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감상 후기

超訳百人一首 うた恋い。 초역 백인일수 우타코이 애니메이션 감상

센. 2024. 1. 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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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 찍은 사진

https://sen9.tistory.com/2

 

超訳百人一首 うた恋い。

(순서가 반대인건, 순수하게 사심에 의해서라고 해둡시다.) 超訳百人一首 うた恋い。(杉田圭) 백인일수의 사랑노래를 주 테마로 한 만화. 2012년 7-9월에 걸쳐 애니메이션이 방영됨.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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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도 슬슬 수정해서 업데이트 해둘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신칸센 티켓을 발권하러 나갔다가 서점을 잠깐 들렀더니 네 권이 나란히 있는거 아니겠어요...? 나도 모르게 한꺼번에 다 사 왔지 뭐야... 아니 최근에 신장판으로 나왔다는건 알고는 있었는데... 그리고 예전에 샀던 책도 지금 내 손엔 없으니까 다시 살까? 뭐 이런 생각을 안 했던 것도 아니긴 한데(또르륵)

어쩌다보니 사진을 찍은 구도도 똑같고, 배경이 핑크색 책상인 것도 똑같네요. 달라진건... 화질 뿐인가? 진짜 웃겨;
그래서 책도 새로 샀겠다 겸사겸사, 후기글을 수정.. 이 아니라 새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라서요..

만화책 4권은 새로 나온거고(10년 사이에..), 1~3권은 예전에 나왔던걸 재편집 하고 판형이 바뀌어 재발매 되었습니다. 작년 2023년 4월부터 재발매 되기 시작해서, 4권은 12월에 갓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작이예요(??) 만화는 이제 천천히 읽을거지만... 

사실은, 어제 애니메이션도 다시 봤습니다. 제가 평소에 쓰는 OTT에서는 서비스 하지 않길래, 굳이굳이 서비스 하는 데까지 찾아가서 유료로 이용료를 결제하고서요. (물론 이벤트 중이라 저렴한 체험가격이기는 했음)
2012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인데, 어떻게 10년이 더 지난 지금 봐도 이렇게 좋을까요? 이건 늘, 백인일수와 와카를 공부하고 당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제 마음 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어떻게 보면 제 모든 시작이기도 했던 작품이라, 10년 만에 다시 백인일수와 와카 공부를 시작했지만서도 은근히 도망치듯이 피해다녔어요. 그 이유는 차츰 얘기할거지만... 그런데 그만... 너무 헤이안 배경 영상 작품을 보고 싶길래 이것저것 찾다가 너무 구린 걸 봐버려가지구... 그래서 그만... 맛없는 걸 먹고 나서 입을 헹구듯이 그만...
사실 저는 10년 전보다 더 옛날에, 겐지모노가타리 소설도 꽤 좋아하고 당시엔 음양사 소설도 꽤 재미있게 읽었고, 그리고 헤이안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도 일본어를 잘 몰라 이해도 잘 못하는 주제에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그랬던 사람인데 어쩌다 이 작품을 만나, 완벽하게 그 흥미가 백인일수 그리고 와카로 이어지고 본격적으로 1차 사료를 공부하기 시작했더랬습니다. 그만큼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새삼스럽게 또 느꼈습니다.

이 작품 자체는 백인일수를 주제로 삼고 있고, 제목에서 보이듯이 그 중에서도 '사랑' 얘기를 픽업해서 소개합니다. 백인일수를 고른 후지와라노테이카는 등장인물이면서 안내 역할도 맡고 있죠. 그야 본인의 시 또한 백편의 시 안에 있으니 등장인물이 되어주셔야죠. 비슷하게, 시의 내용만을 그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가인들과 주변 귀족들이 직접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나리히라가 타카이코를 만나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들, 그 모습을 마음 속에 품은 채로 조금 더 성숙해진 채로 병풍의 그림에 빗대어 ちはやふる의 노래를 읊는 모습, 오노노코마치가 젊은 날의 사랑을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궁궐에 들어가고, 그러한 시간들을 보낸 후에 져버린 꽃을 바라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하는 모습,  세이쇼나곤과 유키나리가 나눈 깊은 우정과 그날 밤의 일에 빗대어 서로 주고 받은 노래들, 무라사키 시키부가 항상 그리워 하던 어릴적 친구와 스쳐 지나가고 아쉬움을 노래에 담아 표현한 모습들, 같은 식으로요. 천년 전을 살았던 가인들(과 주변인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직접 볼 수 있답니다. 게다가 모두들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죠.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겠어요... 심지어 너무 많이 진지하지 않고, 적당히 가벼운 농담들도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주는데 말이예요. 

그치만 처음 봤을때는 당연히 그때도 그때대로 좋아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까 작가님이 얼마나 열심히 고전 자료를 공부하셨는지, 새삼 더 잘 알 수 있겠더라고요. 조금 더 알고 나서 보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물론 저는 그에 비하면 아직 부족합니다 흑흑..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흑흑.. 

그래서 사실은, 다시 보고 싶지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던건, 저는 지금은 1차 사료 위주로 공부하고 있으니 저라는 사람을 일종의 필터 삼아 자료를 해독하고 모아야 하는데, 이 작품이 너무 매력적이고 제가 그걸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강한 바람에,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마쿠라노소시를 읽고 있어도 세이쇼나곤은 우타코이 속 그 세이쇼나곤이고, 유키나리의 글씨를 봐도 유키나리는 우타코이 속 그 인물이고... 그런 식으로요. 그렇지만 사실은 오랜만에 다시 보니 깨달아버리고 말았습니다. 10년이나 지났지만, 최근에 공부하던것 뒤에도 사실 마음 속에는 우타코이의 인물들이 늘 있었다는걸 말이예요... 그러면 어차피 피할 수 없으니 직접 부딪혀야겠어요(?) 좋아하는건 좋아하는거고 직접 1차 사료를 공부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을거예요.

그래서 権記(ごんき) 권기도 읽으려고요(대체) 후지와라노유키나리가 한문으로 쓴 일기입니다. 한문 문장도 조금만 공부하면 해석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아니 해석할수 있게 되고 싶어서요. 몰랐는데, 일본 입시 시험에 고전문학과 한문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한 꼭지 씩 등장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튜브에서 입시생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좀 찾아보고 있어요. 약간... 뭐랄까... 공교육만 받은 일본인들이 고전문학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게 약간 자존심 상한다고 해야하나(?) 최소한 그건 같은 수준 이상을 달성하고 싶다..!! 고전문학만 해도, 저는 약간 맨땅에 헤딩 같은 식으로 일단 많이 보고 많이 들어서 익숙해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는데요. 기본적인 문법이나 흔하게 쓰이는 단어들 같은 건 입시 강좌 형식으로 들어두면 손해 볼 건 없잖아요. 

10년 전에 그랬듯이 저로 하여금 뭔가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싹트게 해주는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너무 좋아요 흑흑... 기왕이면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나서 뻐렁치는 기분으로.. 작가분 트위터를 구경하러 갔는데, 아래 만화가 그만 너무 좋았던 거예요.

물론 내용 자체도 재미있고 좋기는 한데, 이 첫번째 페이지의 첫번째 장면이,

내용물은 싸구려 판초콜릿인데(발렌타인 에피소드라서 그만..) 포장한 종이가 紙屋紙이고 글씨가 藤原行成..(본인) 거기에 대고 무라사키시키부의 대사가 '그런 문화적 가치로만 얼버무리려는 초콜릿은 뭐예요!' 하는... 이 모든 요소가 너무 좋아요... 어흑흑... 문화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서 비로소 성립되는 개그 표현... (아니 그치만 진짜로 문화사적 가치가 미쳣잖아요 저 주세요 초콜릿은 필요없어요;;)
이런 요소가 너무 좋은데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그냥 계속 이런 분위기입니다 허허. 

근데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그래서 내가 세이쇼나곤을 좋아하나? 같은 생각이 드네요... 중국 고사를 빗대어서 농담을 던지는 사람...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아니 솔직히 10년이 지나서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는데, 저는 마쿠라노소시를 좋아하고 서예에 입문했으니까 세이쇼나곤과 유키나리한테 예전과 같은 혹은 예전보다 더 큰 애정이 생기는건 당연한게 아니겠어요!?!? 
아무튼 여전히 1차 사료만 놓고 봐도 산더미처럼 자료가 남아있고요.. (고필은 좀 더 줘라... 글씨 좀 더 남겨줬어야지...) 저는 즐겁습니다. 마쿠라노소시 읽고 권기도 읽고, 무라사키시키부 일기도 읽고 그러고도 더 읽을게 필요하다 싶으면 栄花物語도 읽어야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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