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歌이야기/古今和歌集 고금와카집

唐衣の歌 / 在原業平 아리와라노나리히라

센. 2013. 11. 1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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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衣 きつつなれにし つましあれば はるばるきぬる をしぞ
からころも きつつなれにし つましあれば はるばるきぬる たびをしぞおもふ

                                                     - 在原業平

[현대어 해석]
かきつばたの花を見ると、着慣れた唐衣のようになれ親しんだ妻を都に残して来た事が思い浮かんで、はるかここまでやって来た旅の辛さをしみじみと感じる。
카키츠바타(제비붓꽃) 꽃을 보니, 익숙한 당의를 걸쳐 입은듯 정든 부인을 수도에 남겨 두고 온 일이 마음에 떠올라, 먼 이 곳까지 온 여행의 괴로움에 몸서리 쳐지네.

在原業平(ありわらのなりひら)의 시입니다. 나리히라는 백인일수의 17번 ちはやぶる의 노래를 읊은 가인으로도 유명하죠. 해당 글에서도 설명했으나, 나리히라는 잘생긴 외모 뿐만 아니라 시를 짓는 실력도 뛰어난 것으로 무척이나 유명했습니다.
이 시는 古今和歌集(こきんわかしゅう) 고금와카집에 실려 있는 시로, 수도를 떠나 東国 동쪽 지방으로 여행 할 때에 읊은 노래입니다. 나리히라를 모델로 썼다는 소설 伊勢物語 이세모노가타리 9단에도 실려 있다고 합니다.

나리히라는 수도인 교토를 떠나 동쪽 지방으로 여행 하던 도중, 三河国(みかわのくに) 미카와노쿠니의 八橋(やつはし) 야츠하시라는 곳에 당도하게 됩니다. 이곳은 현재 아이치현 치류시 야츠하시라는 지명으로 남아있습니다(愛知県知立市八橋). 이 지역을 흐르는 逢妻(あいづま) 아이즈마 강이 여덟개 줄기로 갈라져 여덟개의 다리가 세워졌기 때문에 八橋, 여덟개의 다리 라는 지명이 붙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지역은 강변을 따라 핀 かきつばた 제비붓꽃이 무척이나 아름답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나리히라는 이 시를 읊었습니다.
か・き・つ・ば・た의 각 앞글자를 따서 시를 지으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랑하는 부인에 대한 그리움과 여행의 고단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강의 명칭 또한 逢妻(あいづま) 부인을 만나는 강이라서 더더욱 나리히라는 부인을 떠올리며 시를 쓴 게 아닐까요?

 

이 이야기는 단지 かきつばた 꽃과 나리히라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和菓子(わがし) 화과자를 알고 계신가요? 일본의 전통과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헤이안의 수도였던 교토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더욱 특별히 여겨 京菓子(きょうがし) 교가시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교가시는, 맛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또한 중요시됩니다. 특히나, 和歌와도 비슷하게 각 계절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봄에는 매화나 벚꽃, 유채 등을 활용하고 여름은 시원한 분위기의 과자를 만듭니다. 붉은 잉어가 헤엄치는 강물, 혹은 수국 등이죠. 가을은 붉은 단풍이나 열매가 맺는 풍경을 묘사합니다. 실제로도 천년 전 헤이안 시대 귀족들이 즐긴 문화로부터 전해내려져 왔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和歌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唐衣(からころも), 당의라는 이름이 붙은 과자가 있습니다. 명칭은 당의(옷)이지만, 형태로는 5월에 피는 제비붓꽃의 모양새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의'와 '제비붓꽃'의 연관성은, 당연하게도 앞에서 이야기한 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메이저한 것은 위와 같은 형태입니다. 붓꽃의 모양을 묘사하면서도, 옷자락 같은 분위기도 분명히 느껴지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약간은 다른 형태로 만들어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것은 은은한 보랏빛을 사용해 꽃잎의 모양을 표현하고 있고, 5월에 만들어지는 과자라는 점이죠. 앞에서 소개한 나리히라의 시는 일본 내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한 노래인 만큼, 5월이 되어 가게에 늘어선 은은한 보랏빛의 唐衣 '당의' 라는 화과자를 보면, 5월의 강가에서 제비붓꽃이 흐드러진 풍경을 보며 수도에 두고 온 부인을 떠올리는 나리히라의 이야기를 연관시켜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위 시는 한국인인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림(?) 한 장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화투패에서 5월을 가리키는 패 중 하나인 이것입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것이 보랏빛의 붓꽃이고, 아래쪽에 보이는 것이 八橋라는 명칭이 붙은 다리입니다. 이 패를 가리켜 「菖蒲(あやめ)に八橋(やつはし)」라고 부릅니다.

 

 

八橋 야츠하시는, 작은 강이나 호수 등에 지은 다리로, 폭이 좁은 나무판 여러 장을 이용하여 구불구불하게 연결해 놓은 형태를 가리킵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かきつばた 제비붓꽃이 유명했던 지명으로도 차용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비붓꽃과 함께 그림 등에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나리히라도, 이 구불구불한 다리 위에서 제비붓꽃을 바라보며 시를 읊었겠죠.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해당 화투패에는 かきつばた가 아니라 あやめ라는 이름이 붙어있죠.

순서대로 カキツバタ 제비붓꽃, あやめ 붓꽃/창포, ハナショウブ 꽃창포

위의 그림에서 보이듯이, 엄밀히 따지면 다른 종류의 꽃이긴 합니다만, あやめ의 한자 표기인 菖蒲가 '승부'를 가리키는 勝負와 같은 발음으로도 읽히기 때문에, 화투패를 이용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의미를 담고자 かきつばた가 아닌 菖蒲(あやめ)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아 唐衣 당의 얘기도 하고 싶다.. 명칭에는 '당나라'라고 들어가는데,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여성용 예복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이다니 재미있죠... 재미있다고요... 그거랑 야츠하시라는 명칭이 붙은 교토 명물인 다른 과자 얘기도.. 나는 별로 취향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튼 늘 생각하지만, 천년 전 문화인데도 여전히 어디에선가 이어져 내려오며 살아 숨쉬고 있다는게 흥미롭고 부럽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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