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歌이야기/百人一首 백인일수

백인일수 21. 今来むと / 素性法師 소세이 법사

센. 2024. 2. 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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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https://unsplash.com/)

今来むと ひしばかりに 長月の 有明でつるかな
いまこむと いひしばかりに ながつきに ありあけのつきを まちいでつるかな

                                                     - 素性法師

[현대어 해석]
あなたがすぐに来ると言ったばかりに、九月の夜長を待っていたらいつの間にか有明の月が出てしまった。
금방 오겠다고 하시길래 그 말만 믿고 9월의 긴 밤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새벽달이 떠오르고 있네.

素性法師(そせいほうし)(?~?) 소세이 법사의 시입니다. 헤이안 시대 전기에서 중기 사이에 활약한 가인이자 승려이고, 僧正遍昭 승정 헨조의 아들입니다. 헨조가 닌묘 천황의 죽음을 계기로 출가했을때에, 아버지의 명으로 소세이 또한 함께 출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소세이 또한 출가하고 싶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이 시는, 소세이 법사가 여성 화자를 상정하고 읊은 시입니다. 長月(ながつき)는, 음력 9월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밤이 긴 계절이라는 의미로 붙은 명칭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동짓날 전후가 가장 길겠지만 말이예요. 상대 남성이 '금방 가겠다' 라고 말하길래 그럼 마침 밤이 길다고 하는 9월이라, 그 긴 밤을 함께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새벽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有明の月(ありあけのつき)는,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설명했지만 음력 16일부터, 즉 보름달이 지난 후 점차 작아져가며 달이 뜨는 시각이 늦어져 새벽녘에도 하늘에 남아 있는 달을 가리킵니다. 음력 9월에 읊은 시라고 생각하면, 아마 9월 16일 이후였을테니 밤이 꽤나 긴 날이기는 했을 것 같네요. 
사실 이 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가겠다고 하길래 오늘 하룻밤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어느 새 새벽달이 떠오르는 아침이 밝아온다는 의미와,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더니 어느샌가 9월, 새벽달이 떠오르는 계절이 되었네, 하는 의미입니다. 시의 단편적인 정보를 조합하려고 하면 전자의 의미가 더 적절할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왠지 이 시 전체에 담긴 감정이 후자의 의미로 읽히더라고요. 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쓸쓸하고 헛헛한 감정이, 단순히 하룻밤의 일은 아닐 것 같아서 그런걸까요?

그러고보니, 이 시가 '여성 화자'를 상정했다는 설명을 하려면 헤이안 시대 당시의 시대상을 조금 살펴 볼 필요가 있네요. 이 시의 화자는 상대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혼인 풍습은 妻問婚(つまどいこん)이라 부르는데, 이는 아스카, 나라 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풍습이며, 여기에는 모권 중심 사회의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보통 아이는 여성의 집안에서 양육하고, 집안의 재산은 딸에게 상속됩니다.
이 풍습에서는 남성들이 여성의 집을 직접 찾아가 구혼합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노래를 써서 전달하고, 여성이 거기에 응하면 그때부터 관계가 진전되는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고 느꼈을 때에 남성이 3일 간 연속하여 여성의 집을 찾아가고, 셋째 날 아침에 결혼 의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정식으로 결혼 관계를 인정 받게 됩니다. 

이처럼, 두 사람이 만나려면 남성이 여성의 집을 찾아 가야만 하는 시대에 '곧 만나러 가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남성일 것이고, 그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여성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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