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がため 春の野に出でて 若菜摘む 我が衣手に 雪は降りつつ
きみがため はるののにいでて わかなつむ わがころもでに ゆきはふりつつ
- 光孝天皇
[현대어 해석]
あなたのために、春の野原に出て若菜を摘んでいたら、いつの間にか私の着物の袖に雪が降りかかっているのです。
당신을 위해 봄날 들녘에 나가 봄나물을 따고 있었더니, 봄인데도 어느샌가 내 옷 소매에 눈이 내려 쌓이고 있네요.
光孝天皇(こうこうてんのう)(830~887) 고코 천황의 시입니다. 일본의 제 58대 천황으로, 55세의 나이로 천황으로 즉위해 4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고코 천황은 어릴 적 황자 시절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총명했고, 뛰어난 재인으로도 유명해 시를 짓는 것이나 악기(일본식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 등에도 능했다고 합니다.
비록 짧은 재위 기간을 가진 천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황자로 자라나 천황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쓴 시라고 하기에는 좀, 꽤나 서민적인 분위기이지 않나요? 이 시는 아직 황자였던 시절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위해 봄나물을 선물할 때에 같이 적어 보냈던 시라고 합니다.
오늘은, 양력 1월 7일입니다. 현대의 일본에서 양력 1월 7일은, 일곱 가지 나물을 넣은 죽 七草粥(ななくさがゆ) 를 해 먹는 날입니다. セリ・ナズナ・ゴギョウ・ハコベラ・ホトケノザ・スズナ・スズシロ의 일곱 가지 나물이라고 합니다. 순서대로 미나리, 냉이, 떡쑥(ハハコグサ), 별꽃(ハコベ), 광대나물, 순무(かぶ), 무(だいこん) 이라고 합니다. 미나리나 냉이, 순무, 무는 한국에서도 익숙하게 먹는 식재료죠? 그 외의 떡쑥, 별꽃, 광대나물 등도 흔하게 먹는 재료는 아니지만 예로부터 먹어왔다고는 합니다.
죽에 이렇게 일곱 가지 봄나물을 넣어 먹는 풍습은 에도 시대에 널리 퍼졌습니다. 이것을 먹으면서 한 해의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실제로 연말연시 기간 동안 음식을 잔뜩 먹어 지친 위장을 쉬게 해 주는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요?
헤이안 시대에는 아직 이것으로 죽을 만들어 먹는 풍습은 자리잡기 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음력 1월 7일에 소중한 사람에게 봄나물을 선물하거나 직접 조리해 먹으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당시에 죽을 먹는 날은 음력 1월 15일, 즉 정월대보름의 풍습이었습니다. 이 때에 궁궐에서 천황은 일곱가지 곡물을 넣은 죽을, 귀족가에서는 팥죽을 먹었습니다. 이 두 가지 풍습이 합쳐져 현대 일본에서는 1월 7일(양력)에 일곱 가지 나물을 넣은 죽을 먹는 날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날에 먹는 죽을 もち粥(餅, 혹은 望)라고 불렀는데 이는 쌀, 조, 수수, 피(ヒエ), 개피(ミノゴメ), 깨, 팥의 일곱가지 잡곡을 넣은 죽이었습니다. 명칭은 '죽'이기는 하지만 실제 헤이안 시대 당시에는, 평소에 먹는 밥은 쌀을 쪄서 먹는 것으로 우리가 현재 먹는 밥보다는 훨씬 단단하고 딱딱한 질감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이 날 먹었던 '죽'은 물을 더해 끓인 형태였죠. 좀 익숙한 이야기이지 않나요? 아마 그러니, 헤이안 시대에 말하던 '죽'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밥'과 가까운 형태였을 것입니다. 덧붙여 말하면, 현대의 죽과 가까운 형태는 '汁かゆ' 즉 국물이 있는 '죽'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사실 한국의 정월대보름 풍습인 '잡곡밥'도 떠오릅니다.
현대 한국에서 정월대보름에 먹는 잡곡밥은 주로 찹쌀에 조, 기장, 수수, 검정 콩, 팥을 넣어 오곡밥을 짓습니다. 오곡의 종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오기는 했으나, 신라 시대 기록에서도 이 풍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 당나라에서는, 정월대보름에 크게 잔치를 벌였다고 합니다. 밤새 성문을 열고 사람들이 모여 등불을 날리는 등, 무척이나 화려한 행사였음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축제인 만큼 다양한 음식을 먹었는데, 동그란 떡을 시럽에 넣은 음식이나 고기 죽 등을 먹었다고 합니다.
귀족가에서 먹었다고 전해지는 '팥죽'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합니다. 동짓날에, 팥죽을 먹어 사악한 기운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음식으로, 이 풍습 자체는 중국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추웠던 겨울을 끝내고 다가오는 봄을 반기는 마음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고 싶은 것은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도,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같은 기분일 겁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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