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津風 雲の通ひ路 吹き閉ぢよ をとめの姿 しばしとどめむ
あまつかぜ くものかよひじ ふきとぢよ をとめのすがた しばしとどめむ
- 僧正遍照
[현대어 해석]
天を吹く風よ、雲の中の通り道を吹き閉ざしてくれ。美しく舞う乙女たちの姿をもうしばらく地上に留めておきたい。
하늘에 부는 바람이여, 구름 사이로 지나가는 통로를 막아주게. 아름답게 춤추는 무희들의 모습을 조금 더 지상에 잡아두고 싶으니.
僧正遍昭(そうじょうへんじょう)(816~890) 승정 헨조의 시입니다. 헤이안 시대 전기의 승려이자 가인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으로, 출가하여 승려가 되기 전의 이름은 良岑宗貞(よしみねのむねさだ) 요시미네노 무네사다였습니다. 기노 츠라유키가 古今和歌集 고금와카집 서문에서 훌륭한 가인으로 손꼽은 여섯 명, 육가선 六歌仙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승정 헨조입니다.
특히, 츠라유키는 이 서문에서 승정 헨조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僧正遍昭は、歌のさまは得たれどもまことすくなし。승정 헨조는, 시의 모양새는 무척 훌륭하지만 진심이 빈약하다.
하.. 원문 너무 좋지 않나요? 짧은데 함축적으로 쓰인 언어.. 굳이 길게 풀어 의역하고 싶은 기분도 안 들 정도로 너무 좋네요.. 歌のさま.. まことすくなし... 너무 좋아.. (대체)
아무튼, 이 시는 고금와카집 제 17권 잡가 상권의 872번째에도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 함께 실린 詞書를 보면, '五節のまひひめを見てよめる' 라고 시를 읊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五節(ごせち)라는 명절 날에 춤을 추던 무희들을 보고 이 시를 읊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2011년에 교토의 황궁을 특별 공개하면서 五節舞를 재현한 모습입니다. 이는, 일본의 전통적 아악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성들이 추는 춤이었다고 합니다.
五節舞 고세치의 춤은, 주로 음력 11월에 천황이 개최하는 大嘗祭(だいじょうさい)의 豊明節会(とよあかりのせちえ) 에서 4~5명의 여성들이 선보였다고 합니다. 이 행사에서 춤을 추는 여성들은, 公卿(くぎょう) 3위 이상의 귀족 가문의 딸이 두 명, 지방 수령 및 殿上人(てんじょうびと) 4~5위 가문의 딸이 두 명 선발되었고, 이는 각 집안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큰 명예로 여겨졌습니다. 女御(にょご) 천황의 후궁 사이에서 선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헤이안 중기 이후에는 귀족 가문의 여성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점차 중급 귀족 가문에게만 그 역할을 떠넘기게 되기도 했지만, 헤이안 전기 까지만 하더라도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아주 큰 명예로 여겼고, 이를 통해 직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춤은, 아스카 시대의 天武天皇 덴무 천황 때에 吉野 요시노 지역(현재 나라현 요시노군 일대)에 선녀가 내려와 소매를 다섯 번 흔들며 춤을 추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면 헨조가 고세치 춤을 추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선녀의 모습에 비유해 선녀가 하늘로 돌아가지 않도록 잠시만 바람이 불어 구름 사이 길을 막아주길 바란다며 시를 읊은 마음이 이해되는 듯 합니다.
헨조는, 비록 출가하여 승려가 되기는 했지만 출가 전에는 미남자로 이름을 떨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小野小町 오노노코마치와 연애 관계에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와 주고 받은 시가 몇 수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헨조는 헤이안 쿄로 도읍을 옮긴 桓武天皇 간무 천황의 손자로 태어났습니다. 간무 천황과 직급이 낮은 여성 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헨조의 아버지인 良岑安世(よしみねのやすよ)였죠. 천황이 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으나, 야스요는 大納言 다이나곤까지 승진하는 등 안정적으로 출세길을 걷습니다. 그러한 집안에 태어난 헨조, 요시미네노 무네사다 또한 仁明天皇 닌묘 천황에게 총애를 받으면서 엘리트의 길을 걷습니다. 그러한 젊은 시기의 무네사다가 읊은 것이 바로 앞에서 소개한 시입니다.
'승려'로써 이름을 올리면서, 춤추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선택되었다는 건 조금 모순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헨조가 아닌 무네사다로써의 젊을 적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기회가 되면 오노노코마치와 주고 받은 시도 소개해보고 싶네요.
'和歌이야기 > 百人一首 백인일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인일수 21. 今来むと / 素性法師 소세이 법사 (0) | 2024.02.04 |
---|---|
백인일수 33. ひさかたの / 紀友則 기노도모노리 (1) | 2024.01.19 |
백인일수 31. 朝ぼらけ / 坂上是則 사카노우에노고레노리 (0) | 2024.01.13 |
백인일수 50. 君がため / 藤原義孝 후지와라노 요시타카 (0) | 2024.01.10 |
백인일수 45. あわれとも / 謙徳公 겸덕공, 후지와라노 고레타다 (0) | 2024.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