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安이야기/헤이안 문화

사라져 가는 발음

센. 2023. 12. 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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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래와 같은 트윗을 본 적이 있어요.

> 에히메 현민이 「を」를 wo로 발음하는게 궁금해져서 노래를 듣다보니 Superfly의 「愛をこめて花束を(사랑을 담아 꽃다발을)」, 秋川雅史(あきかわまさふみ)의 「千の風になって(천개의 바람이 되어)」와 みずきなな(みずきなな)의 「Exterminate」 세 곡을 들어봤더니 역시 wo였다. 그 후에 菅田将暉(すだまさき)의 노래나 이것 저것 들어봤지만 아무래도 o로 발음하는 것 같은데 역시 에히메현 방언인걸까?

저도 이걸 읽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에히메 출신인 가수나 성우들의 발음을 이것저것 들어봤는데 정말로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이는, 에히메현과 가까운 히로시마현, 카가와현 등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현대 일본어에서 「を」는 로마자로 표기할땐 wo로 표기하지만, 일반적으로는 「お(o)」와 발음을 구분하지 않고, 글자 자체도 조사의 '~을/를'의 의미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を」의 발음을 o로 하는 것을 표준어로 지정하는 규칙이, 1986년 내각 고지 「現代仮名遣い」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현대 일본어에서는 を 발음을 wo로 하는 것은 방언의 일종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죠.

사실 이러한 발음의 차이는, 천년 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발음 뿐만 아니라 표기법에 있어서도, 천년 전 헤이안 시대에는 「を」를 쓰던 단어가 현대에 비해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조사의 의미로 사용하는 글자 외에는 모두 「お」로 표기하는 것으로 바뀌었지요.
오늘 서예 수업 때에 선생님과도 이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おんな」, 「おとこ」등에 쓰인 「お」도 사실은 「を」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wo 발음으로요. 저도 하나는 알아요.. 「をかし」... 마쿠라노소시에 잔뜩 등장하는 말이죠. 그래서 얼핏, 현대 일본어에서의 쓰임과 같은 방식은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면, 현대 일본어 히라가나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총 46글자입니다. 아래 표의 글자이지요.

이 표를 보면, わ행에는 「わ」와 「を」, 두 글자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いろは歌에 사용되고 있는 「ゐ」 「ゑ」가 채울 수 있습니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글자이지만요. 

현대에 사용되지는 않지만.. 「ゐ」는 「い(i)」와 같은 발음, 「ゑ」는 「え(e)」와 같은 발음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구별하여 사용하였다고 해요. 앞에서 설명한 「を(wo)」와 같은 행이기 때문에, 「ゐ」는 wi, 「ゑ」는 we 발음으로요. 이러한 발음의 차이는 오히려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인식하기 쉬운게 아닐까 해요. 한글로는 표기가 가능한 발음의 차이이기 때문에 말이예요.

 

잠깐 한국어 이야기를 해보자면, 고등학생 때 국어 수업 시간이었는지 선생님께서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고 해주신 이야기가 저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현대 한국어에서는 단모음을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ㅚ'의 발음이다. 하면서 발음을 직접 해주셨거든요. 
단모음은 발음할 때 입 모양이 달라지지 않는 모음입니다. 대표적으로 ㅏ, ㅓ, ㅗ, ㅜ, ㅡ, ㅣ 등이죠. 반면 이중모음은, 발음할때 입 모양이 달라지는 모음을 말합니다. ㅑ는 ㅣ+ㅏ의 발음, ㅕ는 ㅣ+ㅓ의 발음, 같은 식이죠. 직접 해보시면 알거예요.. 
그리고 'ㅚ'는, 원래는 단모음인데 현대 한국인들은 이중모음인 'ㅙ'와 구분해서 발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ㅚ'의 올바른 발음은, 입모양을 'ㅗ' 형태로 만든 상태에서 혀의 위치를 'ㅣ' 발음을 할 때와 같은 곳에 두고 발성을 내는거라고요. 
십 몇 년이 지난 일인데, 아직도 선생님의 얼굴이나 입 모양, 목소리, 발성 같은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있고, 그걸 잊지 않고 싶어서라도 가끔 스스로 'ㅗ' 모양의 입으로 혀 위치를 'ㅣ' 발음에 놓고 소리를 내 봐요. 여전히 표준어에서는 'ㅚ'를 단모음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이러한 발음의 변화가 나타난 건 아마 한 세대나 두 세대 사이의 일이 아닐까요?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면 저는 진짜 옛날부터 언어, 언어학, 발음, 뭐 그런 것들을 다 좋아했네요 새삼.. 재미있어 아주...

 

제일 처음 인용해 둔 트위터 글에서 언급했던, 秋川雅史 씨의 「千の風になって」입니다. 아마 노래 자체는 한국에서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해요. 진짜 너무 명확하게 wo 발음을 하고 계셔서 제법 재미있어요(?) 아니 노래가 좋고 노래를 잘 하는 건 당연한거지만..

 

 

+) 덧붙여, 이 글을 쓰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や행의 い단과 わ행의 う단은.. 글자/발음이 존재하지 않는걸까? 사실 오키나와 방언에는 や행의 い단인 yi 발음이나 わ행의 う발음인 wu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와 너무 흥미로워!!! 오키나와 방언은 지금껏 관심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었는데 좀 더 찾아보고 잘 알게 되면 글로 정리해봐야겠습니다...! 특히 오늘 글에서 얘기한 것들은 한국어의 이중모음으로는 존재하는 발음이라 의식하기 쉬웠는데, 아마 이 쯤 되면 한국어 속에 존재하지 않는 발음인것 같죠!?!?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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