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敷や 古き軒端の しのぶにも なほあまりある 昔なりけり
ももしきや ふるきのきばの しのぶにも なほあまりある むかしなりけり
- 順徳院
[현대어 해석]
宮中にある古い軒の忍ぶ草を見ていても、いつもしのんでも忍び尽くせないほどに慕われてくるのは、古き良き時代のこと。
궁궐 안에 있는 오래된 처마 끝에 난 忍ぶ草 넉줄고사리를 보면 언제나 숨겨도 숨겨지지 않듯이 떠오르는 건 저물고 난 지난 시대.
順徳院(じゅんとくいん)(1197~1242)이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시대를 떠올리며 읊은 시입니다. 첫 구절이 百로 시작되기도 하고 의미적으로도 백인일수의 마지막 마무리로 적절하겠다 여겨 후지와라노 테이카가 이 시를 선정한게 아닐까 늘 생각합니다. 반대로 백인일수의 첫번째는 히라가나의 첫 글자인 あ로 시작하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에 적절하지 않나 싶어 소개합니다.
준토쿠인, 준토쿠 천황이 태어난 시기는 鎌倉幕府 가마쿠라 막부가 창설 된 이후였습니다. 이 때 이미 권력은 가마쿠라 막부로 모두 넘어가 있었고, 천황은 정무에 관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황으로 즉위한 그 또한 정치가 아닌, 과거 왕조 시대의 문화를 연구하거나 시를 짓는 일에 빠져들었습니다. 백인일수를 편찬한 藤原定家 후지와라노 테이카가 그에게 시를 가르친 스승이었다고 합니다. 헤이안 왕조 시대의 화려했던 문화가 모두 쇠퇴하고 무사 계급이 정권을 장악한 시대, 그런 시대에 천황으로 책봉된 준토쿠인은 자신에게 힘이 없음을 한탄하며 저물어 가는 헤이안 시대의 영광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시로 남기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특히 이 시가 읊어진 때는 아버지인 後鳥羽고토바 천황과 함께 1221년 承久の乱 조큐의 난을 일으킨 5년 전이었습니다. 이 조큐의 난을 계기로 막부에 완전히 정치적 주도권을 빼앗기며, 조정은 본격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를 살던 준토쿠인의 입장에서는, 황실의 권력이 쇠퇴하고 몰락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괴로울 뿐이었겠지만,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하는 것, 한 사람 한 사람 또한 그럴텐데 하물며 시대가 변화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끝나는 것은 또한 새로운 것의 시작을 불러오는 것이니까요. 그러한 변화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또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담긴 감정들, 그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풍경과 같은 것들일거예요. 그러니 천년 전에 쓰인 짧은 시 한 구를 읽으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제가 공감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눈 앞에 펼쳐진 비슷한 풍경을 보면 그 시가, 그 시를 읊은 옛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러니 천년 후에도 이 시가 읽히고 자신의 이름이 남아있으리라는 걸,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그런 식으로 살아 남는 것들이 있을 거라는 걸 알았더라면, 그도 조금쯤은 마음이 편안했을까요?
그래서 그런 흘러 가는 시간 속의 모래 알갱이들 같은 거라도 남기고자, 저는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2023년 한 해를 보내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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