わびぬれば 今はた同じ 難波なる みをつくしても 逢はむとぞ思ふ
わびぬれば いまはたおなじ なにはなる みをつくしても あわむとぞおもふ
- 元良親王
[현대어 해석]
深く悩み込んでしまったことだから、今となってはもう同じことである。難波にある澪標ではないが、身をつくしてもあなたに会いたいと思う。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깊은 고민에 빠져 버렸으니, 지금에 와서야 어찌되었든 변함 없는 일이리라. 나니와 바닷가에 선 표식은 아니지만, 그것처럼 이 한 몸을 바쳐서라도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元良親王(もとよししんのう)(890~943)의 시입니다. 宇多天皇의 애비 京極御息所(きょうごくのみやすんどころ)와 밀통하고 있던 관계로, 둘의 금지된 관계가 밝혀졌을때 읊은 노래라고 합니다. 모토요시 친왕은, 무척이나 풍류에 정통한 사람이었으나 동시에 엄청난 호색한으로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상황이 시 속에도 나타나고 있죠. 이미 모든 것이 밝혀졌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한들 이제 와서는 똑같은 상황일 것이다. 그러니 그저, 이 한 몸을 다 바쳐서라도 당신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마음일 뿐. 그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뜨거운 마음을 표현 하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표현이 능숙하네요(?)
難波는 현재 오사카에 있는 지역입니다. なんば라고 읽으면, 오사카부 최대의 번화가의 지명이기도 하죠. 「澪標(みおつくし)」는 항로를 알리기 위한 표식이었습니다. 강 하류에 항만이 열려 있으면 흙과 모래가 침전되어 물길이 얕아지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배를 운항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비교적 수심이 깊어 무사히 운항 할 수 있는 공간을 골라 이 표식을 나란히 설치한 것입니다. 이는 오사카 지역과 연관이 깊어, 현재에도 오사카시의 로고에도 채용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물론 일본어의 「身を尽くす(한 몸을 다 바치다)」라는 말을 연상 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이 시에서도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담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갈 곳 잃은 상황에 처한 화자가 너른 바다에서 배가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표식에 자신을 비유해, 그것처럼 자신의 한 몸을 다 바쳐서라도 그저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싶을 뿐, 하고 노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澪標는, 현대적인(?) 비유로 대치하자면 등대 같은게 아닐까요? 등대 또한 사랑을 노래할 때 자주 등장하는 시어이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이 시를 썼던 모토요시 친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에게 있어 이 시를 바친 상대가 평생에 단 한 명 뿐인 사랑하는 상대는 아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속에 담긴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은 무척이나 심금을 울리게 하는 데가 있어요. 짧은 글로 표현 하기 때문에 직접적이지 않고 비유적인 표현이나 정제된 단어 등을 사용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천 년을 지나 이 시를 해석 하고 있는 저(를 포함한 현대인들) 또한, 시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스스로의 경험을 담아 보게 되니까요. 비유적인 표현을 썼을 때에 생기는 빈 공간과 해석의 여지가,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게 만들어 주네요. 그게 바로 짧은 글의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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