불리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에 작은 정원을 마련한거죠. 

藏人(くろうど)에 대해서는... 3단 글에서 다시 쓰겠습니다.. 흑흑..

그러고보면 고양이에 대해서는, 이 이전 시대에도 천황의 총애를 받으며 궁궐에서 길러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마쿠라노소시 중에서도, 고양이는 검은 털에 배 부분이 하얀게 가장 좋다, 하는 문장이 있는걸 보면 묘부 귀부인은 배가 하얀 '턱시도 무늬'의 고양이였을까요?

翁丸 오키나마루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결과적으로는 당당하게 돌아와서 행복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翁 옹 글자를 붙인 걸 보면 제법 나이가 있는 강아지였나? 하는 추측도 됩니다. 그나저나 3월 3일의 오키나마루의 모양새는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너무 귀엽네요. 3월 3일(음력)은 上巳(じょうみ)の節句를 가리킵니다. 현대 일본에서는 인형을 꾸미는 '히나마츠리'의 명절로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봄을 맞이하는 중요한 명절이었을텐데 이전에 쓴 글에서도 3월 3일은 복숭아 꽃이 얼굴을 내민다고 세이쇼나곤이 쓰고 있죠. 이 날에 頭の弁(とうのべん)인 藤原行成 후지와라노 유키나리님께서 오키나마루를... 아 귀엽네요;; (?) 참고로 頭の弁(とうのべん) 도노벤은, 藏人(くろうど)의 실질적 수장인 관직을 가리킵니다.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건, 가발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아마 머리 장식이었을겁니다. 헤어스타일을 구현하기보다는 모자 모양을 모사한 형태였을걸로 추측됩니다. 거기에 막 피기 시작한 복숭아 꽃을 꽂아주고, 벚나무 가지는 검처럼 허리에 매어주고요. 명절을 맞이해 왁자지껄 부산스러운 궁궐 안을,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었을 오키나마루의 모습이 상상되네요. 

아마 오키나마루는 일본 전통적인 개 종류인 시바견이었을까요? 묘부 귀부인도 오키나마루도, 무척이나 귀여운 모습이었겠죠?
역사 속에서 고양이와 강아지가 무척이나 귀여움을 받는, 이런 생생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게 너무 좋아서 부랴부랴 포스팅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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