みわたせは 柳桜を こきませて 宮こそ春の 錦なりける
みわたせば やなぎさくらを こきまぜて みやこそはるの にしきなりける
- 素性法師
[현대어 해석]
都を見渡すと、柳の緑と桜の紅が混ざったこの都こそが春の錦である。
저 멀리 도읍을 내다보면, 버들의 연둣빛과 벚꽃의 분홍빛이 섞인 이 도읍의 모습이야말로 봄의 비단결 같구나.
古今和歌集 巻一:春上 고금와카집 권1, 봄을 주제로 한 상권에 실린 56번, 素性法師(そせいほうし)(?~?) 소세이 법사의 시입니다. 詞書(ことばがき) 고토바가키에, 아래와 같이 적혀 있습니다.
花さかりに京を見やりてよめる 꽃이 만발한 도읍을 바라보며 읊었다.
어느 시기에 읊은 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가지 상황들로 추측해볼까요. 이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아버지인 僧正遍昭 승정 헨조가 출가하여 승려가 될 때에 比叡山(ひえいざん)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히에이 산은 교토시 북동부 쪽에 있는 산입니다. 현재에도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때에 아버지의 명으로 함께 승려가 되었던 소세이 또한, 함께 히에이 산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히에이 산에서는, 교토 시내에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구글 어스 사진인데, 중심부에 보이는 것이 현재의 교토 고쇼(황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시를 읊은 곳을 히에이 산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꽤 타당하죠? 정말로 그렇다면, 아마 승려가 된지 오래지 않은 시점에 읊었을 것이고, 당장이라도 수행을 그만 두고 도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ㅎㅎ.. 그야 그렇죠.. 따뜻한 봄에, 버드나무의 초록빛과 벚꽃의 분홍빛이 어우러진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당장 달려 가고 싶어질 것 같거든요..
柳(やなぎ)와 桜(さくら), 단어로만 들어도 정말이지 포근한 날씨가 한창인 봄 냄새가 코 끝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둘 다 봄을 알리는 계어 季語 입니다. 버드나무는 2월이 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연둣빛 잎을 틔워내며 봄을 알립니다. 青柳(あをやなぎ) 등의 단어가 쓰인 시도 꽤 많은데, 이는 푸릇하게 움트는 봄의 버드나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夏柳(なつやなぎ) 같은 단어로 여름의 버드나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물가에서 잎을 늘어트리고 가끔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버드나무를 보면, 여름의 풍경이 떠오르죠.
벚꽃은, 말할 것도 없이 봄을 알리는 봄의 화신입니다. 벚꽃은 꽃이 먼저 피어나고 꽃이 완전히 만개하고 나면 슬며시 연둣빛 잎이 고개를 내밉니다. 분홍빛 꽃만 만개했을 때에는 아직 약간 쌀쌀한 날씨인데, 연둣빛의 잎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정말로 따뜻한 봄이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게 하더라고요. 사실, 일반적으로 벚꽃이 만발하는 봄에는 하늘이 새파랗게 맑은 날씨가 흔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분홍빛이 약간 돌지만 여전히 하얀 벚꽃은, 봄이라기엔 약간 채도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곧 봄이 오겠구나, 하는 희망찬 기분이 들게는 하지만 말이예요. 그랬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이제 연둣빛 잎에게 그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따뜻한 볕 냄새가 나는 晩春 만춘이구나, 하게 됩니다.
봄이란 계절은 참 재밌다. 우리는 복수초 피는 1월부터 봄을 이야기하는데, 봄꽃이 만발하고 연둣빛 잎이 돋는 실제 봄 풍경은 4월 말-5월에 시작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봄은 기다림의 계절이란 생각이 든다.
— 이소영 (@soyoung_lee) February 3, 2024
오늘 우연히 이 글을 봤는데, 정말로 봄이란 그렇구나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1월 말에는 향기를 잔뜩 내뿜는 매화를 보고, 조심스레 꽃망울을 올리는 벚꽃을 보고 '아, 봄이 오는구나'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사실 앞의 시에서도 그려내고 있는 시기는, 못해도 4월 중순에서 4월 말 정도일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여전히 오래 남았는데, 저는 2월 초에 벌써 이 시에 대한 내용을 포스팅하며 잔뜩 봄 기분에 젖어 드는 것입니다... 봄은 늘 그립고 늘 사랑스럽고, 늘 기다리게 되는 계절이예요.
【かなの美しさをみせる屈指の名筆】
— 徳川美術館かろやかツイート (@tokubi_nagoya) January 12, 2024
もとは1冊の本から切り取られた作品ですが、
左(個人蔵)では流麗で整った字形、右(当館蔵)ではリズミカルな運筆♪と、書風が変わっています👀
書いた時の気分が伝わってくるような書が楽しめるのも古筆の魅力です🖌#うるわしの古筆 #担当のおすすめ pic.twitter.com/e9US0NLaRD
아무튼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는 이것입니다.. (또) 왼쪽이, 지난 전시회에서 보고 온 関戸本古今和歌集 「みわたせは」입니다. 개인 소장 작품이라 도록에도 실리지 않았고, 디지털 자료도 저 사진 밖에 없더라고요 흑흑.
그치만 사실 이건 좀 애매하게 잘려서, 앞부분에는 고금와카집 55번의 「みてのみや ひとにかたらむ さくら/はな てことにをりて いへつとにせむ」 의 「はな」부터 적혀 있고, 이어서 이 56번의 詞書인 「はなのさかりに京をみやりてよめる」가 적혀 있고, 그 다음 줄에 56번 「みわたせは やなきさくらを こきませて みやこそはるの にしきなりける」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줄에는 57번의 詞書의 「さくらのはなのもとにてとしのおいぬることをなけきて/よめる」 중에 「なけきて」까지가 적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전히 한 수가 다 적혀 있는 것은 이 포스팅에서 소개한 56번 뿐인 것이죠.
56번 시 속에 들어있는 「さ九ら」와, 57번 詞書에 적힌 「さくら」는 각각 조금 다른 형태로 적혀 있는데, 둘 다 너무 좋습니다.. 글씨는 언어를,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분명 이 글씨를 써내려 가면서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桜를 써내려갈때에는 더더욱, 그 꽃잎의 분홍빛을 떠올리며 쓰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56번 시의 「はる」라는 글자도, 정말 그 따뜻한 볕 냄새가 나는 것처럼 무척이나 좋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트위터 글에서 소개하는 두 점은, 한 권의 책에서 각각 분절된 작품인데, 왼쪽이 고금와카집의 56번, 오른쪽이 고금와카집의 540번과 541번이라고 생각하면, 이 두 점 사이에 꽤나 긴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 글에서도 왼쪽은 유려하고 정제된 글씨체라면 오른쪽은 리드미컬한 붓의 움직임이 보이는 식으로 서풍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둘 다 좋아요. 이 작품도 조만간 따라 써봐야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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