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는 당장 갈만한게 없어서 좀 쉬었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건 아니고.. 좀 퍼져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긴 해서 기록으로 남겨둘 겸 포스팅.
1. 笙(しょう) 체험수업
지난 번에 아악 공연에 다녀온 후, 남자들만 나오는 아악 공연이 어쩌고 하는 소리는 했지만 그건 말하자면 궁내청 악부의 문제에 가깝고, 아악 자체에 있는 문제는 아니라서(사실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실제 문화로써 향유하는 층에는 이미 여자들이 더 많은듯) 좀더 이것저것 관심을 갖다가, 역시 악기를 배워볼까? 하는 그런 생각에 도달해버렸습니다. 이쯤 되면 당연한것 같기도 한데;;
아악은 관악기가 중심이라서, 그 중에 한 가지 배워볼만 한게 없을까 하고 찾아보는데 주선율을 담당하는 篳篥(ひちりき)는 약간 매력이 떨어지고 비슷하게 주선율을 연주하는 龍笛(りゅうてき)도 조금. 笙(しょう)는 그 특이한 형태에도 왠지 눈길이 가고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연주자분들이 계속 곁에 무언가를 두고 악기를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던 것도 뭘까 너무 궁금했던 터라 역시 하나를 고른다면 笙가 아닐까? 하는 결론이 났습니다.. 제 안에서요.
근데 다른 두 가지가 입문용 악기 신품을 7천엔 수준에서 충분히 구매 가능하다면 笙는 가장 저렴한 것도 15만엔부터 시작이더라고요?????? 아니 대체 왜... (또르륵)
그렇지만 헤이안 시대 당시, 笙의 음색을 天から差し込む光라고 표현했다고 하니.. 저는 홀라당 넘어가버리고 만 것이예요..
아무튼 악기 가격은 천천히 생각하고(?) 좋은 조건에 체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마침 그 주 수업에 캔슬 자리가 나서 냉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다녀왔습니다! (그 후로는 자리가 안 나서 못 가고 있는 중)
笙는, 한국어로는 생황이라고 하는듯 합니다. 고대 중국에서 기원한 악기인데 한국과 일본에 각각 전해져 독자적 형태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있는줄 몰랐는데, 워낙 드물긴 하지만 있긴 한가봐요. 일본의 笙는 그보다는 더 작고 소리도 높다고 합니다.
전통 악기 중에서는 유일하게 화음을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까만 몸통 부분(頭・かしら)에 17개의 대나무가 꽂혀 있습니다. 이 중 15개에 작은 구멍이 나 있어 손가락으로 각각의 구멍을 막으며 소리를 냅니다.
이 때 사용하는 손가락은 왼손의 엄지와 검지, 중지, 약지 그리고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입니다. 이를 이용해 동시에 5개 혹은 6개의 음을 냅니다.
관악기는 호흡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약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내쉬는 숨과 들이마시는 숨 양쪽 다 연주할 수 있더라고요.
손가락이 제법 바쁜 악기인데, 한 악기로 한번에 여러가지 음을 동시에 낸다는게 무척이나 신기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화음을 담당하다보니, 정박보다는 프리템포 같은 박자로 손을 움직여야 한다던가.
아, 그리고 아악 공연 때에 신기하게 보았던건 '화로'였습니다. 악기 안쪽에 결로가 생기기 쉬워, 악기 아랫부분을 가능하면 연주자의 숨과 같은 온도로 맞춰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로 위에서 열을 쬐고 빙글빙글 돌려 악기 안쪽의 공기를 따뜻하게 합니다. 이게 제법.. 힘들고 끝나지 않더라고요 하하. 날이 추워서 더 그런가봐요.
아무튼 다음 수업에 자리가 나면 또 가보려고요. 자주 다니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다녀보고 싶어요.
2. 운전면허 갱신과 골동품 플리마켓과 소금빵 (바쁘다 바빠)
운전면허를 갱신하러 다녀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첫번째 갱신은 아닌데 지난번에 갱신 기간 놓쳐서 재발급 받았더니 이번이 첫 갱신으로 취급되더라고요; 젠장.. 그래서 면허 시험장까지 찾아가야 했고 2시간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어흑흑. 그래도 올 2월부터? 미리 시간을 예약하고 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덜 기다린것 같기는 해요. 그리고 면허증에 들어가는 사진도 원래 유료 아니었나? 찍어서 바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식이라 따로 비용 청구를 안 하더라고요? 흠. 아무튼 별로 할 말이 없다..... 네;
아침부터 멀리 나가야 했으므로 다른 일정 끼워넣을만한게 없나 미리 이것저것 고민을 했었는데, 東京国際フォーラム에서 한달에 두어번 정도 텀으로 골동품 플리마켓을 연다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물론 동선은 꽤나 복잡하지만) 겸사겸사 놀러가봤습니다.
날씨가 진짜 좋았고, 사람도 제법 많았어요. 흥미로운게 없는건 아니었지만 약간... 외국인들 등쳐먹으려는 가격대 형성 같은 분위기가 약간 느껴져버려서 그만... 하하. 그리고 이건 진짜로 사야돼! 같은 건 딱히 없기도 했어요... 마음에 드는 도자기 타입의 히나인형이 있었는데, 한쪽이 깨져 있더라고요... 그게 멀쩡했으면 그걸 샀겠지만... 슬퍼. 아 근데 요즘 약간 천수관음상 작은거 하나 집에 두고 싶고 그래요(대체)
아무튼 한바퀴 쭉 돌고, 또 뭐 없나? 하고 생각하다가 근처에 유명하다던 소금빵 가게가 있길래 거기도 들렀습니다.
塩パン屋 パン・メゾン 銀座店 / 東京都中央区銀座2-14-5 第27中央ビル1F
시오팡야 팡・메종 긴자점 / 도쿄도 츄오구 긴자 2-14-5 제27중앙빌딩 1층
주말 오후 시간이기는 했지만, 가게 바깥까지 길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뭐 바쁠 일도 딱히 없겠다 싶어서 기다렸죠.
꽤 오랫동안 기다려서 들어가게 되니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하게 되더라고요 하하..
플레인 소금빵 3개, 메론빵 버전 소금빵 2개, 고구마 소금빵 1개, 밀크 프랑스(버터와 밀크 크림이 샌드된 소금빵) 1개, 앙버터(팥과 버터가 샌드된 소금빵) 2개, 햄 계란 샌드 1개, 햄 치즈 샌드 1개, 미니 식빵 1개 이렇게 해서 봉투 두 개에 바리바리 사들고 나왔어요. 근데 잔뜩 산것 치고는 저렴하기는 하죠...?
그리고 저는 이걸 집까지 그대로 들고 오기가 아까워서, 근처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사서 근처 공원에서 플레인 소금빵 하나와 메론 소금빵 하나를 그 자리에서 쓱싹 해드렸답니다. 우하하. 가끔 유명하고 맛있는 빵집이나 케익 가게가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테이크아웃 해다가 편의점에서 커피나 홍차 조달해서 근처 공원에서 먹기 꽤 자주 해요. 물론 날씨가 좋을 때 한정이지만.
그치만 그런 게 가능한 공간이, 어딜 가더라도 꽤나 근처에 가깝게 있다는 건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날씨도 좋고, 커피도 맛있고, 빵도 당연하게 무척이나 맛있었어요.
집에 와서 플레인 소금빵과 메론 소금빵, 식빵은 하나씩 랩에 감싸 냉동해뒀습니다. 밀크 프랑스는 평소엔 별로 안 좋아해서 하나만 사봤는데 짭짤한 맛과 달달한 크림 밸런스가 좋더라고요? 앙버터는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맛있었지만.. 밀크 프랑스가 좀 더 취향이었을지도 몰라요.
햄 치즈 샌드는 치즈의 짠맛이 빵의 맛과 충돌해서 약간 별로였어요. 햄 계란 샌드위치가 차라리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더 잘 어울렸어요. 미니 식빵은, 소금빵 반죽을 식빵 형태로 구운 것 같은데 간만에 사과랑 땅콩 잼을 발라서 샌드위치로 먹었습니다. 당연히 맛있었어요.
그러고보니 메론빵도 평소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소보로 부분과 버터리한 빵의 조화가 아주 훌륭하더라고요? 아직 플레인 하나랑 메론빵 하나가 냉동실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근데 잔뜩 먹고 나니 저는 역시 너무 버터리한 빵은 엄청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라 가끔 먹는 정도로 충분한것 같다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하하.. 요즘은 빵보다 잡곡밥 위주로 먹는데 그 식감도 재미있어서 저는 진짜 만족스럽게 먹고 있기도 하거든요.
3. 날씨가 춥고 고양이가 귀여워
날이 무척이나 맑고 더울 정도더니 갑자기 또 추워졌어요. 고양이가 며칠 좀 꼬질하길래 얼른 날씨가 풀리면 목욕 시켜야지, 하고 있었는데 또 갑자기 뽀송하고 엄청 귀여워졌어요(?)
원래 주 1회는 꼭 하루 통째로 비워 운동을 가는데 2주 동안 안 갔어요.. 흑흑.. 안 간 첫 주에는 그 시간에 푹 잤더니 왠지 체력이 넘치는게 역시 수면 부족이 문제였나? 싶더니만 2주 째에는 오래 자도 오히려 몸이 더 뻐근한게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등짝도 아프고 여기저기 쑤셔서 힘들어요; 수면의 질 자체가 떨어진 느낌? 역시 저는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으면 늘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면서 이번주에도 안 갔으니 다음주에는 반드시... 사실 평일도 내내 빡세요; 젠장;; 아마 반년은 더 이러고 살것 같은데;
고양이가 귀여워갖구 주말에 나가기 싫어진다고요;; (?)
4. 부슬비 오는 날과 쉬폰 케이크
춥고 어쩌고 해서 나가기 싫다고 징징대다가, 결국 운동은 째고 그래도 놀러는 나갔다 왔습니다 허허.
https://www.la-famille.com/
ラ・ファミーユ 世田谷区若林5-4-9
라 파미유 도쿄도 세타가야구 와카바야시 5-4-9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쉬폰 케이크 전문 가게입니다. 굳이굳이 물 건너 산 건너(산은 없음) 찾아 간 이유는, 최근에 트위터에서 발견한 작가분이 작품 전시를 하고 계시다고 하길래, 코에 바람 좀 쐴 겸 다녀왔습니다. 사실 춥고 비도 와서 귀찮기는 했지만 회사에서 다른 사람한테 이 작가 작품 좋지 않냐고 영업(?)을 했더니 포스트 카드 살 거면 자기 것도 같이 사달라고 하길래 그걸 위해서라도 다녀와야 했습니다 하하..
제가 주문한건 생딸기가 샌드 된 쉬폰 케이크와 따뜻한 커피. 딸기의 단맛은 좀 부족했지만, 쉬폰 케이크가 아주 아주 맛있더라고요. 가장 정석에 가까우면서도 훌륭한 맛! 커피도 약간 진한 듯 했지만 폭신하고 부드러운 쉬폰 케이크와 함께 먹기엔 아주 훌륭했어요. 이렇게 안정적으로 맛있는 쉬폰 케이크를 먹어본 것도 오랜만이라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굳이 쉬폰 케이크를 사먹으러 어딘가를 가지는 않으니까요? 보통은.
그리고 작가분의 그림. 케익 단면의 질감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시는게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언젠가 그림을 직접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이번엔 사지 못했지만(?) 그래도 직접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그림과 똑 닮은 케이크를 먹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즐거운 기분이었고요. 카페 공간은 좀 협소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답니다. 저 말고도 그림 구경 할 겸 방문한 손님들이 많아서 오래 앉아 있기는 어려웠지만요.
그림을 그리는 재료의 물성도, 그리고 케이크의 각 부분들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질감도 잘 이해하고 계신 작가분인것 같았어요. 아마 직접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시는 분이 아닐까?
コラボケーキ❣️🍓🍰🍫🫐 pic.twitter.com/V4088uqdJ0
— 𝓝𝓪𝓽𝓼𝓾𝓶𝓲🍓@La Famille個展2.1-2.29 (@kawaiimatiere) February 11, 2024
저도 이런, 케익 본연의 질감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림이나 예술 작품으로 그 질감을 재현해내는 것 또한 무척이나 좋아해서 이 작가님의 활동은 꾸준히 지켜보게 될 것 같아요. 반드시 언젠가... 한 점 구매하고 말거야... 흑흑
그리고 당연히 포스트 카드도 사왔고, 쉬폰 케이크도 선물용 포함해서 두 조각 사왔습니다 헤헤.
돌아오는 길에 뭔가 좀 아쉬워서, 서점도 들렀습니다.
신간이 나왔길래 작가님 그림도 구경할 겸(?) 그러고보니 악기 수업 받은 날도 근처 서점 들러서 만화책 하나 사서 왔는데; 책 안 사모으겠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어봤자 하나 둘 씩 모으는 책이 늘어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흑흑..
5. 아 맞다 서예 수업도
순서가 엉망인데; 서예 수업도 다녀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 썼던 두 글자 連綿은, 무사히 料紙에 쓰는 것까지 졸업하고 드디어 세 글자 連綿에 들어갔어요! みとり 같은 글자를 보고, 자연스레 みどり라고 읽는 걸 보고 선생님은 또 엄청 좋아라 하시고(?) 당시에 탁점을 안 썼던 건 이미 익숙하니까요. あはれ 처럼, わ를 は로 쓰는 경우도 그렇고요. 슬슬 변체가나도 많이 끼어들어 오는게... 외우긴 해야겠는데... 하하;
제가 글씨를 쓰는 걸 보시곤 선생님이, 너무 붓 아래 쪽을 잡는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어쩐지 세로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더라; 붓을 조금 위로 잡으니 교재 글씨랑 제법 비슷한 폭으로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속도가 빠른 건 좀 문제이긴 하지만요... 아악을 듣자(또) 아 근데 笙 수업 들으면서 그 박자를 알게 되니까, 선생님이 뭐 때문에 아악을 들어보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새로운 진도 나가니까 또 글씨 연습이 재미있네요 헤헤.
이번 수업 때, 선생님이 다른 학생분의 関戸本 필사본을 보여주셨어요. 종이 색도 맞춰서 만들고, 당시의 제본법을 추측해서 직접 바느질 해서 완성시켰다고 하더라고요! 아름다웠습니다... 한 7~8년 정도 공부하셨대요. 꾸준히 필사 하고 연습해와서, 실제 이 작업 자체는 2주만에 끝내셨다고 하더라고요. 부럽다... 나도 할래.... 또륵..
아, 근데 関戸本이 전체가 다 남아 있는게 아니라, 몇 수 정도 남아 있나요? 하고 여쭸더니 그러고보니 세어 본 적은 없네..? 하시면서 분량으로 보여주시더라고요. 한 2~30퍼센트 정도? 그럼 고작 해야 한 200~300수 정도겠네, 싶었는데 저는 역시 필사 해서 한 권으로 엮는 작업을 하게 된다면 고금와카집 1111수 전체를 완성하고 싶어요.... 関戸本? 물론 너무너무 사랑하고 원본을 재현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도 너무너무 좋지만, 그 이상으로 고금와카집 전체의 구성과 그 배치, 한 작품으로써의 완성도 또한 사랑하니까요........ 300수에 2주 걸리셨으면 두 달 정도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물론 그 때까지 몇년 간의 노력이 있겠지만요. 아무튼 저한테도 한가지 목표가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단을 따는 것에는 관심이 없냐고도 하시더라고요. 단을 따면 강의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요. 당장은 별로 생각이 없지만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어요. 헤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스스로 만족하는게 더 우선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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