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歌이야기

望月の歌 / 藤原道長 후지와라노미치나가

센. 2023. 12. 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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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아주 동그랗고 환한 달이 떠 있더라고요. 올해의 마지막 보름달이었습니다. 약간 달무리가 졌지만 또렷하게 달이 떠 있으니 새벽 퇴근도 나름의 운치가 있더라고요.. (좋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만..)

덕분에, 보름달을 노래 한 和歌가 없나, 같은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백인일수 중에도 달을 주제로 삼은 시는 몇 가지 있습니다. 특히 紫式部 무라사키시키부의 노래에도, 「夜半の月」라는 구절이 등장하죠. 이는, 달의 형태를 가리키기 보다는 '한밤중에 뜬 달' 이라는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밤중이 자정 전후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한밤중에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은 주로 보름달이긴 할거예요. 보름달은 약 18시 경에 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자정에 가장 높은 하늘에 떠 있고, 아침 6시 경에 서쪽 하늘로 사라지니까요. 상현달은 낮 12시 즈음에 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18시 경에 가장 높은 하늘에 떠 있고 자정에는 이미 서쪽 하늘로 사라지죠. 하현달은 자정 무렵에 동쪽 하늘에서 뜨고 아침 6시 경에 가장 높은 하늘에, 낮 12시에는 서쪽 하늘로 사라집니다. 그러니, 시키부가 읊은 夜半の月는, 반드시 또렷한 보름달은 아니더라도 보름 전후의 거의 가득 차 있는 달이었을 겁니다. 

백인일수 속에도 달에 대해 노래한 시는 많지만, 어느 것도 명확하게 '보름달'을 가리키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가을과 달이 같은 시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니 보름달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보름달을 직접적으로 소재로 삼은 和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진출처:https://unsplash.com/)

このをば わとぞ望月の けたることも なしとへば
このよをば わがよとぞおもふ もちづきの かけたることも なしとおもへば
                                                     - 藤原道長

[현대어 해석]
この世は、自分の物だと思う。あの満月のように欠けたところ無く、全てが自分の望むままになる物だから。
이 세상은 모두 내 손 안에 있다. 저 한 치도 부족함 없는 보름달처럼 모든 것이 가득 차 내 뜻대로 이룰 수 있으니.

藤原道長(ふじわらのみちなが)(966~1027)의 시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자신감이 흘러 넘치고 있죠. 미치나가는 헤이안 시대 최대 권력자로도 유명합니다. 이는 백인일수나 다른 가집에 실린 시는 아닙니다. 藤原実資후지와라노 사네스케의 일기 형식의 글인 「小右記」에 기록으로 남아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사실 시로써 아름답냐..? 하면 저는 잘 모르겠기도 합니다.. 허허) 이 일기는 미치나가와 동시대를 산 사네스케의 기록으로, 미치나가 전성기 시대의 정치 및 사회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기에서 소개 된 이 시는, 1018년 10월 16일, 밤 연회에서 미치나가가 읊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後一条天皇 고이치죠천황이 11세가 되던 때, 미치나가는 자신의 셋째 딸 威子를 女御(にょご)로 입궁 시킵니다. 뇨고는 일종의 후궁과도 같은 신분이었으나, 10월에 정식으로 中宮(ちゅうぐう), 즉 황후가 되었으므로 이를 축하하기 위해 후지와라 가문에서는 연회가 열렸습니다.
헤이안 시대의 날짜는 음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회 당일인 음력 10월 16일은 보름달이 떠 있었을 것으로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미치나가가, 자신의 딸을 천황의 정실 부인으로 삼고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뜬 밤에 유력자들을 모아 축하 연회를 베푸니, 그야 저 밝은 보름달처럼 세상 천하가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겠지요.

그러나 보름달은 가득 차 올랐다가도 이내 점차 작아지는것. 어떤 시대의 권력자라고 하더라도 이와 비슷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달은 늘 동그랗고 커다랗게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데, 그저 시기에 따라 태양빛을 받는 면적이 달라져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변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면 더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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