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전시회 후기

중요 무형문화재 '아악雅楽' 특별공연 아사쿠사 공회당 2024/2/10 토

센. 2024. 2. 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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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썼던 글에서 아악 공연에 다녀올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제가 그렇게 말한다는건 이미 이렇게 저렇게 스케쥴 조각 모음을 해서 갈 계획을 세워놨다는 의미인데(?) 정보를 알게 된 날은 이미 인터넷 예매 기간은 지났고 당일 티켓만 남은 상황이었어요. 준비된 게 약 20장 정도라고 하길래 다른 일정을 끝내고 부랴부랴 아사쿠사 역으로 달려갔습니다(내가 아니라 전철이). 주말의 아사쿠사는 정말.. 사람이 바글바글 하더라고요. 구정 연휴라서 더 그랬나? 일본인도 많고 중국인도 많고 한국인도 많고 그 외 외국인도 많고, 그러다보니 공회당까지 걸어가는것만 해도 제법 힘들더라고요;

https://www.taitogeibun.net/our_events/zaidan_event_2023/2023_gagaku/

 

重要無形文化財「雅楽」特別公演「宮中雅楽の夕べ」 | 公益財団法人 台東区芸術文化財団

日時 令和6年2月10日(土) 午後3時15分開場 午後4時開演 (終演予定:午後6時) 会場 浅草公会堂(台

www.taitogeibun.net

공연은 4시부터 시작이고, 3시부터 당일 티켓을 판매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약 15분 쯤에 도착했는데, 한 다섯 자리 정도 남았더라고요. 물론 좋은 자리는 아니었고 2층의 구석자리긴 했지만, 그래도 넓은 공연장은 아니라(약 1천 석 정도) 크게 나쁘지 않았어요.

공연을 기다리며 관광지의 기분을 좀 내 봅니다(?) 붕어빵은 따끈하고 달달하고 맛있었어요. 아무튼, 공연장이었던 浅草公会堂 아사쿠사 공회당은, 아사쿠사 역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주변은 넓게 관광지가 형성되어 있어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어요. 저도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주변 구경도 좀 했을텐데, 이 날은 영 그럴 여유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쨍하게 맑은 날 활기찬 분위기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제법 기분이 좋았답니다.

아악 雅楽(ががく) 이란, 일본의 전통적 음악 중 하나를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단어를 써서 전통적 궁중 음악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도 일본의 경우에도, 그 유래는 중국의 고대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죠. 특히 일본에서는 아스카 시대로부터 헤이안 시대에 이르는 시기에 중국이나 한반도를 통해 전래된 이후, 특히 헤이안 시대에 궁중을 중심으로 독자적 양식을 갖춘 음악을 일컫습니다. 특히 이 아악은, 궁중을 포함하여 절이나 신사에서 의식이나 제사를 위한 음악으로 주로 연주되어왔습니다. 일본 내의 전통 음악 중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래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궁내청 (일본의 황실에 관련된 업무를 맡는 일본 내각부 소속 행정기관) 시키부직 악부 (宮内庁式部職楽部) 소속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아악은 국가의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중요 무형문화재 공연인 「宮中雅楽の夕べ」 '궁중 아악의 저녁' 특별 공연이 다이토구 예술 문화 재단의 주최로 약 4년 만에 개최되었습니다. 

본 공연은 전반부에는 관현악 연주가, 후반부에는 무악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연주된 곡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管絃 관현
 黄鐘調音取 (おうしきちょうのねとり)
 海青楽   (かいせいらく)
 西王楽破  (さいおうらくのは)
 越殿楽   (えてんらく)
舞楽
무악
 左方還城楽 (さほうげんじょうらく)
 長保楽   (ちょうぼうらく)

관현管弦은 악기만으로 연주하는 형태를 가리키며, '三管 삼관, 両絃 양현, 三鼓 삼고' 로 악기가 편성됩니다. 삼관이란, 笙(しょう), 篳篥(ひちりき), 龍笛(りゅうてき) 세 종류의 관악기를 말합니다. 양현은, 琵琶(びわ)와 箏(そう)의 두 가지 현악기를 말합니다. 삼고는, 鞨鼓(かっこ)와 太鼓(たいこ), 鉦鼓(しょうこ)의 세가지 타악기를 말합니다. 관현에서는 관악기가 중심 역할을 합니다. 篳篥(ひちりき)가 주선율을 연주하고, 龍笛(りゅうてき)가 약간 장식적으로 동일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여기에 笙(しょう)가 화음을 더합니다. 타악기는 리듬을 담당하는데, 현악기 또한 리듬을 맡습니다. 

무악舞楽은, 음악과 함께 춤을 선보이는 형태입니다. 노래(보컬이 있는 가요)에 따라 춤을 추는 「国風舞(くにぶりのまい)」는 일본 고유의 춤으로 여겨집니다. 중국 계통의 음악인 당악 唐楽(とうがく)을 반주로 하는 것은 「左舞(さのまい)」, 그리고 한반도를 통해 전래된 음악인 고려악 高麗楽(こまがく)을 반주로 하는 것을 「右舞(うのまい)」라고 합니다. 참고로 한반도를 통해 전래된 것은, 고구려를 그 시작으로 하고 있으며 당초에는 신라악, 백제악처럼 자세히 구분하고 있었으나 후대에 고려악이라는 명칭으로 합쳐졌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였던 무악 두 곡은, 左方還城楽(さほうげんじょうらく)는 명칭에서도 보이듯이 중국의 당악을 베이스로 하는 것이고, 두번째의 長保楽(ちょうぼうらく)는 한반도의 고려악을 베이스로 하는 춤이라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지난번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五節舞(ごせちのまい) 고세치 춤은, 일본 고유의 춤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여성들이 추는 곡이죠.

약 두 시간에 걸친 이 날의 공연은, 굳이 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갔었는데 의도했던 '아악의 템포'를 몸으로 느끼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난 번 서예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글씨를 쓰는 적당한 템포와 호흡법을 익히기 위해 아악을 들어보라고 추천해주셨기 때문이지요. 중요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무척이나 좋은 기회였고요. 그리고 이 포스팅을 쓰며 당일날 나누어 준 팜플렛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 더 깊은 관심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또 동시에, 앞에서 '고세치 춤'이 유일하게 여성이 추는 춤이라고 한 것처럼, 이 '아악'의 '전통'에는 남성들 밖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국가 소속의 악사인 궁내청 시키부직 악부(宮内庁式部職楽部)에는 여성 단원이 없다고 하거든요. 하하. 물론 반드시 궁내청 악부가 아니더라도 아악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고, 그러한 곳에는 여성들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궁내청 시키부직 악부의 악사를 육성하기 위한 악생과의 모집 대상은, '15세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하니 네... 물론 황실의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기관으로써의 '궁내청'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수적으로 전통을 지키는 거라고 한다면 그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럴까요? 지켜야 할 전통과, 새로운 가치관에 맞게 '더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가야 할 전통이라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뭐, 근데 그냥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러한 문화 예술을 즐기려 기꺼이 금전을 지불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분명히 여성이 더 많은데, 무대 위에 남자 밖에 안 올라오는게 그냥 징그럽게 느껴져요. 제 비위가 이제 그렇게 좋질 못해서 그만ㅎ

그치만 아악 자체의 매력은 알겠고, 싫지 않아서, 궁내청 악부가 아닌 다른 단체를 좀 더 찾아봐야겠어요. 이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다! 다시 말하지만 공연이 싫었던 건 아닙니다ㅎㅎ 공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외적인 요소들이 징그러울 뿐이지 뭐.. 요즘 이 테마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많아서 더 그래요.. 차근차근 포스팅도 해보려고 생각중입니다만..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주변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밤의 아사쿠사 센소지 浅草寺 도 화려하고 예쁘더라고요. 이거야말로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 아닌가(또) 물론 저는 굳이 따지면 전통을 전통 그대로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요... 그치만 때로는 오히려 현대적 고정관념 때문에 올바르게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도 같단 말이죠.. 네..... 

아 맞다, 공연 보러 가기 며칠 전에 아래와 같은 글도 봤었는데, 아악을 좀 찍어 먹어 보고 다시 보니 아마 저건 '궁중 음악'은 아니고 향토 음악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냥 교양 수준으로 주워 들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충 뭘 말하는지 알 것 같기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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