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の色は 移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わが身世にふる ながめせし間に
はなのいろ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わがみよ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 小野小町
[현대어 해석]
桜の花はむなしく色あせてしまった、春の長雨が降り続けている間に。そして私もいつの間にか、歳をとってしまった、この世のむなしさに思い悩んでいる間に。
벚꽃도 어느샌가 허무하게 빛이 바래버렸네, 봄의 긴 장마가 끊임없이 내리는 사이에. 그리고 나 또한 어느샌가 나이가 들어버렸네, 이 세상의 허무함에 골몰하고 있던 사이에.
小野小町(おののこまち)(생몰년 미상)의 시입니다. 9세기 후반에 살았던 인물로, 古今和歌集(こきんわかしゅう) 고금와카집 서문에서 노래가 뛰어난 여섯 인물을 뽑은 六歌仙(ろっかせん) 육가선 중 유일한 여성입니다. 일본에서 손에 꼽는 세계 3대 미녀에 클레오파트라, 양귀비와 함께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의 배경 덕분인지, 비가 온 뒤 시들어버린 벚꽃 나무를 보며 자신의 화려했던 지난 날 또한 세월과 함께 어느새 사라지고 나이든 모습만이 남았음을 슬프게 여겨 읊은 시인 것이 이해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오노노코마치에 대해 남은 기록은 많지 않지만, 현재의 아키타현 유자와시의 오노 지방 출신으로 추정되고 있어, 쌀 농사로도 유명한 아키타현에서는 자신들이 생산한 쌀 품종에 '아키타코마치' 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시는 정열적인 연애 감정을 노래하면서 섬세하고 유려한 분위기를 담아냅니다. 고금와카집 서문에서 츠라유키는 그의 작풍을, '만엽집의 시대의 순수함을 유지하면서도 왕조 문화의 나긋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고 극찬합니다. 아리와라노나리히라 등과 시를 주고 받은 형태의 증답가 또한 여러편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花 꽃이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하고 있고, 桜 벚꽃이라는 고유명사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오노노코마치가 살았던 시대 즈음에 와서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으로 벚꽃이 당당히 자리매김 했기 때문입니다. '밥' 이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했을때 자연스레 '흰쌀밥'을 떠올리듯이, 그러한 관계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일본인들은 '花見(はなみ) 꽃놀이' 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연하게 벚꽃 구경을 떠올립니다.
이처럼 벚꽃은 과거부터 일본인들에게 매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백인일수 안에서도 벚꽃을 노래하고 있는 시가 이 9번의 시를 포함해 33번(紀友則 기노토모노리), 61번(伊勢大輔 이세노다이후), 66번(前大僧正行尊 전 대승정 교손), 73번(権中納言匡房 곤츄나곤 마사후사), 96번(入道前太政大臣 입도 전 태정대신)의 총 여섯 수입니다. 그 중에서도 桜 벚꽃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61번, 66번, 73번 3수 뿐입니다. 일본인들이 예로부터 얼마나 벚꽃을 사랑해왔는지, 조금 느껴지시나요?
벚꽃은 물론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한순간에 아름답게 피어나고 금세 떨어져 하늘에 흩날리며 져버리는 풍경이 もののあはれ 모노노아와레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것이 일종의, 일본적 미의식의 정수로도 여겨지곤 하죠. 저도 무척이나 벚꽃을 사랑하기는 합니다만... 오노노코마치의 이 시 또한 그러한 모노노아와레적 감성에 가까운것 같습니다. (좋아하는데 안 좋아해..... 같은 기분... 네) 아무튼 기왕이면 제가 찍은 벚꽃 사진도 좀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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