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6시 반 쯤에 시나가와역에서 출발하는 신칸센을 타고, 8시 25분에 나고야역에 도착했어요. 당일 17시에 고속버스를 타고 도쿄역에 23시 8분 즈음에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당일치기 여행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서, 약간 빡센 일정이지만 강행하기로 했지요.
https://sen9.tistory.com/23
당연한 말이지만(?) 위의 전시회를 보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관광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 길에 급하게 다른 관광지를 몇개 골랐죠. 물론 미리 가볍게 찾아보기는 했었습니다만.. 그리고 이 때 제가 정리한 일정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8시 25분 | 신칸센 도착 |
~ 9시 반 | 카페 |
10시~12시 | 도쿠가와 미술관(전철이동) |
12~1시 | 점심, 장어덮밥 |
1시 10분 | 전통과자 가게 |
나고야성 | |
四間道 町並み保存地区 | |
大須観音 | |
미소카츠 | |
17시 20분 | 고속버스 승차 |
사실 가능하면 전철보다는 걸어서 휘적휘적 다니고 싶어서, 이동 루트를 생각하면서 짰어요.. 물론 어떤 가게를 갈지는 미리 지도에 다 찍어뒀고, 시간을 정확히 정해서 다니는건 별로 안 좋아해서 여러가지 선택지를 남겨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그런 타입인데요...
기왕 나고야에 왔으니 장어덮밥은 먹어줘야지, 미소카츠도 먹어줘야지, 그리고 나고야성도 봐줘야지... 四間道(しけみち)? 분위기 좋다 사진 찍으러 가야지, 大須観音도 사진 찍으러 가야지, 근처에 전통과자 가게도 유명한 곳이 있네? 뭐 그런 의식의 흐름입니다. 그래도 저는 저 중에 관광지 한 두군데는 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 이 얘기는 차츰 해보도록 합시다.
8시 반 즈음에 나고야역에 도착합니다. 제 일정 상에서 나고야역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 없었으므로 이곳에서 선물용 과자를 좀 보도록 할까? 하고 역에 있는 선물용 과자들이 늘어선 매장을 구경합니다. 나는 도쿠가와 미술관에 갈 거지만 도쿠가와에게는 관심이 없고... 장어 파이도 별로 관심이 없고... 뭔가 괜찮은거 없을까... 하다가,
구석 한켠에 있는 이 상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것보다, 포장지가 전통적 서예용 종이인 料紙의 디자인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하.
오늘의 전시회에서도 보게 될 石山切를 의식한 것 같지 않나요!? 아무튼 이걸 사면서, 더 좋은걸 살 수 있으면 이건 셀프 선물로 삼고, 그게 아니면 서예 선생님 선물로 드리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뿌듯하게 쇼핑(?)을 마친 저는, 10시 미술관 개장에 앞서 카페를 찾습니다. 사실 이때 즈음에 이미 배가 무척이나 고팠는데,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만족스럽게 먹을만한 식당이 아직 오픈 전이더라고요... (이것은 나중을 위한 복선)
그래서 그냥 예정대로 카페에 가서 케익을 하나 먹자, 그런 생각을 하며 카페로 향합니다.
愛知県名古屋市中村区名駅2-42-2, GLITCH COFFEE&ROASTERS
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메이에키 2-42-2
나고야역에서는 약간 걷게 되긴 하지만 많이 먼 곳은 아니었어요. 직접 로스팅을 하시고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가게라 오랜만에 잘 정돈된 커피 맛을 볼까! 싶어서 찾아갔죠. 카운터에 계시던 여자 사장님이 무척이나 친절하시고 디테일한 설명은 물론, 기분 좋아질만한 인사도 건네 주셔서 무척이나 느낌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커피를 하프 앤 하프로 고르고, 당근케익 한 조각을 추가했습니다. 왼쪽의 첫번째 커피는 제가 평소에도 좋아하던 브라질산으로, 이 가게에는 브라질산 커피는 이것 딱 한 종류라 그럼 마셔볼까? 하는 마음으로 골랐답니다. 따뜻할 때 마시면 포도, 머스캣, 아몬드 향이 나고 식어가면서 오렌지, 체리 향 등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테이스팅 노트에 적혀 있습니다. 서빙해주시면서, 당근 케이크도 건포도를 풍부하게 넣어 구웠으니 이 커피와 무척이나 잘 어울릴거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 말 그대로, 첫번째 커피는 약~중배전 정도로 향이 무척이나 풍부하고 지나치게 묵직하지 않으면서도 고소함과 프루티함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졌습니다. 당근 케이크는 조금 묵직한 질감인데에 건포도가 더해진게 더더욱 커피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리고 두번째 커피는 콜롬비아산 핑크 버번만을 모은 커피였습니다. 제가 브라질산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니, 첫번째 커피를 소개해주시고나서 그 외에는 이게 좀 비슷한 계열일 거예요, 하고 추천해주시더라고요. 가향하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시나몬이나 바질, 카다몸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나는 커피라고 소개해주시길래 궁금해서 골라봤어요. 이건 강배전에 가까운 커피였고, 스파이시한 향이 독특하게 올라오더라고요. 약간 아쉬운 점은, 바디감... 은 아닌데 중간 부분이 비어 있는듯 하다고 해야하나? 강배전 특유의 묵직함과 스파이스 계열의 톡 쏘는 향 사이가 좀 비어 있는 느낌을 저는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제가 습관적으로 당근 케이크의 크림 부분을 먹지 않고 있었다는걸 눈치 챘어요;; 그래서 케이크 부분과 크림 부분을 같이 먹었더니, 이 중간이 빈 듯한 커피와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ㅎㅎ 앞의 커피와 묵직한 크림치즈 프로스팅은 사실 조금 어긋났을것 같아서, 이래저래 만족스러웠답니다(?)
커피와 케익을 즐기고 나서 슬슬 나가볼까 싶어 주섬주섬 짐을 챙기다가 트레이는 반납해야 하나? 하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저쪽 카운터에서 사장님이 그대로 두시면 돼요! 하고 알려주셨습니다. 센스도 좋고 친절해 흑흑.. 인사하고 나오려고 하자 어떤게 더 맛있었냐고 물어봐주시고 저는 브라질산 커피가 더 좋았다, 콜롬비아는 강배전인게 역시 좀 취향에서 어긋난거 같다, 당근 케이크도 맛있었어요! 얘기해드렸더니 고맙다며, 여행 잘 즐기다가시라고도 해주셔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지 뭐예용 홇홇
이제 다시 나고야 역으로 돌아가 전철을 타고 도쿠가와 미술관이 있는 오오조네 大曽根 역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전철 루트 상으론 제법 돌아 가더라고요. 오오조네역에서 내리면, 도보 10~15분 정도로 도쿠가와 미술관 徳川美術館 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역에서 남쪽으로 향해 걸어가야 하는데, 미술관은 동쪽과 서쪽에 각각 출입문이 있어서... 저는 그만 동쪽문을 향해 거의 반바퀴를 돌아가 버렸지 뭐예요.
그래도 무척이나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산책 하는 기분도 나고 즐거웠습니다 (아직까지는..)
https://www.tokugawa-art-museum.jp/
名古屋市東区徳川町1017, 徳川美術館
나고야시 히가시구 도쿠가와쵸 1017, 도쿠가와 미술관
도쿠가와 미술관 전시실 전경입니다. 날씨가 정말 좋죠? 여기까지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고 미술관 내부에 들어갈때에 입장권이 필요해서, 부지 내에 아마 날씨가 좋아 산책 나온 동네 분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어린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도쿠가와 미술관 전시실'이 있고, 별관인 '蓬左文庫 호사 문고 전시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보러 갔던 고필 전시는 호사 문고 전시실에서 하는 특별전이었고, 도쿠가와 미술관 본관 전시실은 주요 소장품 상설 전시 위주인 것 같더라고요. 그러나 본관 전시를 지나서 가야만 하는 동선 덕분에 1~5 전시실을 지나야만 특별전을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현재 도쿠가와 미술관 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는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도쿠가와' 미술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소장했던 유물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갑옷과 칼과 총... 같은게 있었어요... ㅎㅎ 취향이 아니다... 그치만 당시 생활상이나 공간을 복원해 꾸며 놓은 전시관은 역사 속 인물들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이건 제법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ㅎㅎ.. 특히 4전시실에서는 能 노, 能楽 노가쿠, 가마쿠라 시대 후기에 발달한 가면극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극 자체에 관심이 깊은 것은 아니었으나, 가마쿠라 시대 당시에 노가쿠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이전 시대, 즉 헤이안 시대의 실존 인물이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심을 끄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특히 의상이나 그 안에 그려진 문양 등이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보고 지나가겠다는 제 다짐은 금세 날아가버리고... 본격적으로 별관 전시실에 들어가자, 이미 한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더라고요;
'うるわしの古筆 아름다운 고필' 기획전
그렇게 제가 이 전시를.. 보게 됩니다..!! 두근두근.. (진짜로 심장이 떨리더라고요;)
드 디 어 제가 이 작품의 실물을 영접했습니다. 너무 아름답죠..? 생각보다 실물은 작습니다. 길다란 가로 폭이 A4 용지의 2/3 정도예요. 약 20센치 정도겠네요. 그 작은 종이 안에 어떻게 저 긴 글을 유려한 필체로 적었을까, 하고 장속을 입고 에보시를 쓰고 앉아 붓을 들고 적어내려가는 行成의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오르더라고요... 어흑흑... 저 글씨를 어떤 리듬감으로 적었을까, 왼손으로는 옷의 소매와 함께 오른팔 아래를 받치고,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그러나 차분하게, 그리고 중간중간 붓에 먹을 더하며(墨継ぎ) 한 템포 쉬고, 하는 식으로요. 아 너무 좋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히라가나 해석을 붙여주셔서, 한 글자 한 글자 거의 뜯어먹을 기세로 (아 진짜 뜯어먹고 싶다;) 들여다 봤습니다... 가장 중심에 따로 전시되어 있어서, 저는 이걸 요리 뜯어보고 왼쪽에서도 들여다보고 조리 보고 오른쪽에서도 요로케 조로케 들여다보고 하며 감상(?)을 합니다... 참고로 이 글씨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あふみなるやすのいりえに
さすあみのこほりをいをと
けさそみゆらし
しなのなるいなにはあらす
かひかねのにふりつむゆき
のきえぬほとなり
みつとりのすむいけもみな
こほりつゝはるくるほとそ
我はさひしき
としをへてゆきふりうつむ
白山はかゝれる
雲やいつらなる
らむ
山のうへとよそにみしかと
白ゆきはふりぬるひとの
身にもきにけり
그래서 이걸 그만큼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두번째 작품(아마 伝紀貫之의 敦忠集切「いひたれは」 즈음이 아니었나.. 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다음 전시회에는 반드시 필기구를 챙겨 가야지 어흑흑ㅠ)도 비슷하게 시간을 들여서 읽고요... 그러다보니 배고픈게 너무 심해져서 속이 쓰려오는거예요......... 슬쩍 고개를 들어 남은 작품들을 봤는데..... 아 이건 지금의 배고픔으로 도저히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니겠다 싶어 일단 후퇴를 결정합니다..... 밥을 먹고 와서 남은 작품도 천천히 봐야겠다, 하고요.
미술관 부지 내에도 카페테리아 같은게 있어서,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려면 거기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그걸로 만족 할 수 없습니다.. 미리 골라뒀던 장어덮밥 가게가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걸 떠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합니다..!!
https://unagi-nishimoto.jp/
愛知県名古屋市東区山口町16-14, 西本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구 야마구치쵸 16-14, 니시모토
잠깐 기다려야 하기는 했으나 금방 자리 안내해주시더라고요. 히츠마부시는 아니고 장어 네 조각이 올라간 장어덮밥을 골랐습니다. 너무 아름답죠???? 아름다운 비주얼만큼 아름다운 맛이었습니다... 야채절임도 맑은 국물도 무척이나 정돈된 아름다운 맛이어서, 완벽한 한끼였습니다. 애써 찾아온 보람이 있어!!
그리고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고야에서 유명한 전통과자 가게 중 한 군데가 근처에 있어 여기도 잠깐 들르기로 합니다.
https://tabelog.com/aichi/A2301/A230110/23001413/
愛知県名古屋市東区新出来1-9-1, 芳光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구 신데키1-9-1, 요시미츠
타베로그 사진을 보면 계절에 따라서는 좀 더 화려한 것도 있는 것 같지만, 추운 계절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약간 수수한 과자가 많더라고요. 생과자는 총 네 종류가 있었습니다. 왼쪽의 わらび餅 (고사리 가루를 이용한 떡, 팥앙금이 들어감) 는 이 가게의 상시 메뉴로 가장 유명한 것 같고, 오른쪽은 水仙 수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를 사왔어요. 나한테 선물하는 용도로. 헤헤. 이 글을 쓰면서 오른쪽의 수선은 냉큼 먹었는데, 아주 부드러운 질감으로 잘 어우러져 있어 좋았습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12시 반 쯤 미술관으로 돌아가며, 앞으로 한 두 시간 정도면 보고 나오지 않을까? 리스트업 해뒀던 관광지 중에서 한군데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어딜 가면 좋지? 같은 걸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복선2)
조금 여유로운 기분으로 전시관에 다시 들어가니, 이런 설명문도 있더라고요. 계보는 특히, 나중에 더 참고가 될것 같아 미리 사진으로 찍어뒀습니다. 용어설명은, 대략 아는 내용이었지만 일단..
전시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첫 번째 구역은 11세기의 고필을 중심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메인 스테이지(?), 두 번째 구역은 世尊寺(せそんじ)류 작품들과 12~13세기 작품들을 모아 놓았고, 세번째 구역은 중세(13세기~15세기) 작품들과 불교 경전을 필사한 고전 작품들을 모아놓았더라고요.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적으로 구경한 건 아니어서 저는 그만... (복선3)
아무튼 이어 감상하는데, 정말 한 작품 한 작품을 뜯어 먹을 기세로 들여다 봤어요. 저는 물론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면 잠깐 물러서서 공간을 만들어 드릴 요량도 충분히 있었는데 다들 저를 피해 가더라고요ㅠ 힝구.. 그리고 그렇게 집중하고 있던 제 귀에 들린 다른 분들의 대화 내용... 하나도 못 읽겠다~ 옛날 사람들은 읽을 줄 알았을까? 이렇게 암호 같은걸 어떻게 읽어 그 사람들도 몰랐을거야~ 하하하~ 하고 지나가시는데... 아니예요 현대인도 적절한 훈련을 통해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그 훈련을 스스로에게 시키는 중이고요(?) 물론 장식적 요소가 아예 없는건 아닌데 타인이 읽을 수 없으면 문자로 성립하지 않잖아요... 잘 보시면 동일하게 나타나는 요소가 분명히 있고 어쩌고... 하는 생각을 혼자 하다가 아니야 그래도 저런 분들(?)이 많이 봐줘야지 또 이런 전시를 열어주시겠지 헤헤.. 하면서 다시 집중을 합니다.
빠르게 제가 메모로 남겨 놓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것 몇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왼쪽은 敦忠集切(あつただしゅうぎれ) 「いひたれは」 (「霜のふり葉」所収) 伝紀貫之 입니다. 어디에도 디지털화 된 자료가 없길래 직접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흑흑..
いひたれは
もろともにいさといはすはしての山
もゆともこさむものならなくに
ある人のゆかしけるに
としをふるしものつるをはおきな
からひしさ(さし)きものはきみにそ
ありける
みくしけとのにきこえそゐ
たまひて
뒤에서 네번째 줄의 「も」「の」가 아름답지 않나요.. 힘 있고 날카로운 필체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伊予切(いよぎれ) 和漢朗詠集(わかんろうえいしゅう) 伝藤原行成 는, 「柳」와 「仙家」 두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둘 다 디지털 자료가 없네요..^^ 그럴거면 국립 박물관에 넘겨... 어흑흑... 이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 和漢朗詠集는, 한문과 히라가나가 같이 적힌 작품인데, 한자를 적는 방식과 히라가나를 적는 방식이, 힘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関戸本古今和歌集切 (伝藤原行成)는 위의 「こゝろかへ」와 「みわたせは」의 두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디지털 자료 색감 왜저래;) 위 작품은 중요미술품으로도 지정되어 있어 도쿠가와 미술관의 대표작 중 하나이지만, 후자의 「みわたせは」는 개인소장작품이라 디지털 자료로도 도록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군요... (제발 기증해주십시오.. 공공의 이익을 위해..)
こゝろかへするものにもかゝたこひは
くるしきものと人にしらせむ
よそにしてこふれはくるし
いれひものおなしこゝろにいさむ
すひてむ
はるたてはきゆるこほりのゝこり
なくきみかこゝろは我にとけな
む
저는 정말이지 다른 작품들도 당연히 아름답지만, 伝藤原行成의 글씨들을 보면, 제가 늘 연습하던 서예 글씨의 원류를 제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셈이니 그 많은 글자, 글씨체들 사이에서 아, 이게 바로 내가 아는 그거구나, 선생님이 늘 말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거구나! 하는 기분이 확 들더라고요. 아는 글씨다, 하는 반가움도 있고 마음의 고향을 찾은 것 같은 안정감도 있고요... 関戸本이 아마, 선생님이 가장 열심히 연구하신 작품일거라서 특히 이 두 작품이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들었네요. 특히 「ろ」「せ」「は」「み」「む」 등이 그렇습니다. 아,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여기에 이렇게 힘이 들어가서 이 리듬감으로 이 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하는구나! 같은 생각이요. 아 나두 책 사야지 역시ㅠ
+) 2024. 1. 14. 도쿠가와 미술관 트위터 계정에서 이 두 점을 올려주셨길래 부랴부랴 붙여둡니다 흑흑.. 첫번째가 「みわたせは」, 두번째가 「こゝろかへ」인데 내용 안 알려주지만 괜찮아 내가 조만간 읽을 수 있게 될거야! 흥! (다짐)
【かなの美しさをみせる屈指の名筆】
— 徳川美術館かろやかツイート (@tokubi_nagoya) January 12, 2024
もとは1冊の本から切り取られた作品ですが、
左(個人蔵)では流麗で整った字形、右(当館蔵)ではリズミカルな運筆♪と、書風が変わっています👀
書いた時の気分が伝わってくるような書が楽しめるのも古筆の魅力です🖌#うるわしの古筆 #担当のおすすめ pic.twitter.com/e9US0NLaRD
まいりきたりしを心うくなといひ たるに よひのまをゝきふく風にうらみねとふきな へさるゝたよりとそみし よそ〳〵になりたるをとこのとほきところよ りきたるをいかゝきくと人のひたるに きたりともよそにこそきけからころもそのしたかひ |
はかなしとまさしく見つるゆめのよにおとろか てねるわれは人かな ひたふるにわかれし人のいかなれはむねにと まれる心地のみする あさましのよはやまかはのう(み)つなれや心ほそ くもおもほゆるかな いつくにときみをしらねはおもひやるかた なくものそかなしかりける |
또 도록을 찍어왔지 뭔가요.. 진짜 느네 그러지마러라ㅠ.. 디지털 자료 좀 만들어조라 진짜.. 둘 다 和泉式部続集切의 작품입니다. 앞의 関戸本古今和歌集와 비교하면 사실... 글씨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아름답기는 한데, 예전 글에서 언급했던 古今和歌集巻子本에 실린 仮名序 가나 서문과 분위기가 더 비슷한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비교하고 다시 보니 좀 다르기는 하네요. 가나서문(伝藤原定実)이 좀 더 정돈되고 한 글자 한 글자의 배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것이 좀더 후세대의 글씨 같기는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전시회 1/3 정도 구경을 끝냈더니 그만... 15시가 넘어 버린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남은 두 구역을 빠르게 훑고 나옵니다.. (물론 그래도 한 시간은 더 체류하고 있었네요..)
世尊寺(せそんじ)류 서체를 각각 모아두셨던데, 이 가문은 藤原行成를 조상으로 하는 서예 명문가입니다. 사실 13대에서 명맥이 끊기기는 하지만요. 각각 行成의 서체를 의식하면서도 동일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개성을 담아 글을 썼다는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더라고요. (물론 저는 行成요)(?) 앞에서 말한 고금와카집 가나서문의 藤原定実도 이 집안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어, 藤原定家의 작품들도 꽤 많은 수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매력적이예요. (제 취향이란 뜻은 아님;) 그러나 싫어하지도 않아요.
모두 도쿠가와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藤原定家의 작품입니다. 뭔가 확.. 느껴지지 않나요? 성격이 급하다고 해야하나 개성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하하. 그러나 이 사람이 옛 문헌들을 그렇게 열심히 모으고 분석하고 오구라 백인일수를 편찬하고, 과거의 영광을 흘려 보내지 않고 후대에 전달하고자 했던 그 모든 노력과 시간들이 담겨 이런 글씨를 쓰게 된거라고 생각하다보면 무척이나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후지와라노 테이카 포스팅도 얼른 해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론, 古写経 고사경이 몇 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왼쪽은 8세기 경 나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紫紙金字金光明最勝王経, 오른쪽은 마찬가지로 8세기 경 나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紺紙銀字華厳経(二月堂焼経) 伝空海의 작품입니다. 둘 다 불교 경전을 필사한 것인데 진한 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금과 은 도료를 이용해 장엄한 필체로 경전을 쓴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두 작품 다 국가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 그것을 이겨내고자 일종의 국가 사업으로 진행된 작업이라고 합니다. 지금껏 소개한 작품 중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는데도,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게 부럽더라고요... 흑흑.. 화려함이 눈부시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시를 다 보고 나와, 본격적으로 굿즈 샵을 털었습니다(?) 근데 사실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어요..
제가 산 건 요 정도. 왼쪽의 도록을 한 부 사는 건 당연했고요. 전시회를 관람하며 '아! 変体仮名 (변체 가나) 를 공부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무척이나 강하게 들었는데, 그걸 정리해둔 책을 마침 팔길래 '귀신같이 내 기분을 아네..' 하며 산 변체 가나의 색인집(오른쪽 아래). 그리고 그 외에는, 이 전시의 대표작인 重之集 伝藤原行成 작품의 포스트 카드와 겐지모노가타리 絵巻 포스트 카드가 두 장(?). 갑자기 왠 겐지모노가타리인지, 하겠지만 이 미술관은 국내에서 가장 겐지모노가타리 絵巻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이니까요... 대충 굿즈샵은 이번 특별전 관련 상품 약간과 대부분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관련 상품과 한켠의 겐지모노가타리 관련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헤헤 그 중에서도 진짜 딱!! 제 취향에 맞는 그림만 골라서 사왔어요.
그래서 제 방 벽도 다시 꾸며주고... 하하>< 이제 이 왼쪽 빈 공간에 고필 캘린더만 붙여주면 된다!! (가린 건 따로 좋아하는 현대 작가분의 작품ㅎㅎ) 정말 색감도 분위기도 일정한게 너무 웃겨요....... 그리고 박물관 굿즈샵에서 과자도 하나 샀어요. 급해서 대충 미술관 이름 들어간 걸로 샀는데 12개 들이라니.. 누구 코에 붙여...;; 하나 더 살걸 그랬죠..? 아무튼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날 아침에 나고야 역에서 샀던 왼쪽의 과자는, 제것은 되지 못하고... 서예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 확정... (전시회 포스트 카드 두 장도 선생님 드릴 선물용으로 더 샀습니다ㅎㅎ)
그리고 이러고 나니 16시가 넘었더라고요....? 일단 급하게 고속 버스 정거장으로 이동합니다. 다행히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라서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마지막까지 나고야 역 앞으로 바꿀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전화하기 귀찮아서(?) 말았었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다행이었을줄이야... 고속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니 16시 반...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은 17시 20분인데 정확한 시간은 아닐테니 여유롭게 기다리고 싶고... 배는 미친듯이 고프고... 버스가 도쿄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23시가 넘은 시간일테고... 그래서 빠르게 근처에서 끼니를 때울 곳을 찾습니다..!! 대충 면... 라멘... 응 저기 가자... 하고 들어가서는 그래도 원래 먹으려고 생각했던 돈가스를 잊을 수 없어 돈가스가 올라간 라멘을 주문합니다.
그냥 프랜차이즈 가게인데, 그래도 돈가스가 꽤나 맛있더라고요??? 는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라멘가게 들어가서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게 약 16시 40분, 그런데 음식이 안 나옵니다.... 안 나와... 배고파... 버스 오지 않을까? 나 몇분만에 먹어야하지??? 내 인생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치만 사실 이건 모두 자업자득이었고... 진짜로 버스 시간에 넉넉하게 도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면 그 시간을 쪼개 굳이굳이 라멘 가게를 들어오는 짓은 하지 않았겠죠.. 그 와중에 돈가스 올라간거 먹겠다면서 이런 메뉴를 고르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겠죠...! 일단 기다리고, 15분이 되면 어떤 상태여도 일단 뛰쳐나가야겠다, 하고 굳게 마음을 먹고 기다리는데 17시가 되어서야 겨우 나옵니다. 꽤 아름다운 자태죠..? 왼쪽은 세 가지 양념을 각각 뭉쳐놓은거고, 맛의 변화를 느끼며 먹..으라고 하는데 그런거 생각할 시간이 어디있어 일단 열심히 먹습니다ㅠ..
근데 좀 먹다보니 엥.. 시간 여유롭네? 싶어지더라고요; 15분 안에 먹어야지!! 가 목표였는데 5분이 지났더니 이미 반 이상이 줄어 있음;; 제가 음식을 먹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다행이었어요. (물론 잘 안 씹는다는 거라서 위장엔 안 좋음;;) 그래서 진짜로 10분 만에 산뜻하게 클리어 하고 가게를 나와 옆에 있는 편의점도 들러서 혹시 몰라 드링킹 요구르트까지 샀어요^^! 17시 15분이 되기 전에 넉넉하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음 헤헤.
근데 사실... 버스가 17시 28분에야 겨우 도착해서.. 기다리는 8분이 얼마나 피가 말리던지요; 내가... 너무 늦게 왔나...? (5분 전에 와서 기다렸음) 머리 속에서는 온갖 시뮬레이션을 다 돌리면서... 좀만 더 기다려보고 진짜 놓친거면 그냥 신칸센 타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드디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저에겐 제법 큰 성장이긴 한데(ㅋㅋ) 아무튼 무사히 17시 20분 예정이었던 버스에 몸을 싣고... 도쿄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로 저는..... 10시 오픈인 미술관에 슬렁슬렁 들어가서 12시 정도면 다 보고 나올 수 있을줄 알았죠;;; 17시 20분 출발인 버스도 너무 늦는거 아닌가? 도쿄역 도착한 이후 전철 시간이 좀 빡빡한데... (참고로, 도쿄역에서는 결국 전철 막차를 타긴 했지만.. 막차에 늦지 않을 시간에 도착해서 무사히 귀가할수 있었습니다^^) 15시 반에 버스 타는 게 더 낫지 않나? 하고 버스를 예약한 후에도 엄청난 고민을 했었는데... 예........ 그냥 다 맞는 결정이었던 걸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미술관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거장을 고른 것도... 예 다 맞는 결정이었음을... 심지어 미술관 옆에 붙은 정원 티켓도 세트로 사면 저렴했지만 굳이 사지 않았고, 당일 아침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 저것도 같이 살걸 그랬나? 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냥 그것도 맞는 결정이었음을..... 심지어 중간에 나와서 굳이굳이 맛있는거 먹겠다고 걸어서 장어덮밥을 먹으러 갔던 것도 너무나 완벽했던 결정이었음을......ㅎ... 이때 미술관 내 카페테리아에서 적당히 밥을 먹었더라면... 저는 결국 나고야의 명물로 불리는 음식을 제대로 하나도 못 먹고 돌아오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식당까지 오며가며 쓴 시간 만큼 전시회를 더 길게 봤을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고야 당일치기 여행... 이라고 쓰긴 했지만 그냥 미술관만 다녀온거예요ㅠ 아니 어떻게 현지에 8시 반에 도착하고 17시까지 시간이 있었는데 그거 밖에 못했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근데 어쩌겠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시회 한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걸ㅠ 시간 너무 부족했어 잉잉.. 1박 해서 이틀 연속으로 갔어야 했나? 같은 생각만이 그저..... 아마 저는 나고야 도쿠가와 미술관에 언젠가 또 가게 되겠죠..? (올해는 아니겠지만) 그리고 제발 도쿄 국립박물관은 올해 4월 이후의 일정을 공개해주십쇼... 제발 고필 작품 전시회를 기획해주십쇼ㅠ.....
역시 새로운 걸 받아 들이는 순간과, 그걸 한 번 소화 시켜서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간과, 그걸 베이스로 다시 한 번 보면서 처음에는 못봤던걸 더 많이 새로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해.. 한번 더 가고 싶다 흑흑.. 그리고 변체 가나 공부할거고... 서예 공부 더 열심히 할거고... 関戸本 책으로 나온 거 살거고... 그래도 11월 말에 지난 전시회 다녀 오고 약 한달 만인데 그 사이에 많은게 더 보이게 된 건 뿌듯하고, 맨땅에 헤딩 식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와카 쓰인 건 30퍼센트 정도는 의미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뿌듯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건 사족이지만, 나는 거의 오감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것 같은데.. 이런 사료를 직접 눈으로 보면 단순히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는 그 무게감이 전혀 달라서 더 적극적으로 전시회 등을 다니려는 것도 있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고전 원문 낭독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듣고, 그냥 그런 시간들을 쌓아가며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익숙해지려고 하는 느낌? 물론 효율적이지는 않겠지만 뭐.. 효율적이려고 이러고 있는건 아니고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거니까, 그 시간들로 얻은게 조금은 가시적으로 보이는것 같아서 기뻤다.
아무튼 어두울 때 나가서 날짜가 바뀌고서야 겨우 집에 들어왔지만... 다른 관광지는 하나도 구경을 못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커피 마신 카페의 사장님도 너무 친절해서 좋았고, 미술관 스탭분들도 친절해서 좋았고, 장어 가게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급기야 고속버스 기사님도 너무너무 친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무척이나 기분 좋게 다닐 수 있었답니다.
2024년 1월 4일 나고야(?) 여행(?)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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