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전시회 후기

기획전 「よそほひの源氏物語」겐지모노가타리 복식 전시회 후기 2024/1/7 일

센. 2024. 1.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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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7일, 어제 날짜로 NHK에서 「光る君へ(빛나는 그대에게)」 라는 대하 드라마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헤이안 중기를 배경으로, 겐지모노가타리의 작자인 '무라사키 시키부'를 주인공으로 삼아 당대 최고 권력을 자랑하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와의 관계를 그려내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공영 방송사인 NHK에서는 정기적으로 대하 드라마를 제작해서 방영하기는 하지만,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무척이나 오랜만인데다가, 그간 대하 드라마에서 다루었던 헤이안 시대 인물은 모두 무인들이었기 때문에 무인이 아닌 주인공으로, 특히 헤이안 왕조 문화의 전성기인 시대를 다루는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헤이안 중기 왕조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때다 싶어 여러가지 행사를 기획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침 1월 3일부터 1월 7일까지, 무척이나 짧은 기간이지만 東京国際フォーラム 도쿄 국제 포럼에서 겐지모노가타리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개최하길래 마지막날에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겐지모노가타리 속에서 표현된 의상을 위주로, 작중의 한 장면을 디오라마 모형으로 구현해 전시해두었습니다. 

기획전 'よそほひの源氏物語〜紫式部が現代へ綴る美へのかけはし〜
'단장하는 겐지모노가타리 ~무라사키 시키부가 현대로 향해 이어 준 가교~
東京国際フォーラム 도쿄 국제포럼
2024/1/3~1/7

특히 내부는, 사진 촬영이 자유롭게 허가되어 있어서 나중을 위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넓지 않은 홀이었지만 중심에는 겐지모노가타리 속에서 무라사키노우에를 위해 겐지가 개최했던 法華経千部供養, 법화경 1000부를 공양하는 연회 모습을 1/4 사이즈로 구현한 모형을 전시해두었습니다. 이 모형의 반대편에는 신년 선물용으로 겐지가 각지에 살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그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준비한 歳暮의 재현도 마찬가지로 1/4 사이즈 모형이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빙 둘러, 헤이안 시대 당시의 의류, 색조합이나 다양한 천, 염색 방법 등을 소개해두고 귀족 남성의 근무복,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귀족 여성의 의상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입체적인 전시이다보니, 사진이나 그림 자료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꽤 매력적이었어요. 모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직접 제 눈으로 보니 마치 그 공간에 제가 직접 가 있는 것 같은 상상이 되더라고요. 특히, 교토에 위치한 풍속박물관에서 협력해주셨던데, 교토에 가면 꼭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박물관이라 일부나마 그곳의 전시품을 직접 볼 수 있어 기뻤답니다!

입구부터 맞이해주시던 분. 栄花物語 에이가모노가타리의 서술을 베이스로, 버드나무, 벚꽃, 황매화, 홍매화, 새싹색 등의 홑겹 옷을 20겹 겹쳐 입은 의상을 재현해두었습니다. 실제로 이 당시의 귀족 여성들의 의상은 여러겹을 겹쳐 입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때에 따라 몇 겹을 걸쳤는지는 달랐지만 후대에 와서는 12겹이라는 의미의 「十二単(じゅうにひとえ)」라는 단어가 이러한 의상을 부르는 용어로 자리잡았습니다.

무라사키우에를 위해 겐지가 개최했던 法華経千部供養, 법화경 1000부를 공양하는 연회 모습을 구현한 1/4 사이즈 모형의 전경입니다. 한 화면에 다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크죠?

이것이 가장 중심에서 왼쪽편에 앉아 있는 겐지의 모습입니다.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서쪽편의 방에 앉아 있는 무라사키노 우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신년맞이 선물인 歳暮용으로 아름다운 의상들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에츠무하나에게 선물한 옷
다마카즈라에게 선물한 옷
딸인 아카시노히메기미에게 선물한 옷
하나치루사토에게 선물한 옷
겐지가 가장 사랑했던 무라사키노 우에에게 선물한 옷입니다. 그만큼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죠?
우츠세미에게 선물한 옷
아카시의 생모에게 선물한 옷
디테일한 소품들도 구현이 되어 있는게 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어요.
당시 실내 건축 양식을 잘 알수 있습니다
아카시의 생모와 무라사키노 우에가 주고 받았다는 시입니다. 글씨도 무척이나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종이를 포함한 문방사우도 구현되어 있다니.. 좋아요...

당시 의상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 모형입니다.

당시의 건축양식을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마 女房들은 이런 풍경을 보고 있었겠지..?

전통적인 천연염색 재료와 그 재료로 낸 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겐지모노가타리 속에서 묘사 된 의류를 소개합니다. 먼저 남자 귀족의 옷. 신분에따라 입을 수 있는 옷의 색이 정해졌다고 하네요. 왼쪽의 가장 어두운 보라색이 가장 높은 관직,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차 낮은 관직을 나타냅니다.

6위 이하의, 더욱 낮은 관직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의 색입니다.

당시 귀족의 근무복입니다. 전술했듯이 신분에 따라 색이 정해졌습니다.
상류귀족의 일상복으로 입었던 直衣(のうし)입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색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二藍(ふたあい)는, 쪽풀(푸른색)과 홍화(붉은색) 두 염료를 이용해서 옷을 염색하는 형태인데, 배합을 달리함으로써 색의 변화를 만들어 연령대에 따라 다른 색의 옷을 입었습니다. 젊을 때에는 붉은 빛이, 나이가 들었을 때에는 푸른 빛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헤이안 시대 귀족들은 여러 색의 옷을 겹쳐 입었습니다. 이 색을 겹치는 것을 かさね라고 하는데, 어떤 색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달랐고, 계절에 따라 그에 맞는 색 조합이 있었습니다.

축하하는 자리에서 입었던 홍매화의 색변화를 나타낸 かさね
마찬가지로 축하하는 자리에서 입었던 소나무 かさね
마찬가지로 축하하는 자리에서 입었던 나무의 새순을 표현한 かさね
축하하는 자리에서 입었던 붉은 꽃의 색변화를 나타낸 かさね
다섯 명절과 봄까지 입었던 황매화의 색변화를 나타낸 かさね
다섯 명절과 봄까지 입었던 보랏빛의 색변화를 나타낸 かさね
다섯 명절과 봄까지 입었던 버드나무의 솜털 난 새순을 표현한 かさね
4월의 얇은 옷으로 표현하는 귤꽃 かさね
4월의 얇은 옷으로 입는 등꽃 かさね
12월부터 두툼하게 겨울용으로 만들어 입는 노란 국화 かさね
12월부터 두툼하게 겨울용으로 만들어 입는 단풍 かさね
12월부터 두툼하게 겨울용으로 만들어 입는 다양한 단풍색이 섞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かさね

앞에서도 잠깐 등장했지만, 귀족남성의 근무복인 束帯(そくたい)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속에 입는 붉은색의 옷, 大口입니다.
그 위에 겹쳐 입어 바깥으로도 드러내는 겉옷 하의 表袴입니다.
상의의 속옷인 単입니다.
허리를 고정하기 위한 끈
안쪽에 겹쳐입는 옷 下襲입니다
그 위에 겹쳐 입는 半臂입니다
가장 겉옷이 되는 袍입니다

남성 귀족들이 착용했던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사용했던 천, 絹(きぬ) 일종의 실크에 대해 가공방식이나 원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성 귀족의 의류 十二単를 기준으로, 시대에 따른 변화를 보여줍니다.

헤이안 시대 초기의 모습입니다
헤이안 시대 중기의 모습입니다
에도 시대 전기의 모습입니다
현재 천황인 레이와 천황의 즉위식 때, 황후가 입었던 모습입니다(복제품)

 

이렇게 전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록 넓지는 않은 공간이었으나 많은 내용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사람도 꽤 많아 정신 없이 관람하고 나온 것 같아요. 대신 사진으로 남겨두면 나중에라도 참고가 되겠지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답니다. 마찬가지로 도쿄 국제 포럼에서, 2022년 12월 29일~2023년 1월 3일 사이에 열렸던 기획전 '正月に出会う 五節供の日本'의 도록을 팔고 있길래 구매했습니다. 1월 7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의 각 다섯 명절과 관련된 설명이 꽤 다양한 사진 및 그림자료와 함께 실려 있어서 앞으로 꽤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월 7일의 백마 명절은 저도 이미 이것 저것 알아봤던 내용이라 앗, 나도 이거 알아! 하는 기분도 들었답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설명이나 번역문을 달기도 어렵네요 하하. 그래서 전시는 이 정도로 끝내고, 저는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근처를 방황하다가 결국 같은 건물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CAFE LEXCEL, 東京都千代田区丸の内3-5-1 東京国際フォーラム地下1階
도쿄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 3-5-1, 도쿄 국제 포럼 지하 1층

샌드위치는, 이시카와현 향토 음식을 컨셉으로 기간 한정 메뉴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선택했습니다. 하얀 식빵과 통밀 식빵 중에 선택 가능하길래 저는 통밀 식빵을 골랐고요. 훈제 오리와 연근과 마가 들어간 샌드위치였습니다. 여린 시금치 잎도 풍부하게 들어가서 좋았고, 홀스 래디시 소스가 코 끝을 찡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특이한데 맛있는 샌드위치였답니다. 연근의 씹는 맛도 무척 좋았고요! 각 속재료가 모두 제 갈길을 찾아 떠나려는 것만 빼면요... 차라리 나이프를 주셨으면 좀 더 편하게 먹었을 것 같은데... 흑흑.. 곁들여서 나오는 피클도 꾸밈 없는 깔끔한 맛인데, 기본에 충실해서 맛있었답니다. 샌드위치와도 잘 어우러져서 입가심으로 좋았어요.

커피는 고를 수 있길래 이 카페의 이름을 딴 블렌드 커피로 골랐어요. 중~강배전인데 로스트 캐슈넛의 고소함과 비터 초콜릿의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길래 궁금했거든요. 평소 제 취향은 견과류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지는 중배전 커피인데, 이건 생각보다 강배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안정적인 밸런스를 자랑하는 커피였답니다. 약간 강하게 볶은 견과류 같은 맛? 어디에나 다 잘 어울릴 것 같은 무난한 커피라서 맘에 들었어요.
사실 티라미스가 먹고 싶어서 이 카페에 들어왔던건데, 티라미스는 엄청나게 훌륭하진 않다지만 나쁘지는 않은, 무난하게 안정적인 맛이었어요. 사실 샌드위치와 커피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워서 티라미스도 이쯤이면 훌륭하지~ 하는 기분으로 먹었답니다ㅎㅎ
프랜차이즈라서 널찍하고 깔끔한 공간에 안정적인 맛을 내주는 음식과 커피와 디저트,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죠?

이렇게 저는 짧은 전시회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헤헤.. 좀 더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지만 며칠 전의 강행군의 여파로 영 컨디션이 별로더라고요... 또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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