かくとだに えやは伊吹の さしも草 さしも知らじな 燃ゆる思ひを
かくとだに えやはいぶきの さしもぐさ さしもしらじな もゆるおもひを
- 藤原実方朝臣
[현대어 해석]
こんなに、あなたのことを思っているのに、伝えられない。伊吹山のさしも草ではないけれど、それほど私の想いが燃えていることを、あなたは知っているのでしょうか。
이렇게나 당신을 그리고 있는 걸 당신은 모르시겠죠, 이 마음조차 전할 수 없는 나를. 伊吹 이부키 산의 타오르는 쑥은 아니겠지만,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당신을 향해 불타고 있다는 것을.
藤原実方朝臣(ふじわらのさねかたあそん)(?~999)의 시입니다. 후지와라노 사네카타는 헤이안 중기의 가인으로,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 또한 이치조 천황 대(그리고 직전의 가잔 천황 대)에 활동한 사람으로써, 清少納言 세이쇼나곤, 藤原行成 후지와라노 유키나리 등과도 무척이나 관계가 깊습니다... 실제로 세이쇼나곤과는 아주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 시기는, 세이쇼나곤이 定子 데이시의 시종으로 궁궐에 들어가기 이전이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세이쇼나곤의 저서인 枕草子 마쿠라노소시에는 사네카타의 언급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근데 그야... 나라도 그럴 것 같아; 솔직히 그 심정이 이해는 되네요; 헤어진 후에 미련이 남았으면 미련이 남은대로, 미련은 없지만 미운 마음이 남아 있다면 또 그대로 말이예요. 반면에 이혼한 전남편은 몇번이나 등장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튼, 그러한 관계성도 있어, 앞의 시가 사네카타가 쇼나곤을 떠올리며 읊은 시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모르는 일이죠. 수십명의 여성들과 교제를 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히카루 겐지의 모델 중 한명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리와라노 나리히라와 함께요.
사실, 사네카타는 한참 승진을 거듭하던 무렵에 천황 앞에서 후지와라노 유키나리와 말다툼을 벌여 그것이 원인이 되어 좌천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和歌 와카에 대해서 유키나리와 설전을 벌였고, 화가 난 사네카타가 유키나리의 모자(冠)를 던져 버렸고 그 일로 천황이 화를 내며 '枕詞 마쿠라고토바를 직접 보고 오거라' 하며 좌천을 명했다고 하는데요. 이 에피소드는 유키나리의 한문 일기인 権記 권기에 실려 있습니다. 물론...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쓰인 기록이기 때문에, 정말로 이 일이 좌천의 직접적 원인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에피소드에서는 말다툼이 벌어져도 휘둘리지 않고, 시종에게 모자를 줍게 하며 시종 차분한 모습을 보인 유키나리가 이치조 천황의 마음에 쏙 들어 蔵人頭(くろうどのとう)에 발탁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거든요. 사실 당시에는 잠을 잘 때도 목욕을 할 때도 언제나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일종의 매너였기 때문에, 그걸 벗은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엄청난 수치와도 같았거든요. 마치 속옷을 보이는 느낌? 그렇게 생각하면, 유키나리 본인이 너무 부끄러웠던 나머지 사네카타의 좌천과 자신의 승진을 그때의 경험과 연결지어 부끄러웠던 마음을 좀 덜어보고자 그렇게 적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설전이 있고 모자를 집어던졌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겠죠.
이 시는, 일본어 현대어로도 한국어로도, 유난히 해석하기 어려웠는데요. 그만큼 여러가지 의미를 겹치고 겹쳐서 지은 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저는 며칠 전부터 이 시가 유난히 머리 속을 맴돌더라고요. 그만큼 기억하기 쉬웠나? 소리를 내어 따라 읊어 보았을때, 유난히 입에 착 달라붙는 시가 있는데, 흐르듯이 읊을 수 있는 그런 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의식 하기 전에 이미 입으로는 외우고 있었으니까요. さしも草는 쑥입니다. 쑥은 물론 현대 일본어에서는 よもぎ라고도 하죠. 아마 쑥뜸의 재료로써의 쑥을 가리키며, 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듯 하는 모습을 차용해 자신의 끓어오르듯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혀 끝에서 맴도는 이 시를 좀 내려놓기 위해서라도 부랴부랴 이 포스팅을 씁니다.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약간 어스름하게 어둠이 내려 앉은 저녁에 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줄기를 바라보며, 내 마음도 이와 같으랴 하고 담담히, 그러나 애끓는 마음으로 시를 지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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