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ぼらけ 有明の月と 見るまでに 吉野の里に 降れる白雪
あさぼらけ ありあけのつきと みるまでに よしののさとに ふれるしらゆき
- 坂上是則
[현대어 해석]
空がかすかに明るくなってくる明け方頃、有明の月かと思うほど、吉野の里に白雪が降り積もっている
하늘이 약간 밝아 오는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녘에, 새벽달인가 생각할 정도로 吉野 요시노 마을에 흰 눈이 쌓이고 있네.
坂上是則(さかのうえのこれのり)(?~?)의 시입니다. 이 사람은 헤이안 전기의 가인으로 三十六歌仙 36가선 중 한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크게 기록이 남아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시를 통해서나마 그가 느꼈을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다행인 일일지도 모릅니다.
朝(あさ)ぼらけ는 밤에서 아침이 되는 사이, 주변이 슬며시 밝아져 오는 시간대를 가리킵니다. 일본어에는 새벽 시간대를 가리키는 단어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暁(あかつき)는 해가 떠 올 즈음이 되었으나 아직 어두울 무렵, 東雲(しののめ)는 동쪽 하늘이 약간 밝아진 시간, 曙(あけぼの)는 주변이 어슴푸레 밝아 오기 시작할 때, 朝(あさ)ぼらけ는 하늘이 은은히 밝아진 때를 가리킵니다. 이와 같은 순서를 지나 드디어 붉은 달이 동쪽 하늘로 떠오르게 되는거죠.
有明の月(ありあけのつき)는 음력 16일부터 월말을 향해 점차 작아지며 달이 뜨는 시각이 늦어지기 때문에 새벽녘에도 여전히 달이 하늘에 남아 있는 것을 말합니다. 明(あけ)는 해가 떠 날이 밝아오는 시간대를 가리키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 여전히 '있는有' 달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되죠. 오늘은 음력으로 12월 3일이라서, 아주 얇은 상현달 모양의 달이 아침 9시에 떠서 오후 7시 반 즈음에 진다고 하네요. (한국 기준) 아마 이 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달 모양과는 약간 다르겠지만, 그래도 눈이 소복히 내린 아침에 달이 떠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아름다울 것 같네요.
吉野の里(よしののさと)는, 현재 나라현 요시노군 일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곳은 산이 많아 눈도 많이 쌓이는 지역입니다. 뿐만 아니라,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으로도 유명해, 와카 속에도 이 지역의 벚꽃을 노래하는 시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봄은 벚꽃, 겨울은 눈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헤이안 시대 당시에도 무척이나 사랑받았던 지역이죠.
고레노리는 겨울 새벽녘에 눈을 뜨니 주변이 제법 밝아 새벽달이라도 떴나? 하고 밖을 내다 보자, 산에 새하얗게 눈이 쌓여 그것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새벽달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오늘 오후, 도쿄에는 이번 겨울의 첫눈이 내렸습니다. 물론 금방 그쳤고 내일은 또 쨍하니 맑을 예정이라지만, 덕분인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밤입니다. 바깥은 바람이 쌩쌩 불고 있네요. 미리 골라뒀던 시가 있었는데(백인일수 33번) 하필이면 따뜻한 봄날 볕을 노래하는 내용이라서 부랴부랴 이 시를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さっき結構吹雪いてたので雪と東京駅撮りました pic.twitter.com/uNDmi0tvUz
— ハスカップ07 (@haskap1017) January 13, 2024
이건, 도쿄역 앞에서 우연히 찍힌 오늘 오후의 사진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에, 그나마 새하얀 눈이 내려서 조금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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