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전시회 후기

신춘특별전 「書の紙」나리타산서도미술관 후기 2024/1/28 일

센. 2024. 1.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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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나리타에 '서예'를 주제로 하는 미술관이 있더라고요. 국제 공항이 있는 나리타, 그 동네 맞습니다. 전시 정보를 들여다보다가, 마침 신년 기념 전시가 흥미롭길래 다녀왔습니다.

https://www.naritashodo.jp/?p=9682

 

【開催中】 新春特別展 書の紙

新春特別展 書の紙   「漉く・染める・引く・摺る・撒く・散らす・描く・継ぐ・磨く・打つ」これらはす…

www.naritashodo.jp

신춘특별전 '書の紙' 서예의 종이
成田山書道美術館 나리타 산 서도 미술관
2024/1/1(월) ~ 2/18(일)

'판에 뜨다, 물들이다, 바르다, 찍다, 뿌리다, 흩뜨리다, 그리다, 잇다, 닦다, 두드리다' 이것은 모두 종이를 가공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언어가 상징하듯이 한 장의 종이에는 다양한 제작법이 담겨 있습니다. 본 전시회는 글씨를 쓰기 위한 종이의 가공법에 집중한 전시입니다.
종이를 염료에 담그거나 솔로 바르거나, 판에 뜨는 과정에서 색을 입히거나 하는 염색 종이나, 판목을 활용해 문양을 찍어 내는 당지나, 박을 뿌리거나 종이를 이어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장식, 그리고 먹이 스미는 것을 막고 종이를 평활하게 만드는 두드린 종이 등의 가공 방법이 있습니다. 모두 종이를 아름답게 하고 글을 쓰기 좋게 하는 가공법으로, 대부분은 이러한 방법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본 전시회에서는 무늬가 없는 종이부터 장식에 집중한 헤이안 시대의 고필까지, 다양한 작품을 전시합니다. 그 중에서도 미야타 사부로의 당지 제작, 오야나기 히사에의 염색 종이나 두드린 종이 가공에 주목하고 그 제작법에도 초점을 맞추어 종이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를 자세히 소개하는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서예용 종이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식으로 표현과 관계되어 있는지, 확인 하며 전시를 감상해주세요.


포스터가 무척이나 아름답죠? 센스가 좋으신듯. 홈페이지에서는 전시 작품 리스트를 디테일하게 공개해주진 않으셨지만, 저 포스터의 디테일과 설명에 있는 '헤이안 고필' 이라는 부분과 트위터 계정에서 간간이 공개해주시는 내용을 보고 아 이건 가야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긴 했는데 두시간 이상이 걸리더라고요? 나리타 역에서 30분 정도 걸으라고 하길래 버스를 탔는데, 결국 잘못 내려서 20분은 걷게 되었어요.. 근데 이게 차라리 가는 길이 편했다는걸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요 며칠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맑더니 외출한 오늘은 내내 흐려서 조금 아쉽더라고요. 여기저기 매화가 피어나고 있어서 향기가 무척이나 좋았거든요. 겸사겸사 사진도 좀 찍어오려고 카메라도 챙겨갔더니 말이야.

물론 그래도? 열심히 찍었다. 蝋梅 노오란 색의 황금매화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여긴 없더라고요. 그나저나 저는 원래 벚꽃을 좋아했는데 요즘 매화도 좋아지더니 특히 홍매화가 너무 사랑스럽네요 허허.. 물론 이유는...

아무튼, 저는 11시 쯤 미술관에 입장했습니다. 입장료가 저렴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까요.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건물이었는데 그 안에 아주 가득가득하게 전시품이 차 있어서 오늘도 시간에 쫓기듯이 전시를 보고 나왔답니다 허허.. (예고) 이 전시회도 사진 촬영은 금지였어요. 보통 사립 미술관은 사진 촬영 허가해주는 곳이 적은 것 같네요. 처음부터 그걸 컨셉으로 입소문을 퍼트리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중앙홀에는 '紀泰山銘' 당 현종이 중국의 태산을 찾았을 때에 조각된 비석의 탁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높이 13미터, 가로 폭 5.3미터의 돌이 약 1000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원본 크기 그대로 구현해 놓아서 정말이지 그 장엄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답니다. 이것만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했어요. 하하.

본격적으로 전시회는 1장부터 시작됩니다. 제 1장은 '하얀 종이'를 주제로 여러 작품을 전시해두었는데, 주로 근현대 작가의 한자 글씨 작품이더라고요. 저는 가볍게 웜업 하는 기분으로 슬슬 구경합니다.. 

安東聖空(1893~1983)의 「引潮に」, 쇼와 시대 작품입니다. かな書道를 공부하고, 전통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큰 글씨로 かな를 쓰자고 하는 大字仮名운동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高野切 1종이나 関戸本의 서체를 베이스로 삼으면서도 큰 종이와 큰 글씨에 어울리는 글씨의 양감과 선, 먹색 등에 있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고 합니다. 왼쪽은, 홈페이지에서 가져 온 사진인데 정말 사진 퀄리티가 별로네요.. 아무튼 어떤 맥락인지 이해는 했는데 지금의 저는 일단 옛날 고전 작품들을 충분히 즐기고 씹고 맛보고 뜯어 먹고 싶은 시기라서, 저한테는 좀 과하게 장식적인 것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이 작가 외에도, 근현대 작가 중 가나 서예를 배운 후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작가들도 많았지만, 영 제 취향인 분은 없더라고요(그야 그렇겠지)

 

그래서 빠르게 2장으로 넘어갑니다.
2장은 染紙, 색을 들인 종이입니다.

小山やす子「伊勢物語屏風」 2003

무척이나 커다란 병풍 작품입니다. 현대 작가의 かな 작품은 이렇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본 전시회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듯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종이를 활용하여 병풍 작품으로 완성하고 계시죠.

安倍小水万呂願経 871

불경을 필사한 작품은, 정확한 연대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비교적 본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거나 글씨의 주인이 명확한 것도 많아서 비슷한 시대의 かな 작품과 비교하는 비교군으로써 늘 관심이 가기는 해요.. 사경 작품도 색을 입힌 종이를 주로 이용하였고, 특히 방충효과를 기대하며 黄檗(おうばく)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네요. 몇 가지, 재료 별로 물들인 종이를 전시해둔 공간도 있었는데, 紅花 잇꽃으로 물들인 종이는 생각보다 '붉은 색'은 아니고 흰색이 섞인 듯한 탁한 핑크빛이더라고요? 무척이나.. 현대적인 색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신기했어요.

関戸本古今集 伝藤原行成

세키도본! 고금와카집! 입니다!! 맑은 보랏빛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 역시 지금의 저는, 세키도본의 글씨에서 가장 안정감을 느끼고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きのつらゆき 쯤은 당연히 읽고요. 이제 세키도본의 글씨가 제일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 하하.
두번째 줄 첫번째 글자인 か와 세번째 글자인 か(可)가 각각 다른 두가지 형태로 연달아 나오는게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주제가 風인가? 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가을上'에 수록된 170번과 171번 시를 적은 페이지 같군요 헤헤.

사실 이런 식으로, 이미 염색 된 종이만 보고 어떤 염료를 썼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랏빛을 내는 염료로 비슷한 색을 내려고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본 결과를 같이 전시해두고 계셨습니다. 위의 사진은 색을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찍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왼쪽의 蘇芳染め(鉄媒染)가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泉福寺焼経, 헤이안 시대

연한 푸른빛 藍紙에 금 揉箔를 뿌리고, 또 금 도료로 선을 그은 사경입니다. 11세기 중반에서 12세기에 걸쳐 제작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됩니다. 불탄 흔적이 있어 焼経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좀 너무 한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하. 그치만 저 여리여리한 푸른 빛에 금박 조합이 너무너무 아름다웠어요. 연한 푸른빛은 확실히, 좀 자주 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아마 이 사경의 제작 시기도 藍紙로 유명한 藍紙本万葉集를 藤原伊房(1030~1090)의 작품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대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식으로 추측하고 있거든요.

石山切貫之集下 藤原定信筆

이것은 藤原定信(ふじわらのさだのぶ)가 25~26세 즈음에 쓴 글씨로 추측됩니다. (伝이 아니야!) 두번째 줄 세번째 글자의 し를 그.. 붓의 방향은 바꾸지 않고 힘의 강약만을 조절해서 표현한 것이 무척이나.. 터프하다고 해야할까요.. 하하. 종이에는 초록빛으로 색을 입히고 금은박으로 새나 나뭇가지 등을 표현한 것이 글씨와도 무척이나 조화롭습니다.

香紙切 伝小大君

인스타그램에서 슬쩍 공개하고 계셔서 주워왔습니다.. 小大君(こおおきみ)는 헤이안시대 중기의 여류 가인입니다. 여성의 필체로 추정되는건, 저는 처음 봐서 좀 놀랐어요. 連綿이 많고 또렷한 선을 사용하며 자유분방하고 리드미컬한 필치가 특징입니다. 히라가나 글자가 자리를 잡은 이후, 서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던 시기의 작풍 중 하나로, 실제로는 11세기 말의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小大君는, 940~1005년 경의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으니, 그의 글씨가 아닌 건 확실하겠죠. 흠.
아무튼, 이걸 실물로 보면 먹색이 아주 또렷하고 선 자체도 또렷해서 단 한방울도 종이에 먹이 스며들지 않은 걸 직접 느낄 수 있는데, 이건 아마 ドウサ引き, 즉 명반 아교로 코팅을 하여 종이에 먹이 스며들지 않게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원활한 붓의 움직임에 따른 경쾌한 선 표현은 바로 이러한 종이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고 얘기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서예 연습용으로 쓰고 있는 料紙도 이런 식으로 먹이 거의 스미지 않는 종이라서 좀 비슷한 감각을 느꼈어요. 

和泉式部続集切 伝藤原行成

이것도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伝藤原行成라고 전해지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11세기 후반에서 12세기 경의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합니다. 실제로 11세기 초반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글씨 자체에서 장식적인 느낌이 더해지고, 선의 굵기에 변화를 주어 표현의 다양한 방식을 꾀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이제 3장으로 넘어갑니다. 3장은 雲紙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雲紙本和漢朗詠集 伝藤原行成

이건 개인 소장 작품이라 도록 외의 정보가 없군요 허허. 물론 다른 페이지는 데이터화 된 것도 좀 있긴 하지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雲紙의 대표는 바로 이 작품이죠!! 정말 아름답습니다. 물론 関戸本과 다른 글씨체라는건 이미 알겠는데.. 그래도 아름다워요.. 이건 좋아 괜찮아(?)

北野切 古今和歌集 伝藤原為家

藤原為家의 글씨입니다. 약간.. 애정이 있긴 하죠(?) 테이카의 글씨에서 보이는 강약의 폭을 의식하는듯 하면서도 아주 깔끔하고 알기 쉬운 글씨를 쓰는듯 합니다. 차분하고 읽기 쉬운 글씨예요. 
이것도 가마쿠라 시대의 작품이 되긴 했지만, 이 이후 가마쿠라 시대 작품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오면서, 雲紙의 표현 방식이 너무 규칙적이고 정형화 되어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좀.. 구름 형태가 너무 일정해서 못생겼어요;; 센스가 없는 느낌이 남..ㅎㅎ 아니 착각인가? 싶어가지구 雲紙本和漢朗詠集 다시 보러 갔잖아요.. 근데 진짜 센스의 문제인것 같음.... 네..

名家家集切 伝紀貫之

아름답습니다. 11세기에 글씨 교본처럼 활용되었다고 할 정도로 깔끔하고 청초한 글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墨継ぎ 같은 특징도 별로 안 보이는게 신기하죠.

名家家集切 伝紀貫之 / 徳川美術館

같은 작품의, 도쿠가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페이지도 찾은 김에 붙여둡니다. 아마 제가 보고 오지 않았었을까요? (무슨말임;)

法輪寺切 和漢朗詠集 伝藤原行成

伝藤原行成라고 적혀 있고, 확실히 유키나리의 한자 글씨체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高野切 제3종, 그리고 伝藤原行成의 「蓬莱切」 등과 같은 글씨로 추측됩니다. 반짝반짝하는 종이가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 

이제 4장으로 들어갑니다. 唐氏, 당나라의 종이라는 의미이지만 초창기에만 실제 당나라를 통해 수입된 종이를 일컬었고, 그 이후에는 중국풍 장식을 한 종이 전반을 일컫는 말로 자리잡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틀을 이용해 문양을 종이 전체에 인쇄한 것을 말합니다. 종이에 具引き, 조개 등을 구워 가루로 빻은 胡粉(ごふん)을  바른 데에 雲母摺り로 반짝이는 광물을 찍어내거나, 空摺り로 목판 틀을 이용해 압력을 가해 요철을 표현한 것 등이 그것입니다.

巻子本古今和歌集 伝源俊頼

巻子本 고금와카집입니다!! 이것도 이제 藤原定実의 글씨인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작품이죠. 위 사진도 도록에서 찍어온 건데.. 이 작품은 다른 페이지의 붉은 색이나 푸른 색이 진하게 나타나는 작품에 비하면 조금 차분하지만, 날개를 펴고 있는 봉황을 空摺り로 표현해서, 우아한 멋이 느껴졌답니다. 글씨와도 무척 잘 어우러지죠.

太田切 伝藤原公任 / 五島美術館

和漢朗詠集의 필사본인데, 위 사진은 고토미술관에서 소장하고 계신 다른 페이지의 사진입니다. 하하. 여기도 전체적으로 당초唐草문을 찍어내고, 금박으로 커다란 버드나무나 풀, 새 등을 그려냈습니다. 11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추측되는데, 唐紙에 그림을 더해 표현한 것으로는 꽤 이른 시기의 작품입니다. 이건 대나무로 만든 종이인데, 일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재료라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서풍은 또 무척이나 독특해서, 다른 작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拾遺抄切 伝源俊頼

이것도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휴.. 연한 갈색의 종이에 雲母摺り로 문양을 찍어냈습니다. 굉장히 익숙한 서풍이라, 이것도 定実의 글씨인가? 생각했는데 실제로 元永本 등과 가까워 사다자네의 글씨로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하하. 이제 제법 친해졌어(?)

拾遺集切 伝源俊頼

이것도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12세기 전후반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이쯤 되면 당나라제 종이의 모방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점차 일본적인 풍광을 표현하게 됩니다. 이것도 定実의 글씨인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종이의 표현에 있어서는, 巻子本에 나타나는 당나라 풍 인물화에 비교하면 이 작품에서는 일본적인 표현이 唐紙에서도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久海切 伝紫式部

이건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공개해준 사진. 紫式部를 伝称筆者로 삼고 있습니다. 서로 엮이는듯이 표현 된 連綿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종이는 중국제로 추측됩니다. 앞에서 소개한 小大君의 작품도 그렇긴 한데, 확실히 지금껏 주로 봐온 남성의 글씨들과는 다른 계열의 서체인건 알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시키부의 이름을 붙이고 싶은 기분도 이해는 하겠지만(ㅋㅋ) 당연하게도, 실제로는 11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端白切 伝大弐三位

이것도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아무튼 이것도 앞의 작품과 비슷하게, 여성의 글씨체로 추측되는 요소가..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타당한 추측인지는 궁금해요. 이건 특히, 올해 고필 캘린더에 7월의 작품으로도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7월이 되면 이걸 좀 자세히 알아봐야할까봐요(?)

唐紙和漢朗詠集 伝藤原公任 / 五島美術館

고토미술관에서 소장하고 계신 페이지 사진을 주워왔어요.. 문양은 전체적으로 크게 들어갔으나 조금 흐릿하죠. 앞에서 소개한 伝藤原公任의 太田切와는 또 전혀 다른 글씨체인데,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行成의 손자인 藤原伊房의 작품으로 추측되며, 마찬가지로 11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합니다.

石山切伊勢集 伝藤原公任

아름다운 글씨입니다. 드디어 디지털 자료가 있었어요 흑흑.. 전체에 雲母摺り로 찍어낸 문양화, 거기에 더해 그려낸 그림도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이 즈음에는 일본 내에서 唐紙를 제작하는 수준이 이미 높아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伝藤原公任로 적혀있는 것 치고는.. 제법 또 분위기가 다르죠..? 関戸本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古今和歌集春歌下 中野越南 1935년

이것은 근현대 작가의 작품입니다. 정작 전시되어 있었던 것은 秋上권이기는 했으나, 아무튼 디지털 자료는 소중합니다(?) 1장에서 이 작가의 한자 서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말년에 한자 작품 위주로 제작한 것에 반해 이전에는 헤이안 시대 고필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本阿弥切나 関戸本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종이는 물론.. 巻子本에 가깝지만요. 하하. 이어 1963년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古今和歌集의 賀권의 내용을 필사한 것임에도 제법 분위기가 달라졌더라고요. 

花の四季 西谷卯木 1978년

이것도 근현대 작가의 작품입니다. 아름답긴 하고 대중들의 반응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너무 '현대인'이 생각하는 관념적 和紙, 관념적 일본풍 같은 느낌..? 네 그냥 제 기분.. 저 ちらし書き 별로 안 좋아하나봐요;; 고필 작품 중에서도 色紙 작품 썩 안 좋아하기는 했던 것 같음 하하. 글씨체도 좀 과하게 장식성을 추구한 느낌이라 저는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현대 작가들이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는 좀 보인다고 할까요. 

이제 5장으로 들어갑니다. 宮田三郎, 미야타 사부로라고 하는 쇼와 시대 교토에서 唐紙 제작에 몰두해 온 장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아름답더라고요..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촌스럽거나 허접하지(;;)도 않고 아름다웠어요. 이 사람은 판화 작가로도 활동했던 것 같은데, 料紙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세미나 같은 것을 열기도 해서 스스로 종이를 제작하는 서예가들도 나타나곤 했다고 합니다. 아 저도 좀.. 해보고 싶다(?)

山家集抄 西谷卯木 쇼와시대
みつねの歌 西谷卯木 쇼와시대
常盤帖 吉澤義則 쇼와시대

아니 근현대 작가들 작품 가지고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해야하는거 아니냐고요;; 아래 작품 둘 다 도록 찍어 왔네; 아무튼.. 6장에 전시되어 있던 백인일수 色紙 작품은 보면서 과하다, 싶었는데 이 작품들은 무척 아름답고 좋더라고요. 물론 세번째 작품은 글씨체는 좀 장식적이다 싶긴 하지만, 위의 두 작품은 현대작이면서도 왕조문화의 정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두번째 작품은 특히 진하지 않은 무늬가 은은하게 들어간 것이 아주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차분한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서체도 꽤 定実를 떠올리게 했고요.

6장은 雲母砂子, 金銀箔, 下絵 등의 다양한 장식들을 보여줍니다.

高野切第二種 伝紀貫之

高野切 2종입니다. 알갱이가 커서 금은박에 필적할만한 雲母가 촘촘히 뿌려져 있습니다. 저는 雲母 장식을 좀 좋아하는것 같아요.. 과하지 않은데(과연 과하지 않은게 맞긴 한지..?) 아름다워요.. 반짝반짝하는거 예뻐.. 

이건 미술관 측에서 업로드해준 영상 중 한 장면입니다. 빛에 반사되니 정말 그 반짝임이 전해지죠? 
참고로 이 작품에 적혀 있는 것은 『古今和歌集』의 3권, 여름노래에 실린 紀利貞의 시, 「あはれてふことをあまたにやらしとやはるにおくれてひとりさくらむ」라고 합니다. 의미를 생각하면, 거의 여름에 가까운 늦은 봄에 홀로 피어 난 벚꽃에 쏟아지는 초여름의 반짝이는 햇살처럼도 느껴지는군요. 

蝶鳥下絵経 装飾法華経譬喩品第三 伝光明皇后
古写経手鑑『穂高』

또 몇점, 사경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경에는 확실히 금은박이나 금은 도료를 이용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는 풀과 꽃들 그림도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그러고보니 트위터에서 이런 걸 봤습니다.

경전을 어떤 식으로 필사했는지, 조금쯤은 알 수 있을만한 동영상이라 붙여둡니다.

伊予切(和漢朗詠集巻上断簡) 伝藤原行成 五島美術館

伊予切입니다. 다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페이지 이미지를 주워왔어요 하하. 伊予切의 제 1종은, 高野切 제 3종과 같은 필체로 보는 견해가 가장 타당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11세기 중반의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약간 춤추는듯한 글씨가, 확실히 高野切 3종이 주는 분위기를 연상시키는것 같습니다. 한자도 좀 자유분방하죠.

藍紙法華経 伝藤原行成

와악.. 사경 伝藤原行成가 남아 있었어요.. 진짜로 '남아만' 있는 수준이지만요...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흑흑) 하.. 그치만 아름다운 글씨입니다.. 물론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계열의 서체라고 한다면요..

大字和漢朗詠集切 伝藤原行成

큰 글자로 적혀있는 작품은, 꽤 흔치 않은 것 같아서 신선했습니다. 25.7x8.6의 사이즈라고 합니다. 高野切 제1종과 같은 글씨체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촘촘하게 금박과 雲母가 채워져 있는 것이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글씨는 조금, 춤을 추는 것 같군요.

戊辰切 和漢朗詠集 藤原定信筆 / 五島美術館

이건 또 다른 페이지를 고토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데이터를 가져왔습니다. 홇홇. 定信의 글씨로 밝혀진 작품은 꽤 여러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伝이 아니라 筆이라고 써 있으면 여전히 기쁜 것은 사실입니다. 定信의 글씨는 무척이나 개성이 강해요. 도쿄 국립박물관 상설 전시에서 보고 온 定信의 글씨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끼긴 했지만요.
특히 붓끝을 강하게 종이에 내리 꽂는듯한 독특한 중량감이 느껴지죠. 물론 동시에, 선의 시작과 끝부분이 뭉개지지 않고 날카롭게 살아 있는 것도 그의 특징입니다. 취향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독특하고 재미있어요. 12세기 중반의 이 작품 즈음부터 금은박으로 霞引き, 즉 안개처럼 표현한 장식이 본격적으로 서예용 종이의 장식으로 정착해갑니다. 이것도 직접 보면 정말 아름답고, 글씨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은은하게 화려해서 좋아해요.

石山切伊勢集 伝藤原公任

이중 원형 꽃 당초문을 雲母로 표현한 당지에, 은 도료로 새나 나뭇가지, 단풍잎 등을 그려냈습니다. 진짜 화려하죠? 伝藤原公任라고는 하지만, 아마 그러한 종이의 표현법을 감안하면 12세기 즈음의 작품으로 보입니다. 1112년 3월, 白河法皇 시라카와 법황의 60세 생일을 기념하며 제작된 작품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왕조 문화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石山切의 貫之集는 藤原定信의 작품으로 확정하고 있는데, 위 작품은 추측이 어려운가봅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것도 같은데 흠.... 아무튼 적당한 힘의 밸런스와 강약의 조화로 무척이나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烏丸切 伝藤原定頼 / 東京国立博物館

이것도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페이지를 들고 왔습니다. 글씨가 무척이나 작고 유려하면서 또렷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것도 명반 등을 발라서 먹이 스며들지 말라고 가공을 한걸까요?

大江切 古今集巻第十六 伝藤原定頼 / 慶應義塾

이것도 다른 곳에 소장하고 있는 페이지를 주워왔는데요.. 위 작품과 글씨체를 포함하여 공통점이 많다고 합니다. 글씨에서 전해져오는 분위기 자체가, 제법 비슷하더라고요.

栂尾切 桂本万葉集 伝源順

또 드디어 정식 디지털 데이터가 있다(!!) 나비와 새가 금은 도료로 그려져 있고, 그 외에도 흐르는 물이나 풀과 꽃, 버드나무 등이 그려져 물가의 풍경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들은 여기에 적힌 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고, 어디까지나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한 재료로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이건, 흔치 않게 万葉集를 필사한 것인데, 가장 첫 줄의 衣手乃와, 세번째 줄의 ころもての가 대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니 무척이나 흥미롭더라고요. 잠깐 사족을 붙이자면, 헤이안 시대 즈음에는 이미 한자 한 글자를 가나 한 글자로 대응해서 읽는 방식으로 이미 정착이 되었는데, 만요가나에서는 衣를 의미를 감안하여 훈독하며 세 글자인 ころも로 읽고, 乃는 음독하여 한 글자인 の로 읽는 등, 각각의 방식이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건, 언어로 작동하는 것을 조금 복잡하게 만들죠. 그래서 점차 한 글자는 한 글자로 대응한다는 약속이 자리잡아 나갑니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고 이걸 보면, 아직 혼용하고 있던 시기의 글자를 보여주는 부분이 제법 재미있죠.
게다가 앞의 두 작품이, 종이가 먹을 거의 흡수하지 않아 글씨가 또렷하고 분명하게 표현되던 것에 반해, 이건 종이가 훨씬 먹을 흡수하여 조금 마른듯한 글씨로 쓰여 있는 것도, 비교해서 볼 때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렇듯 수분감이 적어져 긁히는듯이 쓰는 글자를 渇筆(かっぴつ), 갈필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그런 표현이 등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만..

和漢朗詠集切 伝世尊寺行能

또 도록을 찍어왔습니다.. 종이가 꼬깃해진것까지 보여서 약간 짜증나네요.. 아무튼. 이건 특히나 한시 부분도 앞에서 말한 갈필을 섞어 표현하고 있는게 특징적입니다.

和漢朗詠集 巻下(益田本) /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이건 비교용으로 가져 온 건데, 11세기 헤이안 시대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 작품에서는 한시 부분은 최대한 변화가 없는 일정한 굵기와 일정한 농담으로 표현합니다. 불경 필사에서 나타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한자를 쓸 때에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かな를 쓸 때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각각 다른 지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자는 공적인 문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일관적으로 또렷하게 쓰고, かな는 사적인 문자,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 변화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것과 비교해보면, 앞에서 소개한 和漢朗詠集切는, かな표현에서 주로 나타나던 방식을 한자 서예에도 반영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대조적으로 かな인 和歌 부분은 세밀한 붓으로 바꾸어 썼죠. 물론 후자의 표현법은 이전의 작품들에도 있어왔던 방식인데, 전자의 표현법은 확실히 조금 더 이후 시대의 표현법이겠구나, 하는 추측이 가능해서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百人一首帖 小山やす子 2001년

이것은 현대 작가의 작품입니다. 백인일수를, 카루타 경기용 카드처럼 앞 구절과 뒷 구절을 나누어 썼는데, 전통적인 방식에 현대적 감각으로 미의식을 계승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러한 종이를 継ぎ紙, 즉 이어 붙인 종이라고 합니다. 옛날 작품들에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죠. 화려하고 변화무쌍하여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 정도 되면 과하게 장식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어 저는 역시 약간 취향이 아닌 것 같아요.... (또) 아직은 '언어'로써의 문자에 관심이 많아가지구 그만...

현대적 표현으로는, 霞引き 같은 금은박 표현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 물론 그야 금은박이니까요;

짧은 영상이지만, 금은박 작업 하는 모습이 담겨 있길래 가져왔습니다. 아 역시 저도 料紙 만드는거 해보고 싶다;; 사실 어디 클래스 같은거 없나 찾아봤는데.. 교토/오사카 지역엔 있더라고요 흠; 

7장은 にじみを止める, 먹이 스며들지 않게 하는 종이의 가공법에 대해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久安切 藤原俊成筆

후지와라노 슌제이, 테이카의 아버지입니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선이 무척이나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약간 광택이 도는 종이에, 먹이 스며들지 않도록 가공을 했습니다. 그만큼 먹색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7장은 슬렁슬렁 보고 나왔네요 헤헤.. 사실 개장 시간이 16시까지인데, 저는 또 반 정도 보고 한시 반쯤 되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미술관을 뛰쳐나왔으며... 바로 앞에 있는 소바 가게가 가격이 좀 어이 없을 정도로 비싸서 산을 내려왔고.... 아 진짜 굶주린 상태에서 산 내려오기 힘들었어요;;;; 아니 처음에 버스를 잘못 내려서 산이 아닌 쪽으로 빙 돌아서 미술관에 도착했거든요. 알고보니 이게 차라리 나은 길이었음을.. 뭐 엄청 높고 오래 내려와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상태로 가기엔 힘들었다고요 어흑흑. 

튀김 정식 1,600엔

튀김 정식이 먹고 싶었는데, 진짜로 미술관 바로 앞에 있던 가게에서는 3,500엔인가.. 그런 가격이길래 10분 쯤이야 걸어도 되지.. 하고 내려왔는데 산길이 제법 힘들었고요.. 대충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튀김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1,600엔이었는데 평소 같았으면 이것도 좀 비싼데? 생각했겠지만.. 3,500엔이라는 가격을 보고 나니 천사더라고요 어흑흑.. 자리는 여유로웠고 엄청 나빴냐면 그렇진 않았지만.. 밥은 좀 질었고 튀김도 약간 온도가 안 맞았고 어쩌고... 아니 그래도 맛있게 먹긴 했어요 하하
진짜 다음부턴 전시회 갈때 가방에 빵쪼가리라도 넣고 다녀야겠어요. 아 그리고 검정 옷 입어야지.. 유리에 반사돼서 내 옷이 보이는게 거슬리더라고요; 노트는 지난번부터 챙기고 있고.. 정말 저는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거든요..? 심지어 이 날은 떡이랑 커피로 디저트까지 먹었음........... 네.. 그냥 두세시간 안에 관람이 끝날거라는 기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고 중간에 밥 먹으러 갈 일정까지 넣어서 계획을 짜는게 좋을것 같아요. 도보 10분 전후면 기분도 환기 시킬 겸 다녀올만 하니까! 커피도 사마시고 싶었는데 벌써 두시가 넘은 시간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개관 시간이 두시간도 안 남았기 때문에 두시 반 쯤 미술관에 복귀하는 걸 목표로 움직였습니다. 저는 또 밥을 10분만에 다 먹고;; 굳이 서둘러서 먹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여유롭게 두시 반에 미술관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산을 다시 오르면서 매화 꽃 사진도 좀 찍었어요 우헤헤

이게 산을 올라온 길에서 본 정면의 나리타산 서도 미술관의 모습입니다. 정말로 산 속에 둘러싸여 있죠? 하하. 평일인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다른 일정이 있었던 토요일, 심지어는 그 다음날인 월요일까지도 구름 한 점 없을 정도로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더니만 딱! 이 날만 내내 흐린 하늘이라서 좀 슬펐어요 흑흑. 기왕이면 새파랗게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홍매화 사진을 잔뜩 찍어오고 싶었는데 말이예요.

미술관 바로 앞에는 물도 흐르고 있어, 청둥오리? 들과 잉어들도 구경할 수 있었답니다. 주말이라 사람도 꽤 많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품종의 벚꽃나무도 있더라고요. 2월 말이면 이미 활짝 만개하는, 일반적인 벚꽃들보다 이르게 진한 분홍빛으로 피어나는 벚꽃이예요. 몇년 전 2월 말에 갑자기 휴일이 생겨 뭘.. 하지? 하고 고민하다가 갑자기 문득 '벚꽃이 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물론 일반적인 벚꽃들은 피려면 아직 조금 이른 시기였어서, 개화 시기가 다른 벚꽃이 있을까? 하고 찾아봤더니 저 河津桜가 있는거예요. 게다가 河津는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에 있는 지명이기도 해서, 그럼 그 곳을 찾아가볼까? 하고 1박 2일로 다녀온 적이 있어요. 작은 하천을 따라 핑크빛 벚꽃들이 주욱 늘어선 길을 걷고 걷고 또 걸었는데 벚꽃 길은 끝나지 않아 중간에 돌아서 내려 올 정도로 미친듯이 많은 나무들이 아주 아름답게 만개해 있었어요. 마침 이틀 다 날씨도 더울 정도로 따뜻하고 맑았어요. 도쿄는 아직 쌀쌀하고 살풍경인데에 비해, 따뜻한 남쪽나라로 찾아가서 진한 핑크빛으로 물든 벚꽃길을 걷고 있으면, 직접 봄을 맞이하러 갔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물론 도쿄도 그 정돈 아니었고 매화는 이미 만개했을 시기였지만 유난히 일이 바쁘고 힘들었던 시기였어서 대조적으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하하. 그 때의 사진들이랍니다.

기왕이면 카메라 들고 한번 더 가보고 싶기도 하고, 그치만 편도로 4~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건 약간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대신 神奈川県 三浦海岸에서도 비슷하게 생사를 한다고 합니다. 여기라면 다녀올만 하지 않나? 같은 생각을 계속 하는 중입니다.. 아직 한달 정도 남았으니 계속 좀 고민을 해볼게요 하하.

다시 나리타산에 피어있던 매화입니다. 약 20퍼센트 정도 개화한 정도였어요. 향이 별로 없는 벚꽃과는 다르게 매화는, 정말로 향이 주변을 가득 채워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것은 나리타산에 있는 新勝寺 신쇼지 절의 平和大塔입니다.

나리타산 신쇼지 절 경내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 저는 오른쪽 위의 서도 미술관에서 관람을 무사히 끝내고 나와 탑을 경유해 본당을 지나 정문으로 내려왔거든요.. 예.. 당연하게도 미술관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두번째 목적은 매화 사진을 잔뜩 찍어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곳은 空海가 부동명왕을 봉안한 것에서 시작된 사찰이라고 합니다. 앗, 지금 알았는데 그래서 서도 미술관이 여기에 있는거겠군요... 음 네...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 특히 1월 28일은, 부동명왕의 신년 첫 縁日인데, 마침 주말과 겹쳐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빠르게 내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왁자지껄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해의 무운을 기원하는 모습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黒平まんじゅう本舗 本店 / 千葉県成田市寺台260番地
그러고보니, 버스를 잘못 내려 미술관까지 걸어가는 길에 구로베라 만쥬 본점이 있더라고요. 일단 사고 보자, 싶어 만쥬 두개와 와라비모찌 한 팩을 사왔습니다! 집에 와서 따뜻한 차와 함께 먹었는데(특히 이 포스팅을 쓰며 열심히 열량으로 소모했습니다..) 겉부분은 쫀득하고 흑당의 향이 아주 풍부하면서, 안에 든 팥도 달달하고 아주 맛있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먹을 것만 샀는데,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데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만쥬는 아니더라고요. 다음에 가면 또 사와야지. (당연히 또 가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중..) 와라비모찌는, 고사리 가루로 만든 반투명한 질감의 떡인데 저는 원래도 꽤 좋아하지만 늘 마트에서만 사먹다가 제대로 만든 걸 사먹는건 의외로 처음이 아닌가..? 콩가루만 해도 무척이나 맛있구나.. 하고 먹고 있는 중입니다 헤헤. 고사리떡 자체는 여기저기 흔하게 팔아요.

맞아, 그리고 15시 45분 즈음에 관람을 끝내고 나오면서 여유롭게 뮤지엄샵을 털었습니다 헤헤. 당연히 도록은 샀고요. 서도 미술관인 만큼 서예 도구도 이것저것 팔고 계시던데 굳이 여기서 살 정도는 아닌 것 같았고. 포스트 카드만 몇 장 사왔어요. 이렇게 열가지를 팔고 계시던데 저는 그 중 다섯 장을 골라 샀습니다. 아, 1~5번, 6~10번을 각각 세트로 묶어 약간 저렴한 가격에 팔던데..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그 세트를 누가 사겠냐고요.... (아마 그래서 그렇게 조합했겠죠? 허허) 저는 당연히, 4번의 名家家集切 伝紀貫之와 5번 石山切伊勢集 伝藤原行成와 6번 関戸本古今集 伝藤原行成와 7번 香紙切 伝小大君와 8번 法輪寺切 伝藤原行成의 다섯 종류를 샀죠! 하하. 당연함. 그냥 かな 작품 다 삼; 그리고 뭘 벽에 붙일거냐면.. 당연히 関戸本이요 흑흑. 보랏빛 종이도 너무 아름다워...

이 서도 미술관은, 당연하게도 '서예'에 집중한 미술관이고 그런 만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전시하고 있는데요. 2층 짜리 건물에 관내가 그렇게 넓은 것은 아니지만, 6천 점을 넘는 엄청난 소장품 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좁은 공간이지만,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하면서 잔뜩 전시해놓아서 그만큼 밀도가 높았거든요. 소장작 중 왠만큼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들은 거의 보고 온 것 같기는 한데, 아마 또 같은 작품을 전시하더라도 또 다시 보러 가고 싶어질 것 같아요. 전에도 전시회에 다녀 온 후에 같은 말을 한 것 같지만, 같은 작품을 보게 되더라도 얼만큼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다시 새로운 것이 보이게 되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저의 이번 전시회 구경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이 근처에 国立歴史民俗博物館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또 편도 두시간..? 나한테 왜 이래 정말.. 언젠간 가게 될것 같지만요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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