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歌이야기/古今和歌集 고금와카집

고금와카집 170. かはかせの / 紀貫之 기노츠라유키, 171. わかせこか / 작자미상

센. 2024. 2. 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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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나)

河風の すずしくもあるか うちよする とともにや つらむ
かはかせの すすしくもあるか うちよする なみとともにや あきはたつらむ
                                                     - 紀貫之

[현대어 해석]
川風がこんなにも涼しい。岸に打ち寄せて立つ波とともに、秋も立つだろう。
강바람이 이렇게도 시원하다니. 강변에 밀려 와 솟아 오르는 파도처럼, 가을도 솟아 오르겠지.

古今和歌集 巻四:秋上 고금와카집 권4, 가을을 주제로 한 상권에 실린 170번, 紀貫之(きのつらゆき)(868?~945)의 시입니다. 시 앞에 붙는 詞書(ことばがき) 고토바가키에, 아래와 같이 적어두고 있습니다.
秋立つ日、うへのをのことも賀茂の河原に川逍遥しけるともにまかりてよめる 입추 날, 높은 분들이 가모가와 강변에 놀러 나가는데에 함께 따라 나가 불렀다. 
'秋' 가을이 '立つ' 서는 날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立秋, 입추 날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표현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한국어에서도 일본어에서도, 명사는 동사 앞에 오지만 한문에서는 이 경우, 서술어와 보어 관계로 동사가 앞에, 명사가 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걸 일본어식으로 풀어 「秋立つ」라고 적었는데, 이 말 자체는 꽤 흔하게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이 글자에 빗대어 시 속에서도 '파도'가 솟아 오르는 것(立つ)과 '가을'에 들어가는 것(立つ)을 중의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입추는, 양력으로 8월 7~8일 경을 가리킵니다.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이 날은, 당시에 사용하던 음력으로 생각하면 7월 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현대에도 그렇지만 8월 초는 아직 무더위가 한창일때죠. 사실 시의 내용만 보았을때 '가을 바람'을 선선하다고 표현하는 것에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절기 상으로 가을로 들어서는 날이고, 그런 날을 맞이하여 윗분들이 강변에 놀러 나갈때 따라 나갔다가, 그럼 네가 한 수 좀 읊어봐라(ㅋㅋ) 하시길래 멋드러지게 '입추날'을 활용해 강변의 바람은 선선하군요. 마침 파도도 밀려 오니 가을도 이처럼 밀려 오고 있을겁니다, 하고 노래를 했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게 제법 뿌듯해서 자신이 편찬한 시집에도 싣게 되는 것까지가 완성입니다.... 네(ㅋㅋ) 그치만 정말로,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고 그 날의 풍경과 선선한 바람과, 앞으로 다가올 가을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 같은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노래입니다. 

 

わがせこが のすそを し うらめづらしき のはつ
わかせこか ころものすそを ふきかへし うらめつらしき あきのはつかせ

                                                     - 読人しらす

[현대어 해석]
やさしく風が吹いて、夫の服の裾を裏返しているのは、とても珍しい秋の初風。
바람이 불어와 남편의 옷 소매를 뒤집어 보여주는건, 보기 드문 가을의 첫 바람. (가을을 알리는 바람)

古今和歌集 巻四:秋上 고금와카집 권4, 가을을 주제로 한 상권에 실린 171번 시입니다. 앞의 시와 이어지는 순서입니다. 이 시는 주제와 작자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背子(せこ)는, 여성의 입장에서 친분이 있는 남성을 부르는 말입니다. 주로 남편이나 애인을 가리킵니다. 한자를 읽으면 '배자'가 되는데, 의복의 일종을 일컫는 말이기도 해서 어떤 관련이 있는걸까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의복의 일종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나라시대부터 헤이안 시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착용했던 여성용 朝服, 예복 중의 소매가 없는 짧은 상의를 일컫습니다. 일종의 조끼 같은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한복에서도 찾을 수 있는 '배자'는 마찬가지로 조끼 형태이죠. 이 경우엔 여성용과 남성용 둘 다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엔 여성 의복에서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말했던 '친근한 남성'을 부르는 명칭과 어떻게 연관을 지을지는 모호하네요... 그러한 해석이 딱히 발견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대에 두 가지 의미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니 연관은 있을 것 같지 말입니다........

앞구 전체는 「うらめづらしき」의 「うら」 부분에 걸리는 枕詞 입니다. うらめづらしき는, うら+めずらしい 같은 식의 일종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 심정과 관련된 뜻입니다. 물론 동시에 바람이 소매로 불어와 천의 「うら」, 안쪽 면을 뒤집어 보여준다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죠.
마음 속 깊이 희귀하고 신기하다고 여기는 바람이 불어와, 남편의 소매를 뒤집어 보여주는 걸 보니 슬슬 가을이 오는구나, 가을의 첫 바람이 불어오는구나, 하는 감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関戸本古今集 伝藤原行成 / 나리타산 서도 미술관

그리고 이 두 수를 함께 소개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전시회에서 보고 온 이 작품 때문입니다. 하하. 물론 かな書道의 길에서(?) 어느 시점이 되면 정식으로 고금와카집을 따라 쓰면서 공부하게 되겠지만 저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긴 한데.. 그냥 보고 온 작품의 아름다움을 다시 곱씹어 보고, 어떤 의미의 시를 어떤 글자로 써내려갔는지 새삼 느껴보고자 간간이 따라 써보곤 하고 있는데요..

휴.. 아직 부끄럽네요.. 게다가 최근에 계속 쓰던 붓이 갈라져버려서 더 엉망이예요.. (새 붓을 받아왔지만 아까워서 개시 못 하는중..)
새삼스럽지만 당시의 글자에는 탁점[゛]을 쓰지 않습니다. 변체가나가 아닌 한자를 쓰는 경우도 거의 없는데, 여기에선 人와 秋만 쓰였군요.

이제 그래도 可(か)와 須(す), 尓(に), 多(た), 三(み) 정도는 확실히 외웠고.. 者(は)와 志(し), 阿(あ), 支(き)도 외우고 싶고. 盤(は)와 裳(も), 그리고 여기엔 없지만 堂(た)가 제법 헷갈리게 생겨서 이건 분명히 구분해서 외우고 싶어요. 아 물론 여기에 쓰인 春(す)도. 
참, 츠라유키 이름에 쓰인 起(き)는 읽긴 읽었는데, 紀라고 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변체가나 표 입니다. 물론 이것만은 아니고.. 이 표는 생각보다 명료하진 않지만 그래도 붙여둡니다. 
전시회에 들고 다니려고 A6 사이즈의 작은 파우치와 노트를 샀어요. 파우치 안에는 노트와 펜이 들어갈테고, 전시회 티켓과 포스트 카드 정도는 들어갈테니까요.

속지는 이렇게 생긴 5mm 방안 노트인데, 여기 가장 첫 페이지에 변체가나를 좀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시회에서 아 저거 뭐였지!! 하는 포인트들이 꽤나 자주 있으니 앞으로도 분명히 그럴거고, 겸사겸사 단어라도 외우듯이 한번 써보면 도움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무튼, 백인일수에 실린 100수를 하나씩 포스팅 하는 것도 아직 안 끝나긴 했지만, 뭐랄까 너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고금와카집으로 넘어 온 것 같은게 스스로도 좀 재미있긴 합니다. 물론 백인일수의 남은 시들도 전부 다 포스팅 하는게 첫번째 목표이긴 합니다..! 사실 와카를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 비슷할텐데, 시대를 망라하고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여 딱 100수를 모아 둔 백인일수는 입문용으로 아주 적절하거든요. 겸사겸사 그 100명의 프로필도 가볍게 훑을 겸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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