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은 딱 한달간 뜸했지만.. 그래도 뭘 안 하고 살진 않았습니다 껄껄.. 연초에 다녀왔던 전시회도 그랬지만, NHK 대하 드라마 「光る君へ(빛나는 그대에게)」 를 방영하는 시기를 다 함께 기다리기라도 한듯이, 겐지모노가타리 관련 전시회가 이곳 저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관심이 있는 건 또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때를 놓치면 아쉬울듯 하여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https://www.fujibi.or.jp/exhibitions/3202402241/
개관 40주년 기념
源氏物語 THE TALE OF GENJI ─「源氏文化」の拡がり 絵画、工芸から現代アートまで─
THE TALE OF GENJI: Unfolding Narrative of Art and Culture from the Past to Modernity
겐지모노가타리 -'겐지 문화'의 확대 그림, 공예에서부터 현대 아트까지-
東京富士美術館 도쿄 후지 미술관
2024/2/24(토) ~ 3/24(일)
무라사키 시키부에 의해 집필된 '겐지모노가타리'는 헤이안 시대 중기에 성립된 이후로 많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읽혀져 왔으며, 현대에도 폭 넓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히카루 겐지를 중심으로 귀족 사회의 화려한 생활상과 당대의 연애 형태등을 서정 풍부하게 표현해낸 이 이야기 작품은 문학, 그림, 공예, 공연 작품, 향 문화 등 폭 넓은 분야에 영향을 끼쳤고, '겐지 문화'라고 총칭할 수 있는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源氏絵 겐지 그림'은 유파나 시대를 뛰어 넘어 무척이나 많은 수의 작품들이 만들어졌으며 많은 이들 사이에서 향유되어 왔습니다. 본 전시회에서는 '겐지 그림'을 중심으로 '겐지모노가타리'나 무라사키 시키부에 관련된 미술, 공예, 문학 작품을 소개합니다. 본 전시회가 각각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간접 체험하고, '겐지모노가타리'의 세계를 더욱 밀접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구성>
제 1부 '겐지모노가타리'와 그 시대
'겐지모노가타리'가 성립되고 머지않아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그 풍부한 표현은 현존 최고(最古)인 국보 '源氏物語絵巻 겐지모노가타리 두루마리 그림'에서 볼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이야기가 탄생한 헤이안 시대의 미술, 공예품과 함께 모사본이나 재현된 장속을 전시하여 왕조 문화의 일부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제 2부 줄거리로 따라가는 '겐지모노가타리'의 회화
'겐지모노가타리'는 두루마리 그림이나 책자 등을 시작으로 부채, 색종이, 병풍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져 왔습니다. 2부에서는 54첩의 스토리를 따라 土佐派 도사파나 住吉派 스미요시파에 의한 화첩, 두루마리 그림, 색종이 형식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겐지 그림'을 소개합니다. 줄거리 해설을 함께 곁들여, 이야기를 이해하며 감상하실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 3부 '겐지모노가타리'의 명작
모모야마 시대 이후로는 커다란 화면에 이야기 속 장면을 그리는 병풍 형식의 '겐지 그림'이 차례로 등장했습니다. 3부에서는 한 첩에 한 장면을 크게 그리는 병풍이나, 두세 장면을 조합하여 그린 병풍 작품을 중심으로, 커다란 '겐지 그림'의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또한, '겐지 그림'의 도안이나 특징적인 모티프는, 공예의 디자인으로도 채택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옻 공예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장르를 뛰어넘는 '겐지모노가타리'의 확장을 볼 수 있습니다.
제 4부 근대에 있어서의 '겐지모노가타리'
메이지 시대 이후로도 '겐지모노가타리'와 그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는 창작의 근원으로써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전통적인 야마토에의 기법들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근대적인 시선으로 등장인물들의 내면이나 정경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제작되었습니다. 4부에서는, 尾形月耕, 松岡映丘, 上村松園, 安田靫彦 등에 의한 '겐지 그림'을 소개합니다. 또한 이야기의 보급에 크게 공헌 한 与謝野晶子와 谷崎潤一郎에 의한 현대어 역본의 책 디자인이나 삽화 등에도 시선을 향합니다.
에필로그 현대에 되살아나는 '겐지모노가타리'
현대에 있어서도 '겐지모노가타리'에 촉발되어 자유롭고 참신한 발상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적지 않습니다. 전시회를 마무리 하는 이 섹션에서는 현대 작가에 의한 공예, 문학, 만화 등을 소개하며 현대에 있어서의 '겐지 문화'의 양상을 파헤져 봅니다.
도쿄 도내에 있는 곳이긴 한데, 서쪽으로 꽤 외곽까지 나가야 하더라고요. 날씨가 무척이나 따뜻한 봄날이라, 소풍 가는 기분으로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푸른 하늘과 막 피어나는 붉은 매화가 아름답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유난히, 관람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작품을 잔뜩 모아놔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평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어요. 앞의 소개글에서 보듯이, 헤이안 시대에 집필된 '겐지모노가타리'와 그 이야기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다양한 장르에서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을 망라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제 1부는, 겐지모노가타리가 집필된 시기 즉 헤이안 시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헤이안 시대 당시, 1164년에 제작된 법화경 장식경의 사본입니다. 平清盛(たいらのきよもり) 타이라노 키요모리에 의해 봉납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당대 귀족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栄花物語 에이가모노가타리 속에 묘사된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무악' 장면을 그렸는데 무악은 아악과 춤을 함께 선보이는 형태죠. 각 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무늬를 디테일하게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오가타 코린의 무라사키 시키부 그림입니다. 오가타 코린의 그림은, 여기저기서 많이 보기도 했는데 최근 MOA미술관에서 보았던 국보 작품 홍백매화 그림 병풍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당대의 시키부를 그려왔던 전형적인 도상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시키부가 겐지모노가타리를 구상했다고 전해지는 시가현 오오츠시의 石山寺 이시야마데라를 묘사하고 있는데, 주변 풍경을 생략하며 간략하게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위의 작품과의 차이가 더 크게 도드라지죠. 시키부의 얼굴을 크게 표현하는 것보다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진 이시야마데라의 풍경,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스토리를 구상했을 시키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오가타 코린의 그림에서는 물에 비친 보름달이 보이는데, 이건 아마 가을의 상징일겁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는 달 대신 단풍을 그려넣은걸까요? 동시에 상록수인 소나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굳이 따지면, 위의 그림보다는 이 그림이 더 좋네요. 시키부가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창문 너머 풍경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요. 인물이 좀 더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연적입니다.. 굳이 연적을 빌려와서 전시한다고..? 싶더라고요. 아마 헤이안 당대에 흔하게 쓰였던 형태라서, 시키부 또한 이런 연적을 사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전시했던데, 아 이렇게까지 한다고? 제법.. 재밌네?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ㅎㅎ
이것도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법화경 작품입니다. 역시 금박과 은박은 무척이나 아름답더라고요.
최근에 새로 발견된 작품으로, 본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그림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 49권 '宿木 야도리기'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헤이안 당시의 겐지 그림으로는 가장 유명한 '겐지모노가타리 두루마리 그림'에 이어 두번째 작품인, 무척이나 중요한 작품입니다.
12세기 중반 작품으로 추측되고, 얼굴형이나 전체적인 작법 등이 기존에 알려진 두루마리 그림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인물묘사나 공간의 표현 등이 헤이안 당시 그림 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왼쪽 위의 장지를 반쯤 열어 그 안의 인물로 시선을 유도시키는 방식은 국보인 '寝覚物語絵巻'와도 비슷합니다.
이 작품은, 국보인 '겐지모노가타리 두루마리 그림'의 詞書(ことばがき) 부분으로, かな 표현이 성숙된 걸 보아 12세기 초~중반으로 추측됩니다. 억양이 있는 강한 필체로, 행간에 변화를 주며 散らし書き 하여 표현했습니다. 좋아하는 필체는 아니긴 하지만, 종이는 아름답더군요 껄껄.
왜.. 여기 있는거지? 제법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도저히 깨끗한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어요ㅠ 書芸文化院春敬記念書道文庫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인데.. 좀 더 .... 흠.. 네;
아무튼 藤原定信 필적의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右上がり인 것이 그의 특징으로 여겨지죠ㅎㅎ 선의 강약 변화를 주면서 자유로운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진한 색의 종이에, 은박으로 단풍잎이 그려져 있나? 그냥 풀인가.. 아무튼 진한 색을 써서 가을 시를 적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아, 가을이네! 싶은 기분이 들더라고요ㅎㅎ 제일 첫 글자 부분은 秋たつも 인데.. 어떤 시를 적은건진 안 찾아지네요;
테이카본 겐지모노가타리입니다. 전시된 것은 柏木 부분이었는데, 이것도 디지털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네요.. 테이카 글씨는 자주 보지만 언제 봐도 늘 재미있습니다ㅎㅎ 익숙하지 않아 편하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 스스로 글씨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하고 말한 것이 늘 생각나서요.
2부는, 줄거리에 맞추어 한 점씩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가마쿠라시대부터 에도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된 '겐지 그림'을 전시해두었는데 저는 이쯤 되니 약간 힘들더라고요ㅎㅎ;;; 가마쿠라 시대 이후의 작품은 크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겐지모노가타리도 막 어? 그렇게까지 좋아하는건 아니기때문에;;;
새삼 다시 느꼈어요. 저는 헤이안 시대 당대를 표현한 작품으로써의 겐지모노가타리는 좋아하지만, 겐지모노가타리로 인해 촉발된 헤이안 이후의 어떤 것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헤이안 시대를 횡적으로 보여주는 겐지모노가타리는 사랑하기는 하지만.. 종적 겐지모노가타리에는 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겐지모노가타리에 열광하고 있다는걸 생각하면 저는 또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버려요;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국학론이라던가.. 그래서 그냥 남은 공간은 빠르게 보고 털레털레 나왔답니다 흑흑.. 재미가 없었던건 아닌데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을뿐..
흔치 않게 제가 도록도 안 샀어요.. 도록 뿐만 아니고 다른 굿즈류도 아무것도 안 사게 되더라고요; 그냥 관심 있는게 하나도 없어서 그만..
복식을 재현해둔것은 또 나름 재미는 있고(끄덕)
그렇지만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답니다ㅎㅎ
그러고보니 이 미술관은, 창가학회 관련 기관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창가 대학이 위치하고 있더군요. 지난번에 갔던 MOA 미술관도 세계구세교라는 종교 관련 기관이던데.. 역시 신흥 종교 쪽이 돈이 많은가봐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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