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감상 후기

애니메이션 ちはやふる 치하야후루 감상

센. 2024. 1. 2. 02:27
반응형

末次由紀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ちはやふる를 봤습니다. 사실 10년 전에도 이미 봤었는데, 그 사이에 3기가 새로 나왔었더라고요. 모르고 봤지만 말이예요.

원작 만화는 총 50권으로 2022년 8월에 무사히 완결을 맺었습니다. 小倉百人一首 오구라 백인일수 를 활용한 놀이, 경기 카루타 競技かるた를 소재로 하고 있는 만화입니다. 주인공인 아야세 치하야綾瀬千早가 카루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카루타 국내 최대 대회에서 우승을 해 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예쁜 그림에 속아 말랑말랑한 연애 이야기가 메인이지 않을까 많이들 오해하곤 했는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꽤나 정통 스포츠 장르 같은 문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치하야는 카루타부를 만들기 위해 부원을 모으고, 2학년이 되면 새로 후배들도 모아오고요. 개인전에서도 전국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는 치하야이지만, 동시에 고교 팀전에서도 우승을 하려고 합니다. 작중에서 표현되기로는 카루타는 머리도 많이 써야하지만 그만큼 몸도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무척이나 스포츠 장르스럽게 표현됩니다. 

10년 전에도 꽤 재미있게 봤지만, 새삼 다시 보니까 정말이지 새삼스럽게 훌륭한 작품이더라고요. 연애 요소가 있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치하야가 목표로 하는 것이 뚜렷하고, 그것을 위해 몸을 움직여 노력하고, 적절한 부침을 겪으면서 치하야와 카루타부 부원들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실제로 나아가 성취해내는 모습이 감동을 주거든요.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의 밸런스 또한 훌륭합니다. 치하야는 전형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리더 역할(원피스로 따지면 루피 같은..), 타이치는 그걸 서포트해주는 다른 방식의 리더이고, 그 외 각각의 캐릭터도 개성 있게 자신의 자리를 지킵니다.
저는 (당연하게도) 카나데가 좋았습니다.(사실 다른 캐릭터들도 다 좋아함..) 카나데는 처음부터 고전 시가 和歌 와카를 좋아하고 백인일수를 좋아해 카루타부에 들어오게 되었으니까요. 카루타를 위해 암기하는 용도로만 백인일수를 취급하는 치하야와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때때로 각 시의 의미를 상기시켜주고 옛날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이 이 짧은 시 안에 들어 있다고, 같이 느껴보라고 이야기해주는 카나데에게 제가 깊은 공감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서도. 카나데의 입을 빌려 그러한 것들을 때때로 말해줌으로써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레이어가 한층 덧대어졌다고 해야할까요. 제목에도 쓰였고, 주인공인 치하야의 이름과 시작이 같아 제법 중요하게 다뤄지는 백인일수의 17번, 아리와라노나리히라의 시에 대해서도 카나데를 통해 설명하고 있거든요. 타츠타 강을 가득 메운 단풍잎이 떠오르지 않나요, 하고 말을 건네는 카나데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이 카루타 카드가 불타는 듯한 붉은 빛으로 보인다던 치하야의 답변을 들으면, 그걸 보는 시청자들 또한 그 심상을 떠올리게 되겠죠.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는 직접적으로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이 시 뿐만 아니라, 무라사키시키부의 시츄나곤야카모치의 시 등도 작중에서 치하야가 느끼는 감정을 비유하는 역할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를 이미 알고 있는 저는, 아 알지알지~~ 하고 공감대를 느꼈다면, 시를 모르는 시청자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이런 식으로 고전시가를 바라볼 수 있구나, 하고 그 매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고전시가로써의 백인일수를 접하는 창구로써도, 스포츠의 경기 카루타를 접하는 창구로써도 무척이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고 새삼 느꼈답니다.

2019~2020년에 방영 된 애니메이션 3기는 만화 원작으로 따지면 약 27권까지의 내용을 담았다고 해요. 앞으로 남은게 반 정도.. 못해도 두 시리즈는 더 만들어야 완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슬슬 4기 만들고 있지 않을까!? 만화보다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습니다... 특히 카루타 대회장 안의 공기감과 그 안에 퍼져나가는 낭독 하는 목소리, 그러한 사운드 표현도 무척이나 좋았거든요...

일본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도 만들어지는 등, 크게 인기를 얻었고 그것이 실제 경기 카루타의 부흥에도 무척이나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lpdhRFG-BvigvGf-UWCaqCOekFCSqzFO

 

第4回ちはやふる小倉山杯(2023年)

 

www.youtube.com

위와 같이, 오구라 백인일수가 탄생한 지역으로 알려진 嵯峨嵐山文華館 사가 아라시야마 문화관에서 치하야후루 타이틀을 단 대회가 매해 개최되고 있다고 합니다. 위 링크는 2023년 작년 대회 영상인데, 선수들의 시합을 영상으로 보며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건 흔한 기회는 아니라고 합니다. 잠깐 들여다 봤더니,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것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게 제법 신기하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새삼, 저는 경기 카루타를 지금껏 잘 몰랐지만 백인일수가 아니라 경기 카루타의 측면에서도 디테일하게 잘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도 작품을 보고 있으면 관심을 갖게 하고, 어떤 식으로 경기가 이루어지는지 각 선수들은 어떤 스타일로 경기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으니까요. 충분히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디테일한 묘사를 놓치지 않다니 너무 좋네요.. (새삼)

사실은 저 또한 근처에서 경기 카루타를 직접 해볼만한 데가 없을지 잠깐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더하자면 아직 100수 다 못 외웠으니까..! 외우고 나면 가볼만한 데를 다시 찾아보자...! 그런 생각... 언제쯤이 될지 껄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